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태현의 영화 속 동아시아] 25. 흑사회(黑社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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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기봉 감독의 '흑사회 2'(2006)는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대륙으로 진출한 홍콩 삼합회의 실상을 다룬 홍콩느와르이다. 중국의 폭력조직을 총칭하는 흑사회는 이탈리아의 마피아, 일본의 야쿠자와 함께 전 세계적인 폭력조직이다. 상하이의 '청홍방', 홍콩의 '삼합회' 등 지역과 민족별로 조직과 분파가 나뉜다.

이들은 칼이나 도끼를 예사로 휘두르는 등 잔인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폭력조직과도 연계돼 있어 몇 년 전에는 흑사회로부터 마약을 대량으로 밀수해 국내에 판매한 폭력조직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부동산 투자와 기업 합병 등 각종 이권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인 지미(고천락 분)도 중국 본토에 물류센터 건설을 추진하는 등 합법적인 사업가로 변신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삼합회 실상 다룬 홍콩느와르
탐욕적 자본주의 본질 드러내


흑사회 홍콩 조직의 보스인 록(임달화 분)은 조직의 전통을 깨고 임기 2년의 회장직에 재도전하려 한다. 2부작 중 1부작인 '흑사회 1'(2005)에서 그는 회장에 선출된 이후 경쟁자였던 거두(양가휘 분)를 낚시터에서 돌로 내리쳐 잔인하게 살해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흑사회 2'에서도 그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 지미를 제거하려 든다. 지미 역시 중국에서 사업 확장을 하기 위해 회장이 되려 하고, 협박과 살인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 폭력으로 록을 죽인 뒤 회장직에 오른다. 지미가 회장이 되려 하는 이유도,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목적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다. 자본주의의 탐욕적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에서 회장을 뽑을 때 보여주는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도 사실은 안정적으로 돈을 더 벌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쪽에 표를 던지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 유재현은 "의회민주주의를 조롱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지배구조가 삼합회와 같은 폭력조직과 다를 바가 없음을 일깨워 주는 영화"라고 해석하고 있다.('영화로 보는 아시아의 역사-시네마 온더로드')

중국 고위직 공안이자 사업가인 씨는 지미를 자극해 조직의 회장이 되게 하고, 회장이 된 지미에게 사업 허가권을 내주면서 조직의 안정을 위해 선거제를 폐지하고 세습제로 바꾸라는 요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맞서 지미는 씨에게 주먹을 날리며 "나는 사업가다. 깡패가 되고 싶지 않다"고 절규하지만 허망할 뿐이다. 지미가 표방하는 자본주의적 합법성도 본질적으로는 록이나 거두의 탐욕과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중국식 자본주의 , 즉 유재현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장개방과 시장사회주의로 은폐된 야만적 자본주의'(위의 책)를 이끄는 지배조직과 이미 한 배를 타고 있음이 간파된다.

논설위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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