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해에 두 번이나 총장실 점거한 시간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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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시간강사들이 26일 하룻밤 총장실을 점거해 농성했다. 부산대의 급격한 구조 조정 때문이다. 대학본부는 최근 '2학기 학사과정 강좌개설 편성 지침'을 각 학과에 보내 2학기에 인문대 80개 강좌, 경제학과 10개 강좌 등을 폐강하기로 했다. 또 전공과목 1개 분반의 기본 수강생을 40명에서 60명으로 늘렸고, 좌석 수가 부족하지 않으면 수강생 60명을 초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전임 교원(교수)의 강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요컨대 시간강사 수를 대폭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부산대가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1학기 부산대의 전임 교원 강의 비율은 48.4%에 그쳤다. 50% 이상으로 올리라는 교육부의 권고를 따르지 못해 국비 지원을 받는 데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급하게 하면 탈이 난다. 부산대 대학본부 측은 "교수를 뽑지 않고 시간 강사를 마구 늘려 놓고 하루아침에 시간강사들에게 책임을 돌리려고 하고 있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한 평가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20명 이하 강좌 비율이 높을수록 대학평가 지표가 좋아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전임 교원 강의 비율'이라는 한 가지 지표에 매달려 연봉 1천만 원 수준의 시간강사들을 대거 구조 조정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올해 초 부산대에서는 시간강사들이 86일간에 걸친 초유의 천막농성을 벌인 뒤 대학 측과 합의를 끌어냈다. 그때 도출한 합의의 상당 부분이 한 학기가 지난 뒤 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부산대의 조치대로 1개 단과대학의 강좌 80개를 갑자기 폐강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그만큼 쓸데없는 강좌를 개설하고 있었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부산대 총장은 내달 4일 구조 조정 중단을 요구하는 시간강사들과 만날 거라고 한다. 지성인의 장에서 모든 일의 전후가 타당성 있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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