[비뇨기과 전문의 이경미의 위풍당당 性교실] 은밀한 자극 '춘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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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영국박물관이 지난 10월부터 일본춘화전을 열고 있다. 박물관 개관 이래 가장 노골적인 성 작품 전시회라는 평가 속에서 16세 이하는 성인과 함께 와야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남녀의 직접적인 성 풍속 장면을 소재로 한 풍속화를 '춘화' 또는 '춘화도'라고 부른다. 거저 눈요깃감이나 성적 욕구를 증진시키기 위한 그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중에는 성 교육용 작품도 있고, 성기능 장애를 치료하거나 이성이 쉽게 끌릴 것이라고 생각하며 들고 다닌, 일종의 주술적 목적의 작품도 있다.

중국에서는 방중술이 불로장수의 의술로 진지하게 연구됐다. 그 과정에서 성교 체위에 관한 해설용 그림이 필요했는데, 이것이 춘화로 발전했다는 설이 있다. 일본에서는 17세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사무라이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성매매 업소를 허락하면서 춘화가 거래되기 시작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발달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과거 신혼부부를 위한 성 교육용 교재로 춘화를 많이 이용했는데, 춘화 두루마리를 혼례의복에 넣어 선물하거나 약혼녀 어머니에게 선물하는 풍습도 있었다. 춘화는 그 나라 정서와 문화가 그대로 반영된다. 중국 춘화는 궁중이나 상류사회 계층의 인물이 주로 등장하며, 체위에 치중하는 교육적 목적의 그림이 많다.

반면 일본 춘화는 성기나 자세를 과장하고 의식적으로 변형시킨 것이 많다. 부자연스럽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자세의 남녀 모습을 그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나체 그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유교 영향 탓인지 춘화가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나마의 춘화도 해학적이며 은유적이고 은밀한 그림이 주류를 이룬다. 미술평론가 이태호 교수는 "19세기 우리 춘화는 해학적이면서 낭만이 흐르고, 때론 점잖은 듯하면서 가식이 없는 에로티시즘의 감칠맛이 있다"고 평했다.

일부 춘화는 현대인의 정서에 비춰봐도 외설로 치부될 우려가 높아 한때 일반인 공개를 꺼렸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영국박물관의 춘화 전시회도 춘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위상 변화를 웅변해주는 듯하다.

춘화를 보면, 남녀상열지사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놀란다. 부부 사이가 뜸하거나 건조하다면 춘화집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하드코어 동영상보다 해학과 서정이 묻어 있는 옛사람들의 은밀한 즐거움에서 오히려 더 크고 은은한 자극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부산의료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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