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방파제 밤낚시] 초승달 뜬 밤 곤포가든 방파제… 무늬오징어 대박에 푸하하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영도구 태종대 곤포가든 앞 방파제에 석양이 물들었다. 부경조구협회 김선관 회장이 곤포가든 방파제에서 무늬오징어 에깅 낚시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씨알 좋은 무늬오징어가 많이 나왔다.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다. 그 덕택일까. 여수에서도 만나기 힘들던 무늬오징어가 부산에서 나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부산 밤바다도 탐색할 겸 채비를 챙겼다. 무늬오징어에 집중하되, 전갱이를 비롯해 다른 어종도 살펴보기로 했다. 1차 목표지는 영도. 태종대와 한국해양대를 거쳐서 송도까지 골고루 탐색하려 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영도에서도 충분히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추억의 곤포가든에서

부산 연안에 무늬오징어가 입성했다는 소식은 부경조구협회 김선관 회장이 전했다. 사실 그와 함께 여수까지 갔지만 '폭발 조황'은 만나지 못해 약간 미심쩍었다. 그럼에도 채비를 챙겼다. 무늬오징어가 없으면 전갱이라도 잡을 작정이었다.

태종대는 차량 출입이 아예 금지돼 있다. 대신 입구에 대형 주차장이 있다. 공공기관이 운영하기 때문에 6시 이후에는 공짜 주차가 가능하다. 물론 낮시간이라도 주차비는 1천 원에 불과하다. 낚시인들은 좀 불편할 수 있다. 포인트까지 장비를 들고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채비를 단출하게 하는 게 좋겠다. 그런데 여름 장비가 어디 그런가. 얼음물이라도 챙기려면 아이스박스는 필수다. 낚싯대는 한 대만 가져가도, 채비 박스는 있어야 한다. 나중에 집에 와서 샤워를 하다 보니 어깨에 붉은 줄이 선명했다. 물론 조과가 풍성했던 덕택이지만.

곤포가든이 있던 자리로 내려갔다. 발걸음이 익숙했다. 곤포는 다시마다. 오래 전에 걸었던 길이지만, 여전히 익숙했다. 그런데 곤포가든 건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철거한 듯했다. 그러나 수영장 구조물은 그대로였다. 기왕 없앨 것이면 이것도 정리하지. 수영장 바닥에 고인 물에 이끼가 잔뜩 끼었다.

방파제로 올라섰다. 찌낚시꾼 몇 명이 와 있었다. 김선관 회장이 자리를 잡았다. 기억을 더듬어 예전에 조과가 좋았던 그 자리를 기어코 찾아냈다.

■즐거운 함성 '히트' 연발

찌낚시로 전갱이를 잡는 사람이 있는 걸로 봐선 전갱이가 많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무늬오징어를 확인하는게 급선무. 그때 김선관 회장이 말했다. "무늬오징어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데 전갱이가 많다면 전갱이 타입의 에기를 쓰는 게 좋습니다." 김 회장은 에기의 겉 모양이 전갱이 어피를 닮은 것을 골라 매달더니 보기 좋게 멀리 캐스팅했다. 두어 번 던졌을까. "히트!"

기자가 채 낚싯대를 펴기도 전에 김 회장이 무늬오징어를 건 것이다. 이렇게 빠른 시간에 대상어를 잡은 것은 낚시 취재 이래 처음이었다. 올라온 것은 시시각각 제 몸을 변화시키는 무늬오징어. 500g은 족히 나갔다.

낚싯대는 활처럼 휘어졌고, 무늬는 흥분한 듯 몸을 꿈틀거렸다. "달래야 합니다. 잘못하면 먹물 세례를 받을 수 있어요." 김 회장이 주의를 줬다. 제주도 무늬오징어 낚시를 갔을 때 먹물에 한 방 먹는 바람에 옷과 모자가 시커멓게 변했던 기억이 새롭다. 움찔했다.

무늬오징어는 낮보다 밤에 더 잘 낚인다. 낮에는 삼치나 부시리 같은 포식자가 많아 바닥에 바싹 엎드려 있다. 밤에는 이런 대형 물고기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김 회장은 두세 차례 캐스팅한 뒤 입질이 없으면 에기 색깔을 바꿔 가며 같은 자리를 반복적으로 노렸다. 채비를 바꿀 때마다 오징어가 턱하니 걸려 나오는 것이 부러웠다.

기자의 낚싯대는 뒤늦게 시동이 걸렸다. 고구마 크기의 작은 놈이 하나 나오더니, 드디어 제대로 된 씨알의 무늬오징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채비를 바꾸느라 테트라포드에 에기를 얹어놓았는데 사진을 찍느라 왔다 갔다 하다가 그만 발로 차 물에 빠트리고 말았다. 그래도 오징어를 걸어낸 귀한 채비였는데 무척 아까웠다.

김 회장이 말했다. "수시로 목줄을 손가락으로 훑어 쓸렸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징어가 물어도 터져버릴 수 있어요." 유비무환이었다.

■밤바다는 푸르게 깊어가고

오징어가 뜸해졌다. 딱 두 자릿수를 잡았다. 무려 10마리. 여수에서 여섯 명이 12마리를 잡았는데 이 정도면 폭발적인 조황이다.

여유가 생겨 채비를 바꾼 김 회장이 전갱이를 걸었다. 메탈지그를 사용했는데 따라오던 전갱이가 발밑에서 물었다. 전갱이를 크릴로 잡은 적은 있지만, 메탈지그로 잡는 것은 처음 봤다. 6g짜리 메탈지그 채비로 바꿨다. 멀리 캐스팅해서 살살 감는데 정말 방파제까지 채비가 거의 다 올 때 전갱이가 덥썩 물었다. 그런데 입이 약한 전갱이는 잘 올라오지 않았다. 바늘털이를 해서 자연 방생 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람선 선착장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자리에서 전갱이 찌낚시를 한 사람은 청갯지렁이 미끼로 전갱이를 스무 마리 정도 잡았다고 했다. 전갱이도 회유를 하는지 한참 물다가 입질이 뚝 끊기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태종대 포인트 탐색을 끝내고 한국해양대로 자리를 옮겼다. 해양대 건물 오른쪽 방파제에는 농어를 노리는 루어꾼이 와 있었다. 조과는 없었다. 무늬를 노려 보았지만 소식이 없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낚시를 하러 오는 사람이 있었다. 멀리 하리선착장의 불빛이 바다에 비쳐 바다가 붉고 푸르렀다. 발밑의 바다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이었다. 레드문이 떴다. 초승달이었다.

전갱이 조과도 신통찮았다. 메탈을 물고 나온 작은 씨알 한 마리만 확인했을 뿐이다. 전갱이를 노리고 온 낚시인들도 조과가 없기는 마찬가지. 해양대는 아직인가.

철수하러 방파제를 나오는데 입구 쪽에서 에깅을 하던 루어꾼이 고구마급 무늬오징어 한 마리를 걸어올렸다. 자원이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밤이 깊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쿨러에는 피빼기를 끝낸 10마리의 무늬오징어가 있었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TIP

·오징어 피 빼기


오징어는 두족류 중에서 가장 발달한 기관을 가진 어종이라고 한다. 문어와 낙지, 주꾸미 등과 비교할 때 그렇다는 얘기다. 머리가 좋은 것은 문어라고 들었다. 오징어 낚시 도구 중 희한하게 생긴 것이 하나 있다. '이까시메'(오징어 피빼기 칼)다. 끝이 뭉툭하고 오목하며 넓적한 화살촉처럼 생겼다. 이 도구를 이용해 오징어의 눈 가운데 지점을 찌르면 오징어는 곧바로 하얀색으로 변한다. 단, 한 번에 되는 것은 아니고 아래와 위를 각각 찔러야 한다.

이렇게 하면 오징어의 동맥이 끊겨 몸이 하얗게 변한다. 이때 피가 빠지면서 잡은 그대로의 영양 상태가 유지된다. 그런데 이렇게 피를 빼도 오징어는 피가 나지 않는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피 색깔이 투명하기 때문이다.
피 빼기 전
피 뺀 후
인간과 동물의 피가 빨간색인 것도 사실은 헤모글로빈이라는 색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오징어 피의 주성분은 헤모시아닌으로 투명하다.

잡은 오징어를 그냥 쿨러에 담아 둬도 좋다. 하지만 피 빼기를 하지 않으면 부패가 빨리 진행된다. 기왕에 먹을 요량이라면 도구를 사용해 미리 장만해 두는 것이 좋다. 붉은 피가 보이지 않으니 거북한 느낌도 없다. 출혈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으니 그 감정이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때론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해야 진심이 전달된다.

이재희 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