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교훈 "당신도 사랑 받는 존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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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에서 학생들이 강아지와 함께 놀고 있다. 마린시티동물병원제공

부산 해운대여자중학교 뒤뜰엔 '동물농장'이 있다. 교실 2개 정도의 농장을 나무 울타리가 에워싸고 있다. 이곳은 만 한 살이 된 발바리 8마리의 집이다.

학교에서 개를 키우고 있는 이들은 이 학교 3학년 7명의 학생이다. 지금은 학교를 오가며 성적을 걱정하고,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학생이다. 그러나 10개월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학교폭력 자치위원회가 열렸다.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7명의 학생은 중징계를 받아 더 이상 학교 다니기가 어렵게 됐다. 친구들은 학교 부적응자였던 이 학생들을 무서워했고, 선생님들은 골치 아파했다. 중징계 직전 심리검사에선 학생들의 반항지수가 월등히 높게 나왔다.

해운대여중 반려견 심리치료
8마리 분양해 학교서 돌봐
부적응 학생 반항심 사라져


해운대여중 심재영 학생주임은 "사고를 너무 많이 쳐 웬만한 징계로는 선도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그러나 교육자로서 학생에 대한 믿음을 쉽게 접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학교는 처벌보다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개를 키워 보라는 제안했고, 선뜻 "네"라는 답이 돌아왔다. 교사들은 내심 걱정을 했다. 애정을 가르쳐 학생을 변화시킨다는 게 현실에선 꿈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학교는 수소문 끝에 강아지 8마리를 기부 받았다. 그 사이 아이들은 동물농장 울타리를 만들었다. 각자의 강아지를 분양받은 뒤엔 이름을 붙여 주었고, 매일 밥을 주고 함께 산책했다. 당번을 정해 농장 청소도 분담했다.

금세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부적응 학생 대부분이 그러하듯 7명의 학생 역시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사랑이 그리웠던 것이다. 농장에 들어서기만 해도 꼬리를 흔들며 쫓아오는 강아지가 그 공백을 채워줬다. 학생들은 자신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됐고, 자존감도 쌓여갔다.

남은 건 강아지의 건강관리였다. 인근 동물병원이 나섰다. 마린시티 동물병원 김은정 원장은 "학생들의 변화가 감동스러워 강아지들 건강을 책임지고 지원하기로 했다"며 "반려동물을 통한 심리적 치료는 학문적으로 이미 입증된 이야기다"고 말했다.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나 학생들은 다시 심리검사를 받았다. 반항심이 급격히 떨어져 "학교와 사회에 대한 폭력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그 이후로는 심리검사를 한 적이 없다. 더는 학교 부적응자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키운 뒤 지금까지 이들은 어떤 사고도 일으키지 않았다.

해운대여중 강현근 교장은 "이제 아이들이 학교 오는 게 즐겁다고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며 "교사들도 강아지 덕에 징계보다 애정의 힘이 더 강하다는 걸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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