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최악 도시' 부산…공공보건의료 바꾸자] 1부) 통계로 본 부산의 건강 수준 ④ 건강 부산, 공공보건의료에서 길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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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의료 서비스 강화"… '건강 최악 도시' 오명 벗어야

의료 인프라가 좋은 편인 부산이 건강 최악의 도시가 된 이유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많고, 이들을 위한 공공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은 부산의 한 보건소가 건강취약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등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전국 대도시 중에서 연령표준화 사망률이 가장 높은 도시, 사망자 10명 중 6명은 제 때 치료받았다면 죽지 않았을 '피할 수 있는 사망'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고 있는 도시.

그동안 보도한 부산의 참담한 건강지표를 요약하면 이렇다. 그렇다면 왜 부산은 이같은 '건강 최악 도시'로 전락했을까?

본보와 사회복지연대는 원인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그 결과, 단순히 부산 시민이 질병에 더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의료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많은 '부산의 아이러니'는 무엇으로 이해해야 할까.

암 발생률은 전국 평균
병원·의료진 수준도 높은데
사망률 전국 최고 이유는?
'지역별 박탈지수' 가장 나빠
병 키우며 발병 사실도 몰라
보건소 활용 광주 주목해야

■의료의 질 높지만 사망률은 최고

부산 시민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부산시의 '2001~2005년 부산시 건강수준 분석현황' 자료가 가장 최근 자료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부산 시민의 사망 원인은 △암(28.8%) △순환기계통 질환(27.1%) △소화기계통 질환(5.3%) △호흡기계통 질환(4.5%) △특정 감염성 및 기생충성 질환(2.7%) △질병 외 사망(11.8%)순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질병 분류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산은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출혈이 없는 심장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부산이 9.6%에 이르렀다. 반면 6대 광역시와 서울은 모두 5.2%였다.

1년 간 부산의 평균 사망자 수가 1만 9천여 명에 달한다는 점을 볼 때,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한 해 1천900여 명에 이른다.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 평균 수준만 된다면, 부산에서 연간 800명 이상이 사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부산 시민 가운데 이런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사망률이 높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질환의 발생률과 사망률은 다른 문제여서, 부산의 경우 치료가 적절치 못했거나 평소 질환에 대한 관리가 안 됐기 때문에 사망한 비율이 높다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인 암을 살펴보면, 치료나 관리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부산의 암 발생 수준은 인구 10만 명 당 419명으로 전국 평균인 405명과 비슷하지만 암 생존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2001~2005년 전국의 평균 암 생존률은 53.1%였고, 부산은 47.6%였다. 대장암의 경우 전국은 66.1%였고 부산은 58.9%였다.

허혈성 심장질환의 경우, 생존율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심장 질환의 원인이 되는 당뇨나 고지혈증 치료율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당뇨의 경우 부산은 13.59%가 치료되지만, 서울은 16.22%, 6대 광역시는 15.25%로 집계됐다. 고지혈증 치료율은 부산은 18.84%, 서울은 24.42%, 6대 광역시는 22.74%였다.

부산은 당뇨와 고지혈증 치료율이 떨어지므로, 허혈성 심장질환 생존율도 낮다. 따라서 부산 시민은 허혈성 심장질환이 발병했을 때 완치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는 부산의 허혈성 심장질환에 대한 관리가 불충분하거나 치료가 부적절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도시 전체의 질병 치료 수준 보다는 부산 사람의 생활패턴이 병을 키우다 갑작스레 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 게 문제다"며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이나 계층일 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의료 서비스 이용이 낮다"고 말했다.


■박탈지수와 비례하는 건강지수

부산 내에서도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 등 경제적 여건에 따라 지역별 건강지표가 차이를 보였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은 스스로 건강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학술적 가설로 표현하면, '건강지수는 지역박탈지수와 정비례한다' 정도가 되겠다. 지역박탈지수는 주택소유 여부·교육수준 정도·실업률 등 지역의 생활패턴과 삶의 질을 수치화해 표현한 것이다.

지역박탈지수를 5단계로 구분한 2010년 '부산시 건강수준 현황과 원인분석' 자료를 근거로 시도별 지역별 박탈지수를 비교하면, 부산은 최상위 1분위 속한 읍면동이 8.4%로 전국에서 가장 적고, 5분위 읍면동은 35.2%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한 마디로 경제적 능력과 생활 수준 등을 종합해보면 전국에서 부산이 지역별 박탈지수가 가장 떨어지는 도시인 셈이다. 반면 서울은 1분위가 21.2%, 5분위가 11.4%로 부산과는 반대의 현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박탈지수가 높은 동네의 주민들은 통상 건강한 삶을 살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흡연률과 음주율이 높고, 건강에 대한 정보력과 민감도가 낮으며, 경제적 능력 탓에 일반 의료시설을 잘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병을 키우고 있으면서도 발병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실제로 2008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부산은 고도 알코올의존 시민 비율이 7.4%로 6대 광역시 평균(5.9%)보다 높게 나타났다. 흡연률은 29.2% 대 26.2%, 우울감 경험률은 17.1% 대 12.5%로 비교할 수 있었다. 고혈압 환자 평균 혈압(㎜Hg)도 115.5 대 109.5로 부산이 더 높았다.

이러한 통계는 부산 시민의 건강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부산의 지역별 박탈지수가 나쁘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지역별박탈지수를 개선하자는 것은 자칫 공허한 대안이 되기 쉽다. 이는 장기적인 목표는 될 수 있지만, 현재의 해결책으로서는 너무 추상적이다.

부산의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도시로 광주를 들 수 있다. 광주는 지역박탈지수 5분위에 속한 동네가 28.6%를 차지해 부산 다음으로 많았다. 2008년 기준 기초수급자 비율도 4.3%로 부산(3.9%)보다 높았다.

하지만 당시 광주의 평균수명은 80세로 부산(78.8)보다 길었다. 광주가 지역박탈지수에 비해 좋은 건강 지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탄탄한 공공의료 시스템' 덕이 컸다.

광주의 전체적인 의료서비스 수준은 부산 보다 떨어지지만, 보건소 등을 중심으로 한 저소득층을 배려한 의료서비스 시스템은 매우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다. 간단한 예로 보건지소의 규모를 보면, 부산은 도시형 보건지소가 3곳에 불과한 반면 광주는 보건지소 4곳에, 이에 따른 개별 진료소만 12곳에 이른다.

부산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를 주요 거점으로 공공의료가 이뤄지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광주는 이들 시설을 적절히 활용해 시민들의 건강 전반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런 점이 부산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라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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