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요즘 길고양이 중성화가 인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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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땐 개체 수 되레 증가 역설…10년 이상 지속해야 효과

부산지역에만 20만 마리의 길고양이가 거리를 배회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최근 길고양이 중성화 시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 한 주택가 주차차량 아래에서 길고양이 일가가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부산일보DB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 어디에 숨었나?

최근 각 구청마다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요청하는 주민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길고양이 TNR사업'이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민원을 제기하고 나선 것.

TNR(trap-neuter-return)이란 길고양이를 포획(trap)해 중성화 수술(neuter)을 한 뒤 다시 길에 방사(return)하는 사업이다. 부산에선 2009년부터 시작됐다.

부산에도 20만 마리나
살처분해도 민원 안 줄어
수의사회·'동학방' 도움
2009년부터 '길고양이 TNR사업'
전화 한 통에 간단히 민원 해결
동물병원 32곳 수술로 힘 보태


그동안 주민들은 골목길, 폐공가에 숨어든 고양이들과 전쟁을 치러왔다.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훼손해 여름이면 악취가 진동했고 번식기에는 고성으로 울어대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여러 겹의 봉투로 음식물을 밀봉하고 고양이가 싫어한다는 식초도 마당에 뿌렸지만 그것도 잠시, 며칠 뒤엔 새끼까지 네댓 마리 달고 나타났다.

전화 한통이면 길고양이 민원이 해결되는 TNR사업이 각광받는 이유다.

최근 TNR사업이 인기몰이를 함에 따라 부산시는 목표개체 수와 예산을 확대하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400마리였던 목표개체 수가, 지난해 800마리로 늘어났다. 올해는 1천600마리를 예상하고 있다.

예산도 4천만 원(2009년부터 2011년까지)에서 지난해 8천만 원, 올해 약 1억 원으로 확대됐다.

사업이 확대된 데에는 무료 봉사를 펼친 부산시수의사회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이하 동학방)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컸다.

부산시수의사회 소속 동물병원 약 32곳이 무료 중성화 수술에 힘을 보탰다.

동학방은 웹사이트에 TNR사업 요청을 받는 게시판을 별도로 개설했다. 안전한 포획과 사후관리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기폭발 TNR사업, 효과는?

TNR 사업의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고양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반면에 포획되는 마리 수는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통상 길고양이는 1년에 3~4차례 임신해 회당 3~7마리를 낳는다. 약 6개월 뒤 장성한 새끼고양이들도 출산한다고 가정하면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셈이다.

김정배 부산시수의사회장은 "한쌍의 고양이가 1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번식되는 누적 개체 수가 6만 마리나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부산에는 약 20만 마리의 길고양이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시 농축산유통과 김선자 주무관은 "고양이는 강한 번식력 때문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포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회장도 "향후 최소 10년간은 꾸준히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단기간에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현재 예산으로는 빠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예산을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고양이 중성화 시술 모습. 부산일보DB
■안락사의 역설, 죽이면 더 늘어난다?

부산시는 올해부터 기존에 안락사 처리되던 유기묘까지 TNR사업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간 버려진 고양이들을 살처분(지난해 기준 2만5천 마리 추산)해왔지만 민원은 전혀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TNR사업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포획한 고양이들을 유기묘와 함께 안락사하라'는 주민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고양이를 죽일 경우 되레 개체 수가 늘어난다고 지적한다. 단위 면적당 수가 줄면서 되레 번식에 가속이 붙는다는 것.

신수미 동학방 유기동물 복지팀장은 "고양이는 자기 구역을 두고 서식하는 영역동물이다. 고양이를 죽이면 해당 고양이가 차지하던 영역에 공백이 생기면서 다른 고양이들이 몰려든다. 이 경우 고양이의 생존 확률이 높아지면서 개체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폭발적인 번식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고양이 수가 일정상태를 유지했던 것은 '새끼고양이의 높은 사망률' 때문이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1년 안에 새끼고양이가 죽을 확률이 90%라고 보고 있다. 3년이 지나면 100마리당 1마리 꼴로 살아남는다고 했다. 영양부족과 열악한 환경조건 등이 이유다. 하지만 다른 고양이 수가 줄고 활동영역이 넓어지면 새끼고양이들의 생존률이 현격하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신 팀장은 "선진국은 이런 이유에서 유기묘를 살처분하지 않는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되기 때문이다"고 했다.

안락사 비용이 마리당 약 11만 원이지만 중성화 수술비용은 10만 원이라 지자체로서도 TNR사업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TNR사업은 2009년 부산진구 어린이대공원과 서구 대신공원에서 시행된 이후로 타 지역에도 안착된 상태다. 해운대구는 지난 15일부터 양일간 부흥공원과 인근 아파트의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실시했다. 김현아 기자 srdfi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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