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랑 앞바다 양태 카약피싱] "히트!" "히트!"…동해 바다 양태 잔치에 시간 가는 줄 몰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루어꾼 장창기 씨가 부산 기장군 임랑앞바다에서 피싱카약 '누카누'를 타고 루어로 잡은 50㎝ 길이의양태를 들어보이고 있다. 카약 앞쪽에 탄 부경조구협회 김선관 회장도 마마웜 채비를 써서 굵은 양태를 마릿수로 걸어냈다.

올 초 카약을 타고 제주해협을 횡단하는 동호인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이 작은 배는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당시 카약에서도 낚시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카약을 타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다. 그것도 최근 부쩍 느는 추세란다. 길이 7m, 너비 50㎝ 정도의 작은 피싱카약에 의지에 물고기를 쫓는 사람들. 직접 노를 저어 물고기가 있는 연안 포인트를 샅샅이 누비니 조황이 좋을 수밖에 없다. 피싱카약 동호인들과 카약을 타고 기장 임랑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악어 고기' 양태를 떼로 만나고 왔다. 오래된 유행가 '밤배'가 콧노래로 절로 나왔다.


■무섭지도~ 않은가 봐

부산 기장군 일광면 동백항에 도착한 것은 새벽이었다. 피싱카약인 '누카누'를 애지중지하고 같은 이름의 인터넷 카페 '누카누'를 운영 중인 닉네임 '바다'의 장창기 씨가 경주에서 달려 왔다. '카약왕'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닉네임 '허보고' 허성준 씨도 카약을 두 대나 싣고 왔다. 포인트 안내를 맡은 조구업체 야마리아 필드스태프 '타이슨' 이승호 씨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 도착했다.

카약 낚시가 시나브로 퍼지고 있다. 카약은 복원력이 뛰어나지만 폭이 좁아 잘 뒤집어진다. 이 때문에 낚시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피싱 전용으로 만든 카약은 폭이 1m나 돼 안정성이 있다. 하지만 카약을 막상 바다에 띄워 놓고 보니 옆에 정박된 어선에 비해 너무 보잘것없었다.

'이런 배로 파도가 만만찮은 동해에서 낚시를 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밀려와 허 매니저에게 물었다. "파도가 거세면 어떻게 하죠?" "일반 어선이랑 똑같습니다. 파도가 많이 치면 못 나가고요. 그렇지 않으면 다 나갈 수 있습니다."

연안에서 하는 낚시라서 날씨가 조금이라도 나빠질 경우 곧바로 철수한다고 그는 말했다. 피싱 카약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노(패들)는 물론이고 건전지 동력도 이용해 이동에 큰 불편이 없단다.

최대 290㎏의 무게를 실을 수 있으니 성인 두 명과 아이 한 명 정도는 거뜬하다. 몸피가 대단한 이 씨가 1인용 피싱카약 '바이킹'을 타고 거침없이 항구를 빠져나갔다. 기자와 허 매니저가 탄 누카누 프론티어 모델은 노와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 동력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뒤를 따라갔다.


■작은 노를 저어 저어~

동백항에서 임랑해수욕장까지는 육로로도 4㎞ 정도 된다. 애초 슬로프를 이용할 생각으로 동백항에서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무게 35㎏ 정도의 카약은 어른이 달랑 들 수 있었다. 임랑해수욕장 해변에서 바로 바다에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괜한 고생을 했다. 하지만 칠암방파제의 야구등대나 물질하는 해녀들을 보며 천천히 항해하는 맛은 차에서 느낄 수 없는 풍경이었다.

이 씨는 임랑을 고집했으나 장 씨가 슬로프가 있는 동백항을 추천했다고 했다. 이 씨는 3대의 카약 중 유일하게 노를 저어 왔으니 불만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바다 위에서 일출을 보면서 임랑해수욕장 앞바다에 도착했다. 해수욕객은 없었다. 붉은 빛이 도는 바다에 채비를 던졌다. 이 씨가 먼저 "히트!"라며 기분 좋은 탄성을 질렀다. 낚싯대가 묵직하게 휘어지더니 속전속결로 35㎝가량의 양태 한 마리를 걸어냈다.

누카누 선장 장 씨와 함께 탄 부경조구협회 김선관 회장도 입질을 받았다. 김 회장과 장 씨는 지그헤드 타입의 채비에 5인치 웜을 사용하여 씨알이 굵은 양태를 계속 잡아냈다. 특히 김 회장은 '콘돌헤드'라는 지그헤드를 이용해서 52㎝ 크기의 양태를 연이어 잡아냈다. 장 씨의 카약에 달린 어군탐지기가 도움을 줬나? 첨단 장비가 살짝 부러웠다.

허 매니저의 카약에 탄 기자의 낚싯대도 입질이 왔다. 당기는 힘이 무척 센 30㎝ 정도의 양태였다. 카약 운전을 맡은 허 매니저가 사진을 찍는다기에 여유를 부리며 포즈를 취했는데 그만 바늘털이를 하더니 물속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럼에도 입질은 계속됐다.

낚시인들은 흔히 양태를 악어 닮은 고기라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가미와 등에 가시가 만만찮다. 꼬리에도 돌기가 나 있다. 최대 1m까지 크는데 얼굴은 납작하고 흉측하게 생겼다. 하지만 신선한 양태 회맛은 탁월했다.


■아아~가지고 싶은 배

고요한 바다에서 '쪽배 낚시'가 계속됐다. 야마리아 스태프 이 씨는 아예 양발을 물에 담그고 편하게 앉았다. 허 매니저의 말로는 그렇게 앉으면 배가 훨씬 안정감이 있단다. 발이 시원한 것은 물론이다.

적조와 냉수대가 이중으로 닥쳐 임랑 앞바다는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카약에서 던진 루어에는 양태가 줄줄이 올라왔다. 가끔 '뿍~뿍' 소리를 내며 성대가 올라오기도 했다.

장 씨가 탄 누카누는 폭이 넓어 안정감이 있었다. 스탠딩 캐스팅이 가능할 정도였다. 이날 몸무게가 만만찮은 성인 두 명이 탔지만 부력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누이트들이 추운 북극 바다에서 낚시나 사냥을 할 때 사용했던 게 카약이니 오죽할까. 카약의 원조는 피싱카약이 맞을 것 같다.

기자는 큰 미끼를 던져서 몇 번 실패했기에 지그헤드 채비에서 캐롤라이나 리그 채비로 바꿨다. 이 씨가 작은 바늘과 쏙을 닮은 루어를 빌려줬다. 던지자마자 이내 입질이 왔다. 하지만 씨알이 잘았다. 계속 고기가 물자 해가 중천에 솟은 것을 몰랐다. 배가 고파 철수했다.

돌아갈 때는 이 씨 혼자 노를 젓게 할 수 없어 두 대의 카약을 묶었다. 동력에 의지하니 카약 두 대는 기분좋게 속도를 냈다. 이 씨의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꿰미에 줄줄이 엮인 몬스터급 양태도 그를 기분좋게 했다.

동백항에 도착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무래도 김 회장과 장 씨가 탔던 카약에서 덩치 큰 양태가 많이 잡힌 듯했다. 기자의 조과는 상대적으로 초라했다. 굵은 미끼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카톱을 해서 자동차에 실려가는 피싱카약을 보며 '지름신'이 머리끝까지 오른 것을 며칠이나 참느라 끙끙댔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TIP

한 어종 다른 이름


임랑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카약을 타고 잡은 고기는 두 종류다.

양태와 성대. 양태는 얼굴이 납작하고 못생겼지만 맛이 좋다. 이맘 때면 연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잡을 수 있어 그런지 친근한 이름이 많다. 경상도에서는 낭태라는 이름이 더 귀에 익다. 전라도에서는 양태나 낭태라고 하면 "먼 괴기?"라고 반문한다. 전남에서는 짱태가 옳다. 서해안 지역에서는 장대라고 해야 금방 "아, 그 고기"라고 답한다.

양태는 수컷보다 암컷이 크다. 수컷은 길이 20㎝ 이하인 반면에 암컷은 50㎝ 이상이다. 감성돔과 같이 자라면서 성전환을 하는 것이다.

청색 무늬의 지느러미가 독특한 성대도 '달갱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성댓과의 가시달갱이나 달강어와 혼돈해서 그런 모양이다. 도감을 놓고 봐도 구별이 쉽지 않다. 사실 성대보다 달갱이라는 이름이 더 풋풋하다.

누구에게나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 친한 친구의 별명, 아호도 그런 경우일 테다. 눈볼대보다는 빨간고기가 더 맛있어 보이고, 전갱이보다는 매가리가 더 정겹다. 감성돔은 감씨, 볼락은 뽈라구. 내가 불러 좋을 이름이면 자주 부르고 싶어진다. 이재희 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