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을숙도 겨울 철새 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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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버스, 배 타고 생태해설까지…'새들과 추억 만들기'

일년 중 행사가 있을 때만 몇 차례 개방하는 을숙도 대체습지. 오는 17일과 24일 '바람과 함께하는 갈대밭 걷기'를 앞두고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관계자들이 코스를 사전 점검하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부산 시민들은 항상 옆에 있어 소중함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낙동강하구철새도래지(천연기념물 179호)는 우리나라 최대의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일명 백조) 서식처다.

10월 시베리아에서 한국으로 와 이듬해 2월 다시 시베리아로 가는 큰고니의 국내 전체 개체 수는 4천500마리. 그 가운데 3천500마리가량이 낙동강하구에서 겨울을 난다. 부산 인근을 제외하고 찾아보기 힘든 새인 것이다.

큰고니뿐만이 아니다. 겨울철새의 종이 다양하기로는 낙동강하구를 따라올 장소가 없다. 그리고 그곳에 철새들의 섬 을숙도가 있다.

을숙도는 철새도래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중년들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쉽게도 대부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들어갈 수 없다.

철새들의 생동감을 느끼고 싶거나 젊은 날의 추억에 빠지고 싶다면 을숙도는 지금이 적기다.


■새들의 섬 을숙도를 즐기는 방법

16일부터 24일까지 9일 동안 제4회 겨울철새맞이행사가 열린다. 매년 1만 명 이상의 탐방객이 행사 기간에 을숙도를 방문해 매력에 빠졌다.

을숙도의 가장 큰 볼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철새.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탐방객들이 철새들을 편하게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동카트, 버스, 배를 제공하고 생태해설사를 배치한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고니와 함께 하는 카트여행'은 17, 23~24일 3일간 열린다. 전동카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1회당 참가 인원은 12명이다.

카트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시작해 을숙도 남단탐조대로 이어진다.

가족단위 탐방객이 많은 것을 고려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미운오리새끼 이야기로 우선 시선을 끈다. 큰고니가 하얀 털을 갖기 위해서는 3년 정도가 걸린다. 그렇다 보니 큰고니 떼 가운데는 여전히 잿빛이 남아 있는 개체들이 많아 어린 아이들은 실제로 동화 속 미운오리새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고니를 찾아 떠나는 버스투어'는 을숙도를 벗어나 명지탐조대까지 이동한다. 명지탐조대에는 을숙도에서 볼 수 없는 민물가마우지, 기러기, 혹부리오리 등을 볼 수 있다.

버스투어는 16, 24일 이틀에 걸쳐 진행되고 예약을 해야 한다. 40명까지 신청 가능하며 요금은 5천 원이다.

철새들을 더 가까이 보고 싶다면 선박을 이용해 바다로 나가는 방법도 마련되어 있다.

철새들의 사진을 찍는 것도 묘미다. 'Big Bird Race' 프로그램은 행사기간 동안 철새의 사진을 5종류 이상 찍으면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한다. 보기 힘든 맹금류를 찍으면 특별 시상도 있다. 


■추억은 흩날리는 갈대를 타고

가끔 을숙도 내 통행금지 구역에서 부부들이 발각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울타리의 낮은 부분을 뛰어넘어 데이트를 즐긴다.

이들이 금지된 구역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이유는 예전 추억 때문. 한때 을숙도는 데이트의 명소이기도 했다. 현재는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들은 출입할 수 없다.

하지만 소중한 추억이 있는 만큼 한 번쯤 다시 가보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 이번 철새맞이행사 중 '바람과 함께 걷는 갈대길 걷기'에 참여하면 보호구역으로 들어가 잠시 추억에 젖을 수 있다.

걷기 행사는 17, 24일 이틀 동안 총 6회 열린다. 통제된 문을 여는 순간 탐방객들은 끝없이 펼쳐진 갈대와 물억새에서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이 걸었던 장소들을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과 함께 걷게 된다.

김영현 낙동강하구에코센터장은 걷는 동안 손에서 사진기를 놓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운이 좋아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 사이로 철새 떼가 날아오른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셔터 찬스'를 만날 것이다.

걷기코스는 1시간 가량이다. 코스에는 또다른 명물도 있다. 다친 철새들의 대체서식지다.

지난달 26일 큰고니, 큰기러기, 왜가리 등 30개체를 풀어놓았다. 평소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이번 행사기간 동안 특별히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해가 떨어지면 을숙도는 철새들에게

을숙도에 오면 을숙도의 법을 따라야 한다. 을숙도는 사람의 편의보다 철새 보호가 우선이다.

새들이 뛰어 오르는 모습이 보고 싶어 새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새들을 놀라게 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큰고니는 시베리아에서 한반도로 날아오면 체중이 무려 10㎏ 이상 빠진다. 을숙도에서 겨울을 나며 몸무게를 늘리고 에너지를 비축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놀래켜 큰고니가 한 번 날기라도 하면 그날 먹은 양의 반 이상이 에너지로 소비된다.

결국 큰고니가 을숙도에서 많이 날아오를수록 그만큼 시베리아로 돌아가다 낙오해 죽을 확률이 커지는 셈이다.

또 오후 6시 이전에 탐방객들은 모두 을숙도를 빠져나와야 한다. 일부 탐방객들이 을숙도의 매력에 빠져 늦게까지 머물곤 한다. 하지만 을숙도는 철새를 위해 가로등이 없다. 그리고 삵, 멧돼지 등 야생동물까지 살고 있다. 해가 지면 을숙도는 인간에게는 위험한 곳으로 돌변한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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