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네' 갓 출소한 아버지, 돈 찾으려 가족을 감금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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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네. 이웃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족은 '영원한 친구'다.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이기에 아무리 떼고 싶어도 쉽지 않다. 하지만 가족이라 해도 늘 평화롭지만은 않다. 때론 치고 박고, 때론 화내고 뿌리치기도 한다. 뭐 그러면서 정 드는 게 가족 아닌가. 그래서 우리네 가족은 영화의 단골소재다. 남기웅 감독의 '콩가네'도 사고뭉치 가족을 소재 삼아 미스터리 수사극으로 녹여 냈는데 저예산 영화 치곤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내 돈 500만 원 어디 숨긴 거야!

영화는 교도소에 수감된 가장 장백호(김병옥)가 집에 돌아오면서 막을 올린다. 출소한 그는 속초에 있는 집으로 돌아와 마중도 나오지 않은 아내를 화장실에 가두고 자물쇠를 채운다. 지방방송국 아나운서인 큰딸 숙희(심은진)는 자기를 좋아하는 피디에게 아버지가 일본에서 활동 중인 록커라고 거짓말을 한다. 대학생인 둘째 딸 애란(서효명)과 고3인 아들 영덕(김동)도 출소한 아버지를 불편하게 여긴다.

인간 말종 아버지와 사고뭉치 가족 이야기
'5인 5색' 배우들의 연기 호흡 볼거리
남기웅 감독의 연출 내공 돋보이는 저예산 영화


문제는 백호가 교도소에서 모은 돈 500만 원으로 국숫집을 차리려 하지만, 잔금 치르는 날 이 돈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가족들을 헛간에 감금하면서 비롯된다. 백호가 가족들을 심문하고, 갇힌 가족들은 돈의 행방에 대해선 오리발을 내민다.

그러면서 가족들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마트에서 일하는 아내는 바람을 피우는 중이었고, 큰딸은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다. 작은딸은 일곱 명의 남자와 다중연애를 하고 있었고, 아들은 결석을 밥 먹듯이 하고 있었던 것. 이틀 넘게 감금 조사했지만 돈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고, 그러는 사이 가족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는데 과연 이 가족은 온전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을까. 영화는 이렇듯 4년에 한 번씩 집에 돌아오는 가장의 국숫집 차릴 돈 500만 원이 통장에서 감쪽같이 사라졌고, 범인은 가족 안에 있다며 검거 작전을 펼치는 내용으로 버무려 낸다.

콩가네. 이웃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생 '기스' 나면 계속 난다

'대학로에서 매춘하다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란 긴 제목으로 장편 데뷔작을 만든 남기웅 감독은 이후 '우렁각시'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 등으로 독특한 영화세계를 인정받았다. 그의 신작인 '콩가네'는 어느 콩가루 집안 이야기지만 남다른 시선으로 가족을 바라다본다. 어찌 보면 이 집 가장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간 말종이다. 실컷 옥바라지했더니 출소하자마자 가족들을 윽박지르고 창고에 가두어 버리니 도무지 가장인지, 강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인생이 한번 기스가 나면 계속 난다'는 백호의 대사가 꽤나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도 재미있다.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듯 구성이 매끄럽다. 저예산영화임에도 불구, '싸구려 티'가 나지 않는다. 감독의 연출 내공이 녹아 있다는 얘기다. 물론 가정폭력의 미화나 여성 비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다.

■김병옥의 존재감 한껏 과시

무엇보다 연극적 요소가 강한 이 작품의 장점은 5인 5색인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 중심에 배우 김병옥이 있다. 극 중 장백호 역을 맡은 그는 20년간 연극 무대를 종횡무진한 정통파 연기자. 2003년 영화 '클래식'으로 충무로에 얼굴을 알렸고 이후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 '신세계' '감시자들' 등 각양각색 캐릭터를 소화하며 개성 강한 성격파 연기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의 존재감은 이 작품에서 만개한다. 여기에 윤다경, 심은진, 서효명, 김동범 등이 개성 넘치는 가족으로 출연해 거친 가장에 맞서며 맛깔스러운 조연 연기를 펼친다. 11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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