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단 지나는 지사천, 생명체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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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본사 취재진과 환경단체회원들이 부산 강서구 녹산동 지사천 중류에서 생태조사를 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지사천은 부산 강서구 지사동에서 발원해 9.2㎞를 달려 둔치도 앞에서 조만강과 만나 서낙동강과 합류한다.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지사과학단지와 명동·미음경제자유구역을 지나는 중요한 하천이다.

그 지사천이 신음하고 있다. 깨끗하게 정비는 됐다고는 하지만 생명이 깃들일 여지는 좀체 찾기 힘들어 보인다.


■바닥에 돌 깔아 생명 쫓아

본보 취재진은 17일 오후 2시께 부산 강서구 녹산동 지사천을 찾았다.

환경단체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과 김범수 운영위원, 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강호열 사무국장, 학장천살리기 주민모임 강미애 공동대표와 함께 찾았다.

정비 후 강바닥 모래 대신 자갈
상류구간 동·식물 살기 부적절
중류엔 시멘트 머금은 흙 범벅
붕어·미꾸리 등 사체 '둥둥'

4천여 세대 주민 인근 입주 예정
생태하천 복원 손길 '시급'

상류로부터 2㎞ 가량은 바닥에 깨끗하게 돌이 깔려 있었다. 강 옆으로는 3m 가량 높이로 돌을 쌓았다.

겉으로는 깨끗한 모양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정은 달랐다.

정비된 길을 걷는 동안 치어 한 마리 구경하지 못했다. 이 실장은 "최근 3년 간 지사천 상류의 생태 환경 조사를 해왔지만 한 번도 물고기가 발견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강 대표도 "학장천은 4급수이지만 떡붕어, 붕어, 갈겨니 따위가 있다. 지사천은 물이 맑지만 물고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지경이 된 이유로 강 양쪽의 담벼락을 지목했다. 담 각도는 70도는 족히 돼 보였다. 식물이 살기에는 너무 가팔랐다. 이 실장은 "식물이 살려면 20~30도가 이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계의 기본인 수변 식물이 없고 강바닥마저 모래가 아닌 돌이 깔려 생물이 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시멘트 범벅, 물고기 둥둥

중류인 명동교를 지나자 지사천의 원래 모습이 나타났다. 강 주위로 풀이 자라고 바닥에도 모래가 보였다. 강 국장은 "확실히 생명체가 살기에는 좋은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생태조사를 위해 뜰채와 그물을 들고 강으로 내려가자 주민들이 막아섰다. 물고기를 잡는 줄 알았던 것이다.

생태조사를 왔다고 하자 주민은 "왜 이제야 왔냐"며 "비 오는 날에는 시멘트 가루를 머금은 물이 잔뜩 흘러 물고기를 잡아도 냄새가 나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의 말처럼 강의 양 옆쪽에는 회색흙이 잔뜩 쌓여 있었다. 돌로 긁어내자 5㎝ 정도의 두께로 쌓여있던 시멘트 흙이 부서졌다.

수초들이 자라는 흙도 마찬가지. 수초들을 뽑자 흙이 드러났다. 다들 시멘트를 머금은 듯 회색빛이었다.

돌을 들추어 본 이 대표는 "저서생물군(강 바닥에서 사는 유충 등)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 생물이 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시멘트 흙이 퇴적된 길을 따라 걷자 죽은 붕어와 미꾸리들도 보였다.

강에 들어가 탐사를 한 이 실장은 "시멘트가 강한 알칼리성이라 물고기가 살아남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수초 사이 사이에 죽은 물고기 시체들이 많다"고 밝혔다.

강에서 5㎞ 정도 떨어진 산에는 수십대의 레미콘 차량에 적재물을 가득 실은 채 이동하고 있었다. 파헤쳐진 채석장이 흉물스러웠다.


■4천 세대 입주, 발등의 불

지사천 상류를 정비한 곳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다. 지사과학산업단지를 만들며 2006년에 완공했다. LH 관계자는 "환경평가에서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담당자가 바뀌고 시간이 많이 지나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사과학산업단지의 수질오염 문제는 강서구청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소관이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경제자유구역청이, 일반 오수에 관한 내용은 강서구청이 담당한다.

경제자유구역청 기업환경과 관계자는 "시멘트회사에서 나오는 폐수 시설에 대한 점검은 하고 있다. 하지만 시멘트가루가 날리거나 운반 중 생기는 시멘트에 대해서는 마땅히 규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지사천은 이제 4천 세대가 들어와 주거 중심이 되어야 할 하천인 만큼 생명이 살 수 없는 상태로 유지돼서는 안 된다.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강서 지사천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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