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우리가 '봉'은 아니잖아요?" 대형마트 직원 '권리찾기' 반격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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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우리가 '봉'은 아니잖아요?"

명절 전후 파김치가 되기 일쑤던 대형 마트 직원들이 반격에 나섰다.

모 대형마트 부산 감만점 직원 A 씨는 매년 설, 추석이면 '명절병'을 앓아왔다. 남들이야 가족이 한데 모이는 즐거운 시간이지만 A 씨에게는 배 이상 많은 고객과 매출에 숨돌릴 틈도 없는 시간이다. 그는 "철야 근무가 당연시되고 팀별로 주어지는 상품권 할당량 압박에 다가오는 명절이 전혀 기다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상시에도 큰 의미가 없는 주 12시간의 연장근무 제한은 명절이라고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도 명절에 철야가 이어지면 상대적인 박탈감에 서러움이 더했다. 눈 질끈 감고 정상적인 시간에 퇴근을 해도 '벌써 퇴근했니?'라며 어김없이 날아오는 파트장의 문자나 전화가 사람을 짓눌렀다.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한 직원들은 반강제적으로 휴무를 반납하고 수면실도 없는 점포 안에서 며칠씩 쪽잠을 자야 했다.

노조서 '불법행위 감시단' 활동 개시
상품권 강매·휴무 반납·연장 근무 등
명절 전후 사측 부당 처우 제보 받아
언론과 시민·법률단체에 공개키로


A 씨는 "1인당 40만~50만 원선으로 하달되는 상품권 강매는 자괴감마저 느끼게 한다"고 했다. 직원마다 할당량을 처분하기 위해 매장 안에서 상품을 고르는 고객에게 즉석에서 할인을 해주고 상품권 구매를 애원하는 게 A 씨에겐 익숙한 명절 풍경이었다.

힘들게 보낸 연휴지만 연장근무 수당을 청구할 간 큰 직원은 없었다. 고되게 일하고도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다. A 씨는 "현장에서는 직원들이 철야나 휴무일 근무를 연장근무라 부르지 않고 '무료봉사'라고 부른다"며 웃었다.

그래도 이번 만큼은 A 씨의 '명절병' 증세가 호전될 기미를 보인다. 이 대형마트 노조가 추석을 앞두고 지난달 16일부터 '불법행위 감시단'을 꾸려 활동에 들어갔기 때문. 명절 특수를 붙잡기 위해 과부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행보다. 지난 5월 조합원이 된 A 씨는 "스트레스에 퇴직까지 결심했지만 기왕이면 근무환경이라도 개선시키자 싶어 다시 한 번 더 기운을 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는 이 대형마트 감만점과 정관점 2곳에서 조합원 수가 20명이 넘어 지점 노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A 씨가 속한 감만점에도 조합원이 70명 안팎이다. 직원 가운데 겨우 절반을 겨우 넘어선 숫자지만 지난달 파격적인 직원 1인 시위까지 벌인 덕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공문이 지점에 하달됐다. 현장에서는 이 만큼 인식을 개선시킨 것만 해도 어디냐며 고무적으로 여기고 있다.

이 대형마트 노조 측은 이번 연휴기간 동안 휴무 반납이나 연장근무, 상품권 강매 등을 조합원들로부터 제보받아 이 자료를 언론과 시민, 법률단체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노조 간부는 "당장 불법행위감시단이 활동을 시작한 후부터 상품권 강매 관행부터 상당 부분 사라졌다"며 "연휴가 지나고 초과, 연장근무에 대한 수당이 정당하게 지급됐는지 확인한 후 이를 추가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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