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칼럼 '판'] 국악? 우리 음악 걱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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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은 해금 연주가

가끔, 실은 종종 상상한다. 이 땅의 음악이 방해 없이 전해져 와, 계승이니 창조니 하는 얘기할 것 없이, 마치 우리말처럼, 지금 여기에서 현대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그것은 어떤 소리일까?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그 음악과 만나고 알게 될까? 국악이, 국악이 아닌, 그러니까, '그냥' 음악인 삶은 어떤 삶일까? 그리고는 이내 상상에서 그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진다.

국악은 -궁중에서, 양반집 대청마루에서, 들판에서, 바다 위에서…, 한이 서린, 공경을 담아, 산천을, 복을 구하며, 사랑하는 임 그리며…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가 불러 온 노래이다. 꺾고 흔들어 음정을 만들며 독특한 박자체계를 가진, 이 땅의 방법으로 연주하는 음악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답게 해 주며, '우리'라고 묶을 수 있는 정서와 혼이 담겨 왔다.

그런 음악을 지금은 생판 남처럼 여긴다. 한복을 입고 메나리 한 곡조를 흥얼거리며 걷는 일.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국가와 국민이 국악을 어색해한다. 전통이 된 많고 많은 우리 문화를 잘 모르듯 우리 음악인 국악 또한 너무 모른다. 어딘가에서 문화적 연결고리가 부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전통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한 시간도 역사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나, 왜곡되고 단절된 것에 대한 의식조차 없이 진행되는 역사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러다 언젠간 뭐가 뭔지 정체성이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역사, 그 이후의 정책, 교육 등을 탓하는 일은 더는 무의미하다. 소박하게라도 개개인의 자발적 노력에 의한 의식 변화를 기대한다. 별 것 없다. 우선은 보고 들어 보자.

주변에 없다고? 관심만 둔다면 의외로 가까이에서 여러 경로를 찾을 수 있다.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음악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이 음악이 왜 소중한지를, 그 예술적 깊이와 가치를.

우리 것이 제일이다, 라는 국수주의나, 우리 것이니 좋아해라, 하며 취향을 침해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다시금 국악을 '우리 음악'으로 여기며 전통으로 흘려보내는 몫을 우리 세대 역시 잘 감당했으면 한다. 국악이 그저 옛것이 아닌 현재진행형이자 미래지향적이 되게끔 말이다.

간절히 바란다. 국악이라 불리는 이 음악이, 우리의 전통이,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 가는 전통이, 다음 세대에도 살아 있기를. 건강하게.

강지은 씨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차세대 예술인으로,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인 그는 국립부산국악원 연주단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최근 '해금 소곡집'을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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