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밥상머리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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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변호사

아무리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여러 대책을 내놓은들 해당 학생들에게 별 효과가 없고 폭력 방법이 더 교묘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물리적·직접적 폭력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욕설, 무시 등 사이버 따돌림이 횡행하고, 또 그것을 문제 삼으려 하는 순간 이미 삭제해 버려 미리 증거수집을 해 두지 않으면 더 뻔뻔하게 부인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학교폭력 백약이 무효, 더 교묘해져

현대인의 가장 많은 주거 비중을 차지하는 공동주택 아래윗집 간 층간소음 때문에 방화 살인 등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약 10여 년 전 다른 지역에 이사 가서 살 때 1주일 동안 매일 밤 11시 무렵까지 아이들이 쿵쿵거리는 소리 때문에 곤혹을 치른 다음 조심스럽게 그 집을 방문했더니 발랄한 남자아이 두 명과 그 어머니가 있었다. 나는 늦은 밤에는 좀 조용히 해 주었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부탁드렸었는데, 그 어머니는 대뜸 "못 해요. 우리 애 기죽을까 봐"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 순간에도 발랄한 두 아들은 여전히 쿵쾅거리고 다녔다. 나는 그런 대답에 그만 말문이 막혔고,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자신이 없어 그냥 돌아온 경험이 있다.

스마트폰·인터넷 중독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는 현상, 예절 및 사회질서의식 부족 등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본다. 많은 비행소년 역시 가족 간, 특히 부모와의 대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여러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나가는 것이 좋을까. 바로 가족이 함께 식사하며 부모자식 간 대화를 통해 대화법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우고, 가족상호 간 구체적인 일상을 알고 이해하는 노력을 하는 등 밥상머리교육을 회복하는 것이 그 해답이리라.

내 어린 시절만 해도 매일 부모님과 함께 식사할 수밖에 없었고, 그때 윗사람이 수저를 들기 전에 수저를 들어서는 안 되었고, 음식 먹는 소리를 내는 것도, 밥그릇에 밥 한 알 남기는 것도 안 되었기에 저절로 절제, 배려, 절약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없고 침묵의 시간이 많아 아쉬움이 있었지만.

밥상머리교육이 별것이겠는가.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는 데서부터 시작하자. 밥상머리에 앉아 식사 전 맛있는 음식을 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하고, 지금도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아프리카 등 오지 어린이들에게도 같은 은총을 달라고 기도하자. 식사 중에는 하루 동안 서로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자. 예컨대 수업시간에 재밌는 일이나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선생님과 친구들 관계에 어려움은 없는지, 혹시 친구들 중에 욕설을 하거나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는 없는지 등에 대하여 격의 없는 편안한 대화를 나누자. 그렇게 한다면 최소한 내 아이나 그 친구들 중 누군가가 오랫동안 집단 따돌림을 당하여 자살할 때까지도 그런 사정을 몰라 자살을 막을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근 밥상머리 교육이 자녀의 신체 성장뿐 아니라 인성과 학업에도 효과적이라는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약물오남용예방센터는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학생들은 그러지 않는 동급생에 비해 A학점을 받는 비율이 2배 이상 높고, 청소년 비행에 빠질 확률은 50% 감소한다"고 밝혔다. 아이에게 '공부 좀 하라'는 소리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도 살펴보고, 어려움은 없는지에 대하여도 함께 동참해 보자.

가족과 식사하는 학생, 성적 상승 비행 감소

좀 더 여력이 된다면 저녁 식사 후 온 가족이 함께 산책하자. 그 시간 자녀들 눈높이에 맞춘 대화를 시도해 보자. 서로 별명을 붙여 줘도 좋을 것이다. 우리 집의 경우엔 3세, 7세, 13세 아이 별명을 '깨알', '콩알', '밤톨'로, 나는 '수박'으로 정한 뒤 그 별명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이미 마음을 열고 깔깔거리며 신나한다. 산책하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나무, 풀, 꽃, 새 등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보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서로 얘기하고, 그리고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하여 대답하고 부족하면 집에 돌아와서 함께 인터넷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면서 점점 더 친밀하게 된다.

가끔 이웃들과도 함께 저녁식사와 산책을 하는데, 그럴 땐 더욱 풍요로운 시간이 된다. 아이들이 그 시간을 얼마나 기다리고 즐거워하는지 모른다. 이것이 가족과 이웃공동체 회복임과 동시에 사람 사는 세상을 맛보는 즐거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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