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꽃보직' 연예병사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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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인 보직, 또는 별로 하는 일 없는 편안한 보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꽃보직'이다. 군 복무 중인 사병들에게 꽃보직은 후자의 의미다. 2010 국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군복무 중인 장군의 아들이 꽃보직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육군 사병으로 복무 중인 현역 장성의 아들 32명 중 복지지원병·시설관리병·배차병 등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은 보직이 11명(34%)으로, 군 평균(5% 정도)을 크게 웃돌았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2011년 국방부가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고위직 아들도 상대적으로 꽃보직이 많았다. 청와대 수석급 이상의 자녀 가운데 군 복무 대상자 11명 중 무려 9명이 행정·정보 등 편한 보직으로 병역의무를 필했거나 복무 중이었다. 행정부 장·차관 자제들도 대상자 37명 중 꽃보직 복무 기록이 있는 아들은 15명(40.5%)이었다.

또 다른 꽃보직이 '연예병사'다. 정식 명칭은 국방홍보지원대원이다. 사회에서 영화배우, 개그맨, 가수, MC 등으로 활동하다 입대한 사람 중에서 선발된 병사로 1996년에 생겨났다. 올해 초 군복무 중인 가수 비(본명 정지훈)가 '나흘에 한 번꼴'로 휴가나 외박, 외출을 나가 톱스타와 '밀회'를 즐겼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군 복무 여건의 '공정성' 문제를 촉발시켰다.

국방부가 18일 특혜 논란과 복무 규정 위반 등이 끊이지 않았던 연예병사 제도를 폐지키로 결정했다. 보직만을 놓고 군 복무가 '편하다, 힘들다'를 따지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누가 봐도 석연치 않은 관련 통계들과 연예병사의 일탈은 '백 없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준다. 물론 국방부는 "현역병 배치는 컴퓨터 추첨으로 공정하게 이뤄진다"고 해명한다. 그 말을 체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도 갈수록 특권이나 특혜로 비칠 수 있는 관행이 통용되지 않는 분위기다. 병역 의무가 있는 국가에서 병역의 공평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종규 수석논설위원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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