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듣는 '5·18 훌라송' 광주의 상처 보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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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강홍구의 작품 '광주'(1995). 5·18 광주민주항쟁 당시 희생자들을 모셔 놓은 공간에 선홍색 연꽃을 합성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했다.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1979년 부산과 마산을 뜨겁게 달구었던 부마민주항쟁,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10·26사태, 12·12 군사 반란… 그리고 1980년 5월, 전라도 광주.

당시 광주에선 '손을 잡고 왼쪽으로 빙빙 돌아라~'라는 동요의 멜로디 '훌라송'이 온 도시를 맴돌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위 현장에선 구호로, 계엄군 선무방송의 배경 음악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오는 18일부터 7월 말까지 광주가 아닌 부산에서 그 훌라송의 멜로디를 기억하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상처를 다독이는 특별한 사진전이 열린다. 고은문화재단이 해운대구 고은사진미술관(수영만요트경기장 앞)과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해운대구청 앞)에서 광주민주항쟁 33주년 기념전 '그날의 훌라송'을 동시에 시작하는 것이다. '광주'를 소재로 작업한 전국의 사진가 11명의 작품 110여 점, 그리고 광주 시민의 결혼식 등 당시 기념사진을 한자리에 모은 대규모 사진전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18일 고은사진미술관 등
'광주'사진작품·기념사진
전국 최초 한자리서 전시


부마항쟁으로 그날의 '광주'를 이끈 도시 부산이 그들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치유하는 출발점이 되자는 취지인데, 33년이 흐른 올해가 종교적으로 '새로운 시작'과 '상생'을 의미하는 해이기도 하다. 18일 오후 6시에 고은사진미술관에서 간단한 개막식을 하고, 19일 오후 1시에는 인문학자들이 참여하는 공개 강연도 한다.

큐레이터 송수정 씨의 기획으로 꾸며진 전시는 '다큐멘터리'와 '사진가의 시선' 두 갈래로 진행된다. 우선 고은사진미술관에는 사진가 권순관 나경택 이상일 이창성 조습이 등장한다. 광주에서 진압군으로 투입된 뒤 고통을 견디다 못해 사진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상일은 1985년부터 20년이 넘도록 매주 광주를 오가며 남긴 '망월동'을 내건다.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 가면 강홍구 김은주 김혜선 노순택 오석근 오형근의 작품이 있다. 이들이 광주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재해석하고 치유해 왔나를 살펴보는 게 핵심이다.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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