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 거대 로봇 vs 괴물… 어디서 본 듯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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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할리우드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로봇과 괴물의 대결은 '단골 손님'이다. 11일 선보인 길예르모 델 토르 감독의 '퍼시픽 림(Pacific rim)'도 그 중에 하나. 태평양에 외계 괴물이 나타나 지구를 파괴하자 인간들이 거대 로봇을 만들어 대결하는 SF물이다. 이런 작품을 감상하려면 다른 SF영화와 어떤 점이 달라졌고, 무엇이 진화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영화는 2025년을 배경으로 일본 태평양 연안의 심해에서 커다란 균열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괴물 '카이주'가 등장하면서 막을 올린다. 이 괴물은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러시아, 호주 등 태평양에 접한 국가들을 초토화시키며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다.

여전한 미국 우월주의 '눈살'
뇌파로 로봇 조종 기발한 발상


비상사태에 돌입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인류 최대의 위기에 맞서 지구연합군을 결성하고 메가톤급 초대형 로봇 '예거'를 만든다. 높이 80m를 자랑하는 이 로봇은 상상을 초월하는 슈퍼 파워와 인간의 뇌파를 통해 동작을 인식하는 최첨단 무기다. 이제 예거를 조종하는 최정예 파일럿들과 괴물 카이저의 불꽃 튀는 대결이 시작되는데 과연 이들은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환태평양'을 뜻하는 제목이 암시하듯 영화는 태평양 주변국가들이 외계 괴물에 의해 초토화되는 소위 'SF 공식'을 그대로 옮긴다. 괴물은 더욱 무시무시해졌고 바다와 육지를 파괴하는 힘은 한층 강력해졌다. 결국 인간이 개발한 로봇이 이 괴물을 물리치고 지구를 수호한다는 것인데 일단 시간 때우기 식의 '팝콘 무비'로선 무난하다.

그러나 이 작품을 보노라면 어디서 본 듯한 냄새가 풀풀 난다. 다시 말해 '트랜스포머' 같은 작품과 많이 닮았다는 지적이다. 거대 로봇이 주인공인데다 악을 물리치고 지구 수호의 일등공신이 되고 이 과정에서 로봇과 소통의 역할을 담당하는 잘생긴 남자 배우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괴물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하는 '미국 우월주의'는 여전하다.

물론 '진화'한 점은 많다. 무엇보다 '드리프트'라는 기술은 참신하다. 로봇 안으로 들어가 인간의 뇌파를 이용해 로봇을 조종하고 괴물과 싸운다는 것은 기발한 발상이다. 또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여러 색깔의 줄로 이어 가는 모습은 로봇이 주인공인 작품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구성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로봇 '예거'는 독일어고, 괴물 '카이주'는 일본어로 작명됐는데 묘하게도 두 나라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인데 극 중에선 서로 맞붙게 했다. 감독이 은연중 이들 나라를 조롱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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