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방어낚시] 보트 타고 쫓은 천하장사 방어, 한 마리 올렸더니 팔뚝이 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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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를 중심으로 활약하는 네이버 카페 네버랜드 낚시 동호회 박영태 씨가 해운대 앞바다에서 힘겨루기 끝에 낚아낸 40㎝급 방어 한 마리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방어떼는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났다. 보트로 쫓아가면 부르르 물을 끓이다가 사라졌고, 또 어느새 반대편에서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눈이 좋은 선장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물이 끓는 지점을 찾으면 그곳으로 보트를 쏜살같이 몰았다. 낚시라기 보다는 사냥이라고 해야 옳았다. 그리고 방어떼를 향해 루어를 던졌다. 아직 개체가 작은 놈들이지만 힘은 장사였다. 보트를 끌고 갈 기세로 버티던 놈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노란 꼬리지느러미가 환상적인 방어였다. 한 마리 올리고 나니 팔뚝이 뻐근했다.


■혈기왕성한 젊은 루어꾼들

해운대 일대를 무대로 루어낚시를 즐기는 꾼들이 의외로 많았다. 송정부터 동백섬까지가 그들의 무대였다. 네이버 카페 '네버랜드' 회원들이다. 올해 초 청사포 갯바위에서 자체적인 볼락 루어대회를 치를 정도로 저력이 있는 동호회였다.

마침 한 회원이 레저보트 한 대를 새로 마련했다기에 동승했다. 배 가운데 용골이 뚜렷한 카트마란 형식의 FRP 보트엔 35마력 선외기 엔진이 달렸다. 보트 이름은 시스타(불가사리) 호. 보트는 물찬 제비처럼 방어떼를 쫓았다. 방어의 보일링(물 끓는 지점)이 보이면 달려가서 채비를 던지고, 또 사라지면 기다렸다가 방어떼가 출몰할 때 다시 배를 몰았다.

해운대와 청사포 갯바위 일대는 3년 전부터 연안 루어낚시가 성행하고 있다. 물론 이곳의 진가를 아는 루어꾼들에 의해서다. 씨알 굵은 볼락은 물론이고 무늬오징어, 삼치, 부시리, 방어, 전갱이, 농어가 그 대상어다. 청사포 인근의 수심이 낮은 여밭에서 진행하는 볼락 낚시는 이미 많은 루어꾼들 사이에서 명소로 소문난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루어 대상어를 만날 수 있으니 자연히 젊은 루어꾼의 왕래도 잦다.

시스타 호를 운전한 이는 올해 초 볼락루어대회장을 맡았던 심재헌 대표. 심 대표는 달맞이고개에 있는 매장 겸 사무실에서 낚시 전문 쇼핑몰 피싱기어를 운영하기도 한다. 낚시 전문잡지에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 박경식 씨와 자칭 1세대 에깅꾼 박영태 씨도 한 배를 탔다.


■알고보니 자칭 '에깅 1세대'

방어를 노리고 바다로 나왔지만 '동상이몽'이었다. 두 박 씨는 에깅을 하고 싶어했다. 이들은 10여년 전 무늬오징어낚시가 시작될 때부터 에깅을 해 왔다고 주장하는 자칭 에깅 1세대다. 오전에 바다에 나왔던 다른 이들이 무려 두 자릿수 무늬오징어를 포획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 운전을 맡은 심 대표는 멀리서 유혹하는 방어떼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 30분 정도 무늬오징어를 탐색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심 대표가 한마디 했다. "저렇게 방어가 들끓고 있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모두들 채비를 거둬들였다. 방어는 아직 씨알이 그렇게 크지 않아 에기만 떼 내고 루어를 미노나 메탈지그로 바꾸면 됐다.

숨가쁘게 보트를 달려 보일링이 한창인 곳에 도착했다. 멸치나 뱅어를 쫓는 방어와 삼치가 눈앞에서 풀쩍풀쩍 뛰었다. 이들 물고기는 물속에서 최대 시속 40㎞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미사일처럼 빠른 속력이다.

심 대표가 릴링을 가급적 빨리 하라고 재촉했다. 천천히 하면 고기가 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릴을 감는데 팔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런데 몇 번이나 물고기가 들끓고 있는 곳에 채비를 던졌지만 물지 않았다.

심 대표가 낚싯대를 가져갔다. 단 한 번의 캐스팅에 히트가 되었다. 손맛을 보라고 낚싯대를 넘겨주었다. 염치없이 받아 물고기와 힘겨루기를 했다.

에깅용 낚싯대를 썼기 때문에 불안했지만, 드랙을 많이 풀어놓아 찍찍~ 끌고갈 땐 가만히 기다렸다. 물고기가 힘이 없어졌다 싶으면 또 감고, 힘을 쓰면 멈추었다. 수면에 올라오기 직전에 방어는 또 한 번 용을 썼다. 물고기와 최후의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럴 때 낚싯대를 지나치게 세우면 초릿대가 부러진다. 적당한 자세로 들고 기다리다가 결국 랜딩에 성공했다.

45㎝ 정도의 살이 통통한 방어였다. 그런데 사진을 찍은 심 대표가 물고기를 놓아주는게 아닌가?


■다이내믹한 '보트 헌팅'

'아 저 아까운 방어를 그냥 놓아주다니.' 입맛만 다셨다. 이번엔 박영태 씨가 방어를 걸었다. 메탈지그를 사용한 박 씨는 방어가 쓰는 힘이 싫지 않으면서도 "에이, 이 막일같은 낚시"라며 투덜댔다. 방어를 한 번 걸면 최소 2~3분은 힘겨루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씨알 좋은 방어를 올리고는 멋지게 포즈를 취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심 대표가 고기를 놓아주는 것이 아닌가. 물고기를 잡는 손맛만 보고 놓아주는 '캣치 앤 릴리즈'를 실천하는 것인가 싶어 할 수 없이 물어봤다.

"낚은 고기는 다 놓아주나요?" 심 대표가 대답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앞으로도 많이 잡을 거고 나중에 한 마리 정도만 챙기면 안 될까요?" 크고 작은 고기를 죄다 갈무리했던 과거가 부끄러웠다. "아~ 네~."

많은 고기를 가져가 봤자 처리도 곤란하고, 또 언제든지 원하면 잡을 수 있으니 굳이 잡은 고기를 일일이 챙길 필요가 없었다. 물론 가끔 마음먹고 나가는 낚시꾼들에게 이런 스타일을 강요하기란 힘들겠지만 말이다.

세찬 여울물처럼 방어떼가 스쳐 지나갔다. 잔잔해진 바다에서 심 대표가 시스타 호를 또 몰았다. 멀리 양식장 앞에서 방어떼가 출몰한 것이다. 금방 나타났다 사라지는 물고기 떼를 쫓아가는 데는 작은 보트가 유리하단다. 큰 배는 기동력이 약하고, 카약은 노를 젓기가 만만찮다. 시스타 호는 해운대 앞바다를 종횡무진 달렸다. 그리고 이날 어깨가 아플 정도로 손맛을 봤다.

시스타 호는 에깅 1세대들을 위해 간출여 부근에 정박했다. 이들은 무늬오징어를 각각 1마리씩 잡았다. 무게는 600g 정도로 큰놈들이었다.

해가 막 지고 있었다. 심재헌 대표(피싱기어 070-4606-1788)의 레저보트는 귀항을 서둘렀다.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한 멋진 하루였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TIP

방어와 부시리


기껏 잡은 방어인데 지금은 맛이 없다고 해서 놀랐다. 살이 물러 여름에는 회로 잘 먹지 않는다고 했다. 제주 모슬포에서 방어축제를 하는데 가만히 짚어보니 계절이 겨울이다. 그래서 '여름 부시리 겨울 방어'라는 이야기가 나왔나 보다.

방어는 덩치가 크면 클수록 맛이 좋다고 한다. 특히 겨울을 지나기 위해 지방을 한껏 축적했으니 겨울 방어가 별미이긴 하겠다. 특히 겨울 방어의 뱃살은 참치의 그것과 비교해도 맛이 떨어지지 않다. 제주도에서 7㎏ 정도의 큰 방어 한 마리를 사서 성인 15명이 충분하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제주도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방어를 흥정하는데 옆에 있던 현지인 한 사람이 방어보다 부시리가 낫다고 귀띔했다. 제주도 겨울 대표 어종이 방어인데 부시리가 더 맛있다니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결국 방어를 선택하고 후회없이 잘 먹었다.

사람들이 부시리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부시리는 방어보다 살이 단단해 여름철에도 좋은 횟감이라고 한다. 방어와 부시리는 종이 전혀 다르지만 외관상 구분짓기가 힘들다. 둘 다 고만고만한 덩치에 모양도 비슷하다. 단 하나의 신체적 특징으로 두 종을 구분하는 것이 정설이다. 그것은 눈 아래 있는 주상악골의 형태다. 입 근육을 지탱하는 뼈 모양이 방어는 각이 뚜렷하고, 부시리는 둥근 형태다.

방어와 부시리를 헷갈려 하는 이유는 일본어에서 기인한다. 방어는 일본어로 부리, 부시리는 히라스인데 발음상 부시리와 부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맛이 좋다는 부시리도 낚시로 잡아 회로 먹은 적이 있다. 특유의 냄새가 있어 좋지 않았다. 피를 제대로 빼지 않아서인지 모르지만 '뛰어난 맛'에는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자기가 경험한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어리석음일까. 그래도 '제 눈에 안경'이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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