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선회 조리사 자격제도를 신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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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제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

생선회를 일본 음식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초밥 위주로 먹는 초밥 식문화이다. 세계에서 생선회의 소비는 우리나라가 가장 많다. 이러한 사실은 두 나라 도시의 간판 종류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은 초밥 간판이 많은 반면 우리는 생선회 간판 일색이다. 우리나라는 생선회 종주국이고, 부산은 우리나라 생선회 대표도시다. 부산이 세계의 생선회 식문화를 주도해야 하는 것이다.

생선회가 원인식이 되어서 발병되는 비브리오 패혈증 발병 환자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제3군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된 2000년 이후 최근까지 연평균 55.9명이다. 일본은 연평균 발병환자수가 약 20여 명이다. 두 나라의 인구수(한국 약 5천만 명, 일본 약 1억2천만 명)를 감안하면 우리가 일본보다 발병 환자수가 6.7배나 많다. 이런 현상은 관계기관의 정책 부재는 물론 전국에 7만∼8만 여개소나 되는 생선 횟집과 일식집에 종사하는 조리사들이 생선회의 '위생적인 조리방법'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복어독(테트로도톡신)은 극미량으로도 인명피해가 생길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독소다. 이 때문에 복어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복어조리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이 자격증 합격률이 20%도 안 될 정도로 어려운 것은 사람의 생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의 복어독에 의한 연평균 사망자수는 2.9명이고, 치사율은 약 30%다. 반면에 2000년 이후부터 2011년까지의 12년간 생선회가 원인식이 되어서 연평균 비브리오 패혈증에 의한 사망자수는 26.1명이고, 치사율은 47.3%다. 생선회를 먹고 비브리오 패혈증에 의한 사망자수가 복어독에 의한 사망자수보다 9배나 많고 치사율도 높은 것이다.

필자가 수년 전에 생선회 국가조리사 자격증 제도를 신설하기 위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필요성을 발표한 적이 있다. 한식과 일식을 전공하는 교수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한식과 일식 조리사 자격증 시험에 생선회도 들어가므로 신설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 한식조리기능사 및 일식조리기능사의 출제기준에서 생선회가 차지하는 비율은 두 종목 모두 20개의 주요항목 중에서 1개 항목으로 5% 밖에 되지 않는다. 부산은 우리나라 생선회 대표도시다. 그렇다면 부산 생선회의 위생 실태는 어떠한가? 생선회가 원인식이 되어서 발병한 전국의 비브리오패혈증 발병 환자수는 2010년 73명(12명), 2011년 51명(5명), 2012년 67명(6명)인데, 괄호 속은 부산에서 발병한 환자수다. 부산 인구를 약 4백만 명으로 보면 부산의 인구비율은 전국 인구(약 5천만 명)의 8%인 반면, 비브리오 패혈증 발병 환자수로 보면 부산은 전국 환자수의 9∼16%나 된다.

우리나라 생선회 대표 도시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부산 생선회는 비브리오 패혈증을 비롯하여 위생적으로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부산 생선회를 특화시킬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날 것으로 먹는 생선회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위생적으로 조리할 수 있도록 생선회 조리사 자격증 제도를 생선회 대표 도시인 부산에서 먼저 도입해야 한다. 생선회 조리사 자격제도 도입은 우리 생선회식문화의 과학적인 체계화를 앞당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활어회의 세계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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