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최악 도시' 부산… 공공보건의료 바꾸자] 2부 : 부산의 공공보건의료 실태 점검 ① 부산시 보건의료 조직과 사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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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꼴찌냐고? 부산시 행정에서 건강은 뒷전이었으니…

부산의 보건행정은 예산과 조직 모두 열악해 시정에서 건강이 뒷전으로 밀려난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은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방문건강관리사업의 일환으로 보건소 직원이 가정을 방문해 고혈압, 당뇨병 등을 집중관리하는 모습. 부산시 제공

'부유하면 건강하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말이다. 이를 바꿔 표현하면 '가난하면 건강하기 어렵다'가 될 수 있다.

본보 '건강 최악 도시 부산' 시리즈는 지난 4주간 이 명제가 부산 시민의 안타까운 현실임을 통계로 확인했다.

이어 더욱 중요한 명제, 공공의 영역이 '가난해서 건강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건강을 건실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 예산은 1.2% 불과
담당 공무원 업무 최대 7개
열정적 의지 서울시와 대조
건강 발전 계획은 겉돌아
지역 특성 고려한 사업 절실


이젠 보다 세심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부산의 공공보건의료 시스템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공공보건의료 각 분야의 현장과 정책, 사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부산 시민의 건강 지킴이를 자처하는 부산시다. 부산시청 내 건강 관련 조직과 예산, 정책과 사업 등을 점검해봤다.


■부산시 '건강 헤드쿼터' 역할 부족

부산시는 복지건강국 내 건강증진과, 보건위생과 2개 과가 시민들의 '건강 헤드쿼터' 역할을 맡고 있다.

시민들의 일상적인 건강 예방·관리 사업을 주로 하는 건강증진과는 △건강정책 △지역건강관리 △방문건강관리 △정신건강관리 등 4개 계로 나뉜다.

민간 의료기관을 포함한 의약업소 관리와 감염병, 식품위생 등을 담당하는 보건위생과는 △보건정책 △의약정책 △의료관광 △감염병관리 △위생정책 △식품안전 등 6개 계로 세분화된다.

그리고 60명 남짓의 공무원이 건강증진·보건위생과에서 근무한다. 이들이 맡고 있는 업무는 한 명이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6~7개에 이른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기관에서 하달되는 사업을 수행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공무원 1인이 수행하는 업무는 더 늘어난다.

서울시와 비교해보면 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서울시는 우선 복지건강실 내 건강 정책을 전담하는 보건정책관이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보건정책관 산하에는 △보건의료정책과 △건강증진과 △식품안전과 △생활보건과 △동물보호과 등 5개 과가 설치돼 있다.

각 과에는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7개의 팀이 배치돼 있고, 이들 공무원의 수도 130여 명에 이른다. 부산시청 보건조직의 배가 넘는 수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외식업위생팀이나 어르신건강증진팀, 시립병원운영팀 등 한결 세분화되고 전문성을 담보한 팀 구성을 중심으로 했다는 점이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서울시의 경우 건강 분야 시정 의지가 부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이다"면서 "시민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만큼 시정에서도 많은 예산을 투입해 권역별 거점병원이나 보건소, 민간의료기관을 활용해 체계적인 공공보건의료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가 만사(萬事)라 했거늘…

게다가 부산시가 오는 10일자로 시청 내 복지건강국에 한해서 진행될 조직 개편은 공공보건의료 보완의 관점에서 시정 발전에 오히려 역행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시는 건강증진과의 명칭을 보건관리과로 바꾸고, 보건위생과 또한 식품의약안전과로 변경해 칭하기로 했다.

기존에 보건위생과에 속했던 감염병관리계와 방역 업무는 새로운 보건관리과로 이동하게 된다.

또 지난 3년간 건강증진과장을 맡았던 김종윤 과장은 복지건강국 내에 새로 신설하는 장애인복지과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그리고 새로운 보건관리과에는 보건과는 전공이 다른데다 올 연말에 퇴직을 앞둔 현 고령화대책과장이 내정돼 있다.

부산시 한 공무원은 "부산의 사망률과 평균수명 통계가 가장 나빴던 2008년 이후 '건강도시 부산 중장기 발전계획' 등을 만들고 나름 착실히 사업 수행을 해왔던 건강증진과장을 갑자기 타 과로 보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보건에 대해서 잘 모르는 비전문가인데다 5~6개월 뒤면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는 분이 새로 오게 되면 사업을 책임감 있게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공무원 직렬 등을 근거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 공무원은 "시청 내 공무원 인력 구성은 보건직 중심이고, 간호직도 많지만 대부분 여성으로 승진이 어려운 구조다"면서 "보건소에 많은 의무직이나 의료기술직 가운데 전문성과 실력을 인정받아 시청으로 영입되는 사례도 이제는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 지자체에는 보건소 근무 의무직 등이 시청 등 보건의료 헤드쿼터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례가 자주 있지만 부산에서는 현재까지 한 건도 없었다.


■사업은 겉돌고 건강 예산은 '쥐꼬리'

부산시는 일찌감치 지난 2006년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 건강도시연맹에 가입했다. '모든 시민이 오래 사는 도시 부산'을 구현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년째 부산의 건강 수준은 저조했고, 특별한 대책 없이는 그런 경향이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들이 잇따랐다.

결국 부산시는 2010년 2월 '건강도시 부산 구현 및 지역건강 격차 해소를 위한 건강도시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학술용역에 들어갔다.

용역비 8천만 원을 투자했고, 6개월 뒤 2권짜리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하지만 '부산시 건강수준 현황과 원인분석' 편은 시청 고위간부들과 시의원 몇 명만에게만 공개됐다.

2008년 통계분석 결과 부산이 전국에서 가장 짧은 평균수명(78.8세)과 가장 높은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657명)을 기록했고, 부산지역 내 건강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져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기록됐다.

공개된 나머지 '건강도시 부산 중장기 발전계획'도 지난 3년여 동안 추진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계획의 주요 내용은 △건강도시 정책기반 구축 △적극적 건강증진 예방활동 △검진 및 치료수준 제고 △건강취약가구 관리 대책 △건강사업 평가시스템 구축 등 5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시는 2014년까지 부산 시민의 평균수명을 2008년 78.8세에서 3세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여기에 총 517억 9천만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획의 상당 수가 건강도시 홈페이지 구축, 건강도시 조례 제정, 건강 걷기 추진, 건강한 식생활 개선 홍보, 공공장소 금연구역 지정 조례, 클린 건강택시 운영 등 전시·이벤트성 사업에 치중됐다.

특히 이달 초 부산시의회 이정윤 의원이 발의한 건강도시 조례는 규제나 지도감독, 재원조달 등에 대한 내용은 없어 선언적 의미 외에 조례로서의 효력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건강한 마을 만들기 사업과 건강취약가구 방문관리사업이 잘 하고 있는 사업으로 평가를 받는 정도다.

더구나 부산시의 보건 예산은 시 전체 예산의 1.2%에 불과해 시정에서 건강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음을 알 수 있다.

2013년 부산시 전체 일반회계 예산은 6조 6천935억 5천700만 원. 이 중 복지건강국 내 2개 건강 관련 과에 배정된 예산은 814억 9천만 원 정도다.

보건복지부에서 내려오는 의료급여 특별회계 예산 6천207억 2천만 원이 있지만, 이 예산은 오로지 건강소외계층인 1·2급 의료급여수급자를 위한 사업에만 쓸 수 있다.

16개 구·군 보건소와 부산의료원 등 시 운영 공공병원 4곳에는 보건복지부의 별도 예산 일부가 지원되지만, 자체 건강관리 사업 등을 벌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양산부산대병원 예방의학과 윤태호 교수는 "부산시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강도시에 걸맞은 중장기 전략과 지역적 특성에 부합하는 차별화 된 사업이 부재한 실정이다"면서 "시민들의 건강은 보건의료, 사회복지, 생태환경, 도시개발 등 여러 관련된 부문들과의 긴밀한 협조와 통합적 협력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때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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