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석면공장 옆 초교 졸업 40대 '폐증' 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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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40대 초반의 환경성 석면피해 인정자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2009년 이후 부산에서 실시한 건강영향조사를 통해 지난달까지 확인된 16명의 환경성 석면피해 인정자 가운데 가장 낮은 연령이다. 더욱이 석면공장 인근 초등학교 졸업생 중에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피해 사례다.

4일 양산부산대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열린 한국환경공단 석면피해판정위원회 결과 경남 양산시에 거주하는 41세 남성(72년생) A 씨가 석면폐증 2급 인정을 받았다. 이 외에도 3명이 3~5월 사이 석면피해 인정을 받았다.

공장 인근학교 건강영향조사
석면피해자 발생 전국 첫 사례

부산지역서 가장 낮은 연령


악성중피종, 폐암, 석면폐증 등의 석면피해 인정자 가운데 60대 이후 연령대가 75%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볼 때 40대인 A 씨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A 씨는 과거 동양 최대 규모의 석면방직공장이었던 제일화학(1969~1992)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반경 50m 거리에 있는 연신초등학교 졸업생으로,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이 학교를 다녔다. 또 거주지가 제일화학과 반경 100m 이내로 매우 가깝게 있었고, 태어나서 결혼을 하기 전까지 30여 년간 이곳에서 살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운동장을 뛰어 다니고, 공장 주변 길로 등하교를 하던 A 씨의 폐 속에 무수한 석면 분진이 들어갔던 셈이다.

석면환경보건센터 문성재 사무차장은 "A 씨의 경우, 전문가들이 고위험지역으로 분류하는 공장 반경 500m 이내에 거주한데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 나이부터 석면을 장시간 흡입해 질병이 비교적 빨리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석면으로 인해 질병이 나타나기까지 30년 안팎의 잠복기를 거치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면으로 인한 질병이 잠복기가 긴 것은 석면 입자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고 몸 속에 쌓여있다가 차츰 질병으로 발전되기 때문이다. A 씨가 진단받은 석면폐증은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며 섬유화가 진행되는 질병이다.

하지만 조기 검진을 통해 질병이 확인되면, 병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일부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석면공장 인근 학교에 대해서 환경부가 지난해부터 건강영향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고, 한 번 조사를 진행했던 학교도 3년마다 재조사를 하기 때문에 석면공장이 가동됐을 시기에 학교를 다녔다면 적극적으로 검진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A 씨의 경우도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라 지난해 환경부가 부산에 처음으로 국비 1억 원을 지원해 연신초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등에 대한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면서 확인됐다.

한편, 석면피해자와 사망자 유족 등으로 구성된 부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는 4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석면피해구제법의 한계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이 자리에는 한국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석면을 사용해온 일본의 석면피해자와 가족 20여 명이 참석해 석면 피해의 참상을 알리기도 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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