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보드 체험기] 엎드려서 즐기는 파도타기, 왕초보도 몇 십 분이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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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서핑학교 이지훈 대표가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보디보드로 멋진 파도타기를 선보이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해양레포츠는 배우기 어렵다? 돈도 많이 든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취미 활동이든 기본 투자는 필수이고, 따져보면 모든 종목이 엇비슷하다. 고급 레저스포츠인 골프가 비쌀 것 같지만 원도권 낚시를 자주 다니는 사람보다 오히려 비용이 적을 수 있다. 그런데 정말 간단한 장비만 갖추면 파도를 탈 수 있는 해양레포츠 종목이 있다기에 눈이 번쩍 뜨였다. 보디보드(Body board)가 그것이다. 서핑처럼 서지 않아도 파도를 탈 수 있다. 단 몇십 분만에 이 멋진 레포츠의 주인공이 되니 얼마나 상쾌한가.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보디보드를 배우고 왔다.


■파도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보디보드 장비를 들고 바다로 나가기 전 포즈를 취한 이 대표와 이재희 기자. 강원태 기자 wkang
광안리 해변에 서면 끊임없이 발등을 간질이는 방문객이 있다. 파도다. 파도는 바람이 키웠다. 먼바다에서 바람이 불어 파도의 힘을 만들어내고, 그 파도는 해변에서 생을 다한다. 서퍼에게 즐거움을 남겨둔 채. 파도를 제대로 즐기려면 아무래도 서핑보드를 타야 한다. 하지만, 늘 바람이 세게 불지 않으니 사람들은 보트에 매달리기도 하고, 바람의 힘을 이용해서 파도를 탄다. 그런데 보디보드는 오직 자신의 힘으로 파도를 즐긴다.

1m 길이 보드에 오리발만 있으면 가능
방향 설정해 팔·다리로 패들링하며 이동
파도 탈 때는 보드에 복부 밀착
잠수로 큰 파도는 피할 수 있어


압축스티로폼과 같은 합성수지로 만든 1m 길이의 보드, 길이가 짧은 핀(오리발)만 있으면 오케이. 이제 파도에 뛰어들기만 하면 된다.

멋진 해양레포츠의 한 종목이지만 대중화되지는 못했는가 보다.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대한서핑협회에 문의했지만 전문강사가 휴가중이었다. 그런데 광안리서핑학교에서 보디보드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이지훈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가능합니다.(참 희한한 것도 잘 알고 찾으시네요)"라고 흔쾌히 말했다. 이 대표는 해양레포츠의 메카로 발돋움하는 부산에서 아직 대중화가 되지 않아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종목을 찾아내 전화를 하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장비도 있고, 강습도 가능하다고 했다. 단, 파도가 세야 제맛이란다. 파도가 센 날은 아무래도 날씨가 궂은 날. 비가 예보된 날로 D-데이를 잡았다.

"비가 와도 보디보드를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아시죠?" 이전에 SUP(스탠드업 패들 보드) 강습을 받으며 날씨 걱정을 했던 것이 기억났든지 이 대표가 확인을 해 줬다.

사실 서핑은 일어서기가 힘들었고, SUP는 그나마 쉬웠지만 균형을 잃어 몇 차례 물에 빠졌다. 쉽게 생각했던 웨이크보드는 '부상'이 안돼 온몸에 힘만 들어가 결국 다음날 몸살을 앓았다. 그런데 엎드려서 하는 서핑이라니. 대박!


■물장구 치고 팔로 패들링

해변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해수욕철이라 해양 레저 활동은 한쪽 귀퉁이에서만 가능했다. 서핑이야 보드가 강화플라스틱이나 나무 소재로 해수욕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지만, 사실 카약같은 종목은 아예 먼 곳으로 나가고, 보디보드는 스티로품이라 고무튜브와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어쨌든 규제는 한단다.

그래도 날씨가 궂어 입욕객이 없으니 해양경찰의 양해 아래 가까운 해변에서 보디보드를 체험했다. 우선 보드에 왁스를 칠했다. 왁스는 손을 잡는 보드의 코(노즈) 부분과 옆 날개 부분, 배와 맞닿는 아랫 부분에 충분히 발라줘야 한다고 이지훈 대표가 설명했다.

보디보드용 보드는 키와 같은 부가 장치 전혀 없어 보더가 직접 엎드려서 방향을 정하고 운행해야 한다. 그래서 바다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왁스를 바르는 것이다. 기본 자세는 서핑보드에서 파도를 처음 탈 때와 마찬가지로 엎드려서 상체만 드는 상태를 유지한다. 방향 전환은 한쪽 팔을 들어 보드의 한쪽을 잡고 누르면 가능하다. 핀을 신은 발은 백조의 발처럼 물밑에서 쉴새 없이 움직여야 파도를 따라잡을 수 있다.

모래밭에서 엎드려서 하나~ 둘~, 하나~ 둘~, 손으로 패들링 연습과 핀으로 물을 박차는 연습을 했다. 핀을 신을 때는 전용 양말을 신으면 더 편하다고 한다. 이제는 바다로 갈 차례. 그런데 바다로 가는 길이 멀다. 발에 신은 핀이 바닥에 끌려 진전이 더딘 것이다. 이 대표가 뒤로 돌아보라고 했다. 뒤로 걸으니 한 결 수월했다. 이 대표는 뒤로 걷거나 오리처럼 한쪽 발을 크게 원을 그리며 뒤뚱거리며 걸으면 편하다고 했다. 정말 양반걸음처럼 다리를 쩍 벌린 후 크게 한 발을 회전하며 걸으니 걸을만 했다. 광안리는 한참을 걸어 들어가도 수심이 얕았다.


■광안리 해변의 '아비'가 되다

무릎 정도의 높이가 되자 패들링과 발차기를 해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래봐야 어른 허벅지 정도의 수심. 이 대표가 해변 쪽으로 방향을 잡으라고 말했다.

"자, 뒤를 보세요. 파도가 오죠. 골라야 합니다. 크고 힘이 좋은 파도로." 이 대표가 신호를 보냈다. 있는 힘을 다해 발을 휘젓고 팔을 저어 해변쪽으로 갔다.

어느 순간 파도가 몸을 들어올리더니 보드에 실린 몸이 쏜살같이 해변으로 나아갔다. 짧지만 강했다. 해변까지 밀려 가 엎드려 있는데 자꾸 웃음이 나왔다. 흡족했다.

다시 바다 쪽으로 걸어갔다. 무릎 정도의 수심까지 걸어가려고 해도 20m 정도는 족히 걸어야 했다. 그런데 큰 파도가 밀려오니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다.

보디보드는 초보자도 쉽게 파도를 탈 수 있는 해양레포츠다. 이 대표가 육상에서 보디보드의 방향 전환 요령을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이 대표가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이 스포츠의 장점은 잠수가 가능한 것입니다. 큰 파도가 오면 피하지 말고 그냥 엎드리면 파도가 지나갑니다. 오리처럼 물밑으로 들어가세요."

오직 보디보드에서만 할 수 있는 '덕다이브'였다. 큰 파도는 자꾸 밀려오고, 목표 지점엔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그럴 땐 그냥 잠수를 해서 파도를 뚫고 지나가면 됐다. 잠수가 뛰어난 물새 아비처럼. 아비는 꽤 오랫동안 잠수를 할 수 있는 새인데 아마 사람이 아비의 흉내를 내 이 동작을 만들었나 보다.

아무리 좋고 실한 파도라도 두 개가 동시에 오는 것은 피하라고 했다. 멀리서 보기에도 듬직한 파도가 온다. 힘껏 핀을 저어 추진력을 내고, 손으로 패들링을 해서 파도를 탔다. 파도를 탄 보드는 기분좋게 해변을 향해 질주한다. 실력이 조금 쌓이면 파도를 옆으로 타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광안리는 해수욕철이 끝나는 9월부터 서핑이나 보디보드를 해수욕장 전역에서 맘껏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동작을 익히고, 촬영도 끝냈다. 해변에 가만히 엎드려 일어나지 않는 기자를 보고 이 대표가 말했다. "파도가 좋으니 더 타세요. 이런 파도가 흔치 않아요." 더 타고 싶은 속내를 들켰지만 몸은 어느새 뒤뚱뒤뚱 바다로 또 걸어가고 있었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TIP

첫 시도에 파도를 탄 이재희(사진 왼쪽) 기자를 광안리 서핑학교 이지훈 대표가 뿌듯한 표정으로 지켜 보고 있다. 강원태 기자
보디보드의 고향은 하와이로 알려졌다. 1970년대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던 사람이 고안했다고 한다. 보디보드용 보드는 작고 가볍다. 길이가 1m 정도로, 전용 가방에 넣어 어깨에 매면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다만, 바다로 나갈 때라면 옆구리에 끼는 편이 안전하다. 파도는 무게가 아니라 면적에 작용하기 때문에 몸 앞으로 들고 가다가 큰 파도를 맞으면 뒤로 넘어진다.

보디보드를 즐길 때 필요한 장비는 전용 보드와, 핀(오리발), 양말이 전부다. 양말은 신을 때와 안 신을 때의 차이가 크다. 핀을 격렬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발 피부가 상할 수 있고, 모래나 조개껍질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보드와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끈(리쉬)은 필수장비, 주로 손목에 연결한다. 바다에서 보드가 뒤집어지거나 깊은 물에서 보드를 놓쳤을 때 유용하다.

보드 크기는 작지만 SUP보드나 서핑보드처럼 올라타거나 앉을 수 있다. 다만, 부력이 작아 올라앉는 것이 쉽지 않다. 몸이 무겁다면 균형을 잡기가 더 힘들다.바다로 나가기 위해서는 몇 차례의 큰 파도에 맞서거나 이를 뚫고 나가야 하는데, 이때 '덕다이브' 기술이 요구된다. 덕다이브 기술은 오리처럼 머리를 먼저 집어넣고 물속에 들어가는 입수법을 일컫는다.파도를 탔다면 어깨와 손을 이용해 방향을 바꾼다. 운행도 쉽다. 파도가 점점 거세지는 계절일수록 보디보드는 더 흥미롭다. 전용 슈트를 갖추면 겨울에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이재희 기자


■보디보드 배우는 곳

부산 광안리서핑학교 051-753-2746

xgamekorea.co.kr

부산 송정서핑학교 051-704-0664

surfschool.co.kr

대한서핑협회 051-746-3753

www.ksasur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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