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과 교수들, 스크린 독과점 문제 심각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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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의 영화과 교수들이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한국 영상산업 질서를 심각하게 무너뜨리고 있다며 조속한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관규(부산대) 정재형(동국대) 김이석(동의대) 교수 등 전국 26개 대학 53명의 교수는 25일 성명을 통해 "CJ, 롯데 등 대기업이 개봉하는 특정 영화들의 스크린독과점이 상식의 수준을 넘어서 영화산업 전반의 질서를 붕괴시키고 있다"며 "그 결과 소수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며 전체 한국영화는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국 2천여 개 스크린 중 지난 4월 상영된 미국 영화 '아이언 맨 3'(최대 1천381개), 5월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1천341개) 등 두 작품을 독과점의 본보기 사례로 꼽았다.

성명은 이어 "이러한 독과점 현상을 스크린 수가 아니라 상영회수와 객석 점유율로 따지면 약 80%에 육박한다"며 "상당수 한국영화는 제작되어도 상영할 공간이 없고, 상영되더라도 관객이 찾지 않는 아침과 밤에 교차 상영되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성명은 또 "이로 인해 산업적으로 뿐만 아니라 소수의 영화가 다수의 스크린을 독점,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박탈당하면서 다양성 문화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약자인 다수 영화를 보호하고 관객의 영화적 다양성을 수호하기 위해 특정영화의 스크린독과점을 제한해야 한다"며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영비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관객의 선택권과 접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한국만큼 관객의 볼 권리가 침해당하는 사례는 없다"며 "프랑스는 12개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하는 복합상영관은 하나의 영화를 최대 2~3개의 스크린에서만 상영할 수 있고 미국의 경우 흥행 대작이라도 전체 스크린 수의 20% 정도에서 상영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전국 대학의 약 100여개의 영화·영상 관련 학과에서 매년 4천 명이 넘는 청년 영화인들이 졸업하지만 스크린 독과점 상황 하에서 그들의 꿈은 학교 문을 나서면서 곧 절망으로 바뀐다"며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그 도를 넘어섰으며 규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법 개정 촉구 배경을 설명했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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