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옥의 시네마 패션 스토리] ①샤넬과 스트라빈스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블랙과 화이트 자체로 완벽한 아름다움이다"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중 담배를 피우는 샤넬.

영화는 패션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예술장르다. 영화 소재로 패션이 차용되기도 했지만 영화 속 패션은 그 자체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영화와 패션의 묘한 동거 이야기를 풀어본다.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

20세기 여성패션의 혁신가로 추앙받는 코코 샤넬의 명언이다. 샤넬을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 중 하나가 얀 쿠넹 감독의 '샤넬과 스트라빈스키'다. 지난 2011년 개봉된 프랑스 영화로, '봄의 제전'을 작곡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와의 열정적인 사랑을 다뤘다. 샤넬은 말년에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스트라빈스키와 특별한 관계였다고 고백했는데, 이를 토대로 영국 작가인 크리스 그린홀즈가 '코코와 이고르'라는 소설을 썼고, 나중에 영화로 제작됐다.

소설과 영화는 두 사람의 스캔들을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증폭시켰다. 하지만 샤넬 측은 이에 대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과 함께 시작된다. 러시아혁명으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스트라빈스키와 가족을 샤넬이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면서 '한 지붕 아래의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삼각관계가 형성되는데, 이것이 영화의 골격을 이룬다. 두 사람은 정신적인 교감과 관능적인 사랑을 나누면서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영감에 서로 큰 영향을 주지만 정작 영화는 이들의 사랑을 완결시키지 못한 채 끝을 낸다.

영화는 흥미롭지만, 스토리보다 비주얼한 배경과 인물 묘사, 그리고 감칠맛 나는 대사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샤넬의 대사 중 "여자들은 모든 색깔에 대해 생각하지만, 사실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로 충분하다. 그것 자체로 완벽한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라는 대목은 샤넬 패션의 고갱이를 지칭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영화는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인 장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달랐다. 배우들의 의상에 더 많은 정성을 쏟은 것이다. 실제로 샤넬 측은 샤넬의 소장품을 전격적으로 협찬했고 샤넬의 최고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드는 소장품에 없는 의상을 직접 제작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샤넬은 1920년대 상류사회의 화려하지만 불편하고 비실용적인 패션 세계를 강하게 비틀었다. 이른바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실루엣의 세련미였다. 당시 남성의 종속변수로 치부된 여성을 독립적인 주체로 끌어올린 페미니즘 운동에서 샤넬의 역할은 지대했다. 긴 치마로부터의 탈출, 허리를 꽉 조인 코르셋으로부터의 해방, 심지어 남성 전용의 바지를 여성패션에 도입시킨 것도 그였다.

패션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조차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샤넬은 지난 1971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패션도 그의 시대의 종막과 함께 점차 잊혀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샤넬의 패션은 사라졌지만 샤넬 스타일은 영원히 남아 지금도 수많은 패션디자이너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

kojin1231@naver.com 



진경옥은 동명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다. 한국패션문화협회장, 한국패션조형협회장을 지냈다. '그녀들은 왜 옷을 입는가' '패션 인사이트' 등의 책을 썼고 2010년 국제패션아트비엔날레 작가상을 받았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