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이펙트' 남편 살해한 우울증 아내와 사건 파헤쳐 나가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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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이펙트. 누리픽쳐스 제공

스티븐 소더버그(50)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천재' 소리를 듣는 출중한 영화감독이다. 13세 때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그는 '섹스, 비디오 그리고 거짓말'(1989년)로 선댄스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 영화계에 화려하게 데뷔했으니 그런 말도 들을 만하다.

상업과 예술영화를 오가며 지금까지 60여 편의 영화를 매만진 그가 신작 '사이드 이펙트'(원제 Side Effects)를 내놓았는데 이걸 끝으로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어쩌면 그의 마지막 영화가 될지도 모를 이 작품은 '부작용'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암시하듯 우울증 약의 예기치 않은 부작용으로 일어난 살인 사건에 휘말린 네 남녀를 둘러싼 스릴러물로 포장됐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가정주부 에밀리(루니 마라)는 정신과 의사 뱅크스(주드 로)가 처방해 준 신약을 먹고 어느 정도 호전된다. 공허함도 없고 남편(채닝 테이텀)과의 섹스도 원만해졌다. 어느 날 한밤중에 멍한 눈으로 주방을 헤매는 에밀리는 약의 부작용인 몽유병 증세가 나타나고, 무의식 중 남편을 칼로 찔러 죽이고 만다.

경찰에 붙잡힌 에밀리는 아무런 기억을 하지 못한다. 감옥에서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약의 부작용이라며 자신의 무죄를 호소한다. 약을 처방한 뱅크스도 언론에 오르며 사생활도 무너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을 조사하던 뱅크스는 에밀리가 단순히 약의 부작용으로 살인한 게 아니라는 의심을 하게 되는데….

영화는 이렇듯 한 우울증 환자가 신약을 잘못 복용해 일어난 그 부작용으로 살인까지 저지르고, 약을 처방한 의사는 졸지에 누명을 쓰게 되자 탐정으로 변신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친다는 그럴듯한 상황을 긴장감 넘치게 스크린에 옮긴다.

사이드 이펙트. 누리픽쳐스 제공
사실 몸보다 마음이 아픈 현대인들의 삶을 반영하듯 이 작품에선 다양한 우울증 약이 등장하고 의사들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약을 추천한다. 어쩌면 불안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사이드 이펙트'는 소더버그 감독의 천재적인 구성과 뛰어난 연출력을 통해 이런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과 의사들의 무분별한 약 처방을 꽤나 호소력 있게 버무려 낸다.

특히 정신과 의사 뱅크 역을 맡은 주드 로는 후반부로 갈수록 본업인 의사보단 사건의 베일을 밝히는 탐정 역에 가깝다.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이들 속에서 누명을 벗고자 고군분투하는데 이익집단을 와해시키는 고도의 심리게임이 꽤나 인상적이다. 물론 영화의 뒷부분에선 다소 늘어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주드 로와 캐서린 제타 존스, 루니 마라의 기 싸움은 흥미진진하고 그 속에서 거듭되는 반전은 보는 이들에게도 치열한 두뇌싸움을 주문한다. 11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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