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참극 부른 '인터넷 정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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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상에서 벌어진 정치적 논쟁이 결국 살인으로 비화됐다.

온라인상의 논쟁이 발단이 돼 30대 청년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동갑내기 여성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인터넷에서 자신을 조롱하고,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려 한다는 이유로 온라인 논객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백 모(30)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만난 적 없는 동갑내기 남녀
국정원 사건 등 격렬 논쟁
성적 비하 등 '감정의 골'
광주에서 부산까지 와 범행
30대男 살인 혐의 검거

백 씨는 지난 10일 오후 9시 10분께 해운대구 반여동 모 아파트 김 모(30·여) 씨의 집 앞 계단에서 외출하러 집을 나서는 김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다.

전남 광주에 사는 백 씨가 부산에 온 것은 지난 5일. 백 씨는 그때부터 이미 살인을 결심하고 김 씨 집 주변을 답사하기 시작했다. 또 S 채팅사이트에서 로그인·로그아웃 시간 등을 체크하면서 김 씨의 외출 패턴도 파악했다. 김 씨는 D 사이트 채팅방에서 백 씨에게 집주소와 S 채팅사이트 아이디를 알려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발생 뒤 경찰은 CCTV 70개, 인근 차량 블랙박스 174대 등을 분석해 백 씨를 특정하고 탐문수색을 벌여, 16일 오후 9시 45분께 연제구 한 모텔에서 백 씨를 검거했다. 백 씨는 일주일 동안 D 사이트에 올린 자신의 글을 지우며 이곳에서 숨어 지냈다.

경찰은 백 씨와 김 씨가 인터넷 D 사이트의 '정치·사회' 게시판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최근엔 남북관계, 국정원 사건 등으로 논쟁을 벌이는 등 충돌이 잦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백 씨와 김 씨는 2010년 즈음부터 D 사이트 정치사회 게시판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경찰은 이들이 초기엔 진보적 성향을 띠며 강한 결속력을 보였다고 전했다.

논리적인 글과 뛰어난 외모로 사이트 회원들 사이에 '여신'으로 불리던 김 씨가 지난해부터 보수적인 성향으로 돌아서면서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9월 백 씨가 김 씨에게 성적 비하 표현을 하는 바람에 길거리에서 사과 대자보를 써 붙이고 이것을 사진으로 찍어 D 사이트에 올리며 용서를 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김 씨의 지명도는 더욱 커졌고, 두 사람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경찰은 김 씨와 백 씨가 모두 수년간 일정한 직업 없이 인터넷에 빠져 지내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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