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싱글 남녀들의 '짝 찾기 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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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25호' 앞, 5명의 남성이 무릎을 꿇었다

지난달 29일 일본 사가현에서 열린 엔타비글로벌 주관의 '짝 해외특집'에서 남녀 참가자들이 긴장감 속에 최종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엔타비글로벌 제공

얼굴도 모르는 전국의 청춘남녀 55명이 부산을 떠나 낯선 땅 일본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 떠날 때는 옆구리가 허전해 외로움에 사무치는 솔로였지만, 돌아올 때는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만면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 다정한 커플이 되었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 게' 남녀관계라고들 하지만 길지 않은 1박 2일간 도대체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탐색전

지난달 28일 오전 8시 김해국제공항 출국장. 집결시간이 되자 생면부지의 청춘남녀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친구 손을 붙잡고 온 여성 참가자들, 어색함을 견디지 못해 쉴 새 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남성들까지 서먹서먹한 분위기 속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들은 주최 측에서 나눠준 참가자 카드를 받아들고 '남자 3호', '여자 17호'가 되었다. 

생면부지 청춘남녀 55명
김해공항서 일본행 비행기 탑승
1박 2일 솔로 탈출 대장정

쭈뼛쭈뼛 눈치만 보던 참가자들
게임·장기자랑 등 거치며
슬그머니 '닭살 행각' 연출하기도

이튿날 최종 선택 순간
자존심 버린 '구애 작전' 작렬
짝 찾기 성공 8쌍 '연인 모드'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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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예능프로 '짝'·'1박 2일' 응용
여행사 상품으로 등장 12회 진행
1천여 명 참여…'1호 부부' 탄생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여행사 엔타비글로벌과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가 주관한 '짝 해외 특집'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결혼적령기 남녀들의 색다른 미팅을 다룬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 '짝'과 '1박 2일'을 패러디한 여행상품이다. 이번 이벤트에는 23세부터 40세까지 55명의 남녀가 참여했다. 남성 27, 여성 28명으로 성비도 절묘하게 맞았다. 남성은 30대 초·중반, 여성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주류를 이뤘다. 부산발 여행상품이지만, 부산경남지역 참가자 비중은 30% 정도였고,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온 참가자들이 많았다.

서울에서 왔다는 '남자 5호'는 "부모님이 몰래 참가 신청을 하는 바람에 이틀 전에야 참가 사실을 알았다"며 "소개팅이 아니라 단체 미팅 형식이어서 굉장히 어색하다"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대구 출신의 '여자 24호'는 "친구와 같이 예약을 했는데 친구가 배신하는 바람에 졸지에 혼자 오게 됐다"며 "이왕 참가했으니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근사한 남자 친구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1시간 만에 일본 기타큐슈 공항에 싱글 남녀들을 내려놨다. 참가자들이 버스 2대에 나눠 타자 본격적인 탐색전이 시작됐다.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는 자주 흔들렸고, 새로운 이성을 만난 참가자들의 마음도 함께 흔들거렸다.


■ 공습 개시

버스는 사가 현 다케오 올레길에 도착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첫인상 1차 선택'의 시간. 등을 돌리고 일렬로 늘어선 여성 참가자 뒤로 남성들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지 않고 쭈뼛쭈뼛 눈치만 본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 겁니다." 사회자의 독려에 남성 참가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전장을 향해 뛰어들었다.

여성들의 속도 타들어가기는 마찬가지. "자~ 돌아서세요." 여성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등 뒤로 남성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여성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뒤돌아섰다가 이내 씁쓸한 표정을 짓고 만다. 반면 남성의 선택을 받은 행운녀들은 표정 관리에 고심한다. '여자 25호' 앞에는 가장 많은 6명의 남성이 줄지어 섰다. 졸지에 경쟁자가 된 남성들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날 저녁 가라츠의 호텔에서 메인 행사가 열렸다. 손동혁 레크리에이션 MC의 재담 속에 참가자들이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매력을 어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한두 잔 술도 나누자 어색했던 분위기는 이내 사그라졌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귓속말을 나누는 남녀들도 눈에 띄었다.


■ 결전

이튿날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하룻밤 새 남녀 사이에 어떤 말과 일들이 오갔는지 모르지만, 몇몇 남녀들은 커플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마리 도자기마을을 산책하면서 다정하게 한 우산을 받쳐 든 남녀, 편안하게 말을 놓고 정담을 속삭이는 남녀, 슬그머니 허리를 감싸안고 기념촬영을 하는 남녀까지 닭살 행각을 벌이는 커플이 여럿 눈에 띄었다.

드디어 '연인의 성지'로 이름난 하도미사키에서 진행된 최종 선택의 순간. 여성들이 일렬로 줄 지어 선 가운데 남성 참가자들이 자신의 반쪽이 되었으면 하는 여성을 향해 '마지막 구애'에 나섰다. 

한 남성이 여성의 손을 잡으며 사랑을 고백(왼)한 뒤 우산을 함께 쓰고 걸어가고 있다. 엔타비글로벌 제공
"남자는 경제력 아닙니까? 저는 돈이 아주 많습니다." '능력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이 점 찍어둔 여성 앞에 무릎을 꿇고 사랑을 고백했다. "다른 남성 도전자는 안 계십니까? 그럼 이대로 진행합니다. 여성분 선택하세요." 사회자의 호령에 쑥스러운 미소를 짓던 여성이 살짝 남성의 손을 잡았다. 첫 번째 커플 탄생.

1차 선정 때 최고 인기녀였던 '여자 25호' 앞에는 이번에도 5명의 남성이 무릎을 꿇었다. 간지러운 작업 멘트와 함께 하트를 날리고, 준비해간 장미 한 송이를 건네고, 우산까지 받쳐주며 구애했지만 '사랑의 승자'는 결국 1명.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날 모두 8쌍의 커플이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커플 천국, 솔로 지옥'의 냉혹한 현실 앞에 솔로 딱지를 떼지 못한 남녀 참가자들은 커플들을 위해 '버스 1등석'을 비워줬다.

'짝 찾기 해외 여행'은 지난해 10월부터 12차례 진행됐으며, 지금까지 1천여 명이 참가했다. 지난 7월에는 '1호 부부'가 탄생하기도 했다.

일본 사가=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영상=박승찬 대학생인턴 mul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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