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1920년 뉴욕 한 남자의 '사랑밖에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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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집착과 여자의 이기심이 만든 비극

위대한 개츠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칸영화제 개막작'이란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개봉에 나선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 경제의 황금기를 배경으로 상류층의 빗나간 애정행각을 녹여 내고 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과거 사랑했던 여자가 부잣집 아들과 결혼하자 자신도 밀주업으로 벼락부자가 돼 다시 그녀에게 접근하지만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20세기 미국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1925년)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이야기의 화자인 닉(토비 맥과이어)이 요양원에서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막이 오른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영화 초반부터 도덕이 해이해지고 불법이 난무하며 주가가 끝없이 치솟았던 당시 뉴욕의 분위기를 스크린에 담아내는 데 꽤나 긴 시간을 할애한다. 전작인 '댄싱 히어로'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 루즈'에서 풍부한 시각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 그는 개츠비가 살고 있는 1920년대 뉴욕을 현란하게 펼쳐놓는다. '내가 개츠비'라며 주인공인 디카프리오가 등장하는 것은 영화가 시작한 지 40분이 넘을 때다.

인간의 이기적 욕심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개츠비는 어린 시절 사랑했지만 가난 때문에 헤어져야 했던 데이지를 다시 찾기 위해 엄청난 부를 쌓았다. 동시에 데이지 역시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 뷰캐넌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던 차에 다시 찾아온 옛사랑 앞에서 마음이 흔들렸던 것도 사실. 하지만 개츠비의 무서운 집착과 계층 차이에서 오는 불안감 때문에 결국 데이지는 철저히 이기적인 인간으로 남게 된다.

영화의 관찰자로 이런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닉은 개츠비의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될수록 한 여자를 얻기 위해 불나방처럼 자신을 던지는 순수한 욕망에 매료된다.

그러나 끝내 개츠비의 욕망과 집착은 그를 파멸로 이끈다. 극 중 개츠비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닉이 책의 제목에 '위대한'(Great)이라고 덧붙이는데, 이 역시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통속적인 드라마 장르에도 불구, 볼거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3D로 제작됐지만 효과는 다소 떨어진다. 주인공 개츠비로 분해 꿈틀거리는 욕망의 화신을 보여 준 디카프리오와 사랑스러운 데이지 역을 맡은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스타 캐리 멀리건도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김호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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