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옥의 시네마 패션 스토리] ⑪ 마리 앙투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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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로 턱 가린 도도함, '권력=패션' 아이콘 되다

주걱턱을 부채로 가린 마리 앙투아네트 역의 커스틴 던스트. 진경옥 제공

여성 감독인 소피아 코폴라가 지난 2006년 제작한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부터 눈길을 끌었다.

영화는 앙투아네트가 살던 베르사유 궁전에서 촬영됐는데, 영화 의상과 가구, 인테리어, 케이크, 초콜릿에 이르기까지 정성이 가득한 소품 하나하나가 감탄을 자아냈다.

18세기 프랑스는 화려하고 부강했다. 왕족과 귀족들은 사치와 향락을 마음껏 누렸다. 그 정점에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있었다. 그는 당대의 '잇걸'(화제의 인물)이었고, 옷은 물론이고 헤어스타일, 보석까지 거의 모든 패션을 주도했다.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대를 이은 근친혼의 영향으로 주걱턱을 선천적으로 가진 그는 이를 늘 부끄럽게 여겨 웃을 때 일부러 부채로 턱을 가렸다. 하지만 권력이 곧 패션이라고, 그의 이 같은 행동은 오히려 유럽 상류층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에티켓으로 받아들여져 당시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앙투아네트 역은 패션 리더로 잘 알려진 커스틴 던스트가 맡았다. 던스트는 영화에서 60벌의 파스텔 톤 의상을 선보였는데, 하나같이 혼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로브 알 라 프랑세즈'로, 파니에(스커트에 넣는 버팀대)를 넣어 스커트를 좌우로 크게 부풀린 뒤 몸은 코르셋으로 꽉 졸라맨 드레스다.

드레스의 목 둘레선은 사각형으로 깊이 파 가슴이 거의 노출될 정도였다. 이는 데콜테(얼굴 바로 아래에서 가슴 위 쇄골까지의 목 선)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더 강조하기 위해 레이스나 리본으로 목 장식을 더했다.

게다가 이 무렵 드레스의 풍성함은 여성의 지위와 직결된다는 시각 때문에 경쟁적으로 드레스를 부풀려 문을 통과할 때 앞으로가 아닌, 몸을 비틀어 비스듬히 지나가는 여성까지 있었다고 한다. 드레스는 여러 겹의 러플(옷 가장자리나 솔기 부분에 덧댄 주름 장식), 리본, 금·은 자수로 장식하기도 했다.

로코코 시대에는 또 높이 올린 헤어스타일에 자존심을 걸었다. 앙투아네트는 얼굴보다 1.5배나 높게 세운 머리카락에 잿빛 파우더를 뿌리고 꽃과 리본, 다이아몬드, 진주가 박힌 핀을 장식했다. 잿빛 파우더의 헤어스타일은 얼굴을 창백하게 보이게 해 여성들은 일부러 화장을 짙게 했다. 깨끗이 씻지 않아도 화장은 짙게 했던 것이다. 특히 루주를 바르고 뺨을 붉게 칠해 상기된 느낌을 연출하고 인조눈썹을 붙인 앙투아네트는 영화 내내 주목의 대상이었다.

의상감독은 복식사와 무대디자인을 전공한 밀레나 카노네로. 그는 이 같은 고증의 의상 디자인으로 2007년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했다.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낭만적인 영화를 즐겨 찾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영화다. 동명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kojin12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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