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최악 도시' 부산…공공보건의료 바꾸자] 1부) 통계로 본 부산의 건강 수준 ② 당신의 동네는 건강하십니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도구에 살면 서울 서초구민보다 죽을 확률이 배로 높다?

부산과 서울 각 구·군의 연령별 인구 수를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사망률을 재구성한 연령표준화 사망률에서 서울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등 강남지역이 가장 낮은 사망률을 보였다. 반면, 부산 영도구, 서구, 동구 등 원도심 지역과 서부산권은 이보다 배 가까이 높은 사망률을 기록해 부산의 참담한 건강 수준을 보여줬다. 위쪽은 서구 천마산에서 바라본 영도구와 서구 전경. 아래쪽은 강남구 아파트 단지 일대 전경. 정종회 기자 jjh@·연합뉴스

부산 시민들은 전국 7대 대도시 중 최악의 건강지표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부산과 서울의 건강지표는 극과 극의 대조를 이뤘다.

그렇다면 부산의 16개 구·군과 서울의 25개 구의 사망률을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부산-서울 사망률 편차 심각
서울 서초구, 영도구의 45%↓

부산서 가장 낮은 수영구도
서울 최고 금천구보다 높아

■부산 수영구, 서울 금천구보다 사망률 높아


본보와 사회복지연대는 부산과 서울의 46개 구·군의 '연령표준화 사망률'을 가장 높은 곳부터 낮은 곳까지 순위를 매겨봤다.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부산과 서울의 5세 단위 세대별 인구 분포가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같은 조건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표준화작업을 거친 수치다.

2009~2011년 통계청 사망자료와 주민등록인구 집계자료가 활용됐으며, 각각의 연도에 대한 연령표준화 사망률을 산출한 뒤 3년 간의 평균치를 뽑아내 비교했다.

가장 최근의 사망자료가 2011년이고, 여기에 수치의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 최근 3년 자료를 분석해 사용한 것이다. 수치는 10만 명당 사망자 수를 나타낸다.

비교 분석 결과, 연령표준화 사망률 상위 1위부터 16위 자리를 부산의 16개 구·군이 일제히 싹쓸이했다.

부산 수영구는 상위 16위, 서울 금천구(493.3)가 그 다음인 17위로 집계됐다. 부산에서 건강 수준이 가장 좋은 지역으로 꼽힌 수영구는 서울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은 금천구보다 높은 사망률을 기록한 것이다.

물론, 부산과 서울 46개 구·군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낮았던 곳은 서울 서초구(350.5), 강남구(363.9), 송파구(403.1) 등의 순으로 분석됐다. 대한민국 부유층의 주거지역인 이른바 '강남 3구'가 소득 수준뿐만 아니라 건강 수준도 '최고'임이 증명된 것이다.

더구나 서울 서초구(350.5)는 부산 영도구(628.1)보다 사망률이 45%나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영도구의 사망률이 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부산 영도구, 수영구보다 한 해 134명 더 사망

부산 내 구·군에서도 건강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영도구의 연령표준화 사망률이 연간 628.1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동구(618.3)와 사상구(610.8), 서구(588.9), 중구(586.2), 사하구(573.5) 등의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수영구(494.2), 동래구(513.8), 해운대구(518.0)는 부산의 구·군 중에서는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으로 분류됐다. 뒤이어 연제구(538.7), 남구·기장군(545.7), 금정구(555.2) 순으로 연령표준화 사망률이 조금씩 상승했다.

통계 분석 결과를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최근 1년간 영도구 주민은 수영구 주민보다 약 134명 더 많이 죽음을 맞게 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전통적인 구도심 지역과 부산 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나쁜 서부산권 주민들의 건강 수준이 크게 떨어져, 더 많은 주민이 사망에 이르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소득 수준과 같은 경제적 여건만이 건강지표의 좋고 나쁨에 관여하는 것일까. 우리의 건강이 반드시 가진 돈의 많고 적음에 의해서 지켜질 수 있는 문제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단적인 예로 앞서 언급된 부산 수영구와 서울 금천구를 보자. 수영구 주민들의 경제적 여건이 서울 금천구 주민들의 그것보다 떨어지는 걸까.

서울의 대표적인 공업지역인 금천구는 1965년 우리나라 첫 산업단지인 구로공단을 시작으로 현재의 서울디지털산업단지까지 약 1천100여 개 제조업체와 소규모 공장이 주거지역과 혼재해 있는 곳이다. 광안리해수욕장와 황령산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주택가와 아파트, 상가, 공원 등이 적절히 섞여 있는 전형적인 주거지역인 수영구와 상반된 특징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부산의 건강 불평등 현상이 단순히 경제적 격차로 인한 문제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서울에도 구별 건강 격차가 존재하지만, 공공에서 건강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오랫동안 이어져오면서 전체적으로 건강지표가 향상된 것처럼 부산도 지역별로 크게 벌어진 건강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전체적으로 지표를 높일 수 있는 공공의 움직임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표준화사망비'란?

'표준화사망비(SMR·Standardized Mortality Ratio)'는 전국 읍·면·동의 2009~2011년 3년치의 통계청 사망 자료를 합산해 구한 평균값을 기초로 각 지역 인구의 사망률을 곱해 기대사망지수를 구한 뒤 재구성한 수치다.

전국 평균치를 100으로 두고 5분위로 나눠 사망 정도를 분석했다. 표준화사망비가 120이라면, 평균보다 20% 사망률이 더 높다는 의미다.

부산은 표준화사망비 125를 넘긴 동·면의 개수가 42개(19.63%)로 5년 전 24개(11.21%)보다 더 늘어났다. 또 표준화사망비 수치가 가장 낮은 79.9 이하 동·면의 개수는 부산이 2개(0.93%)인데 반해 서울은 129개(30.42%)로 극심한 차이를 보였다. 김경희 기자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