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한·일 관계와 조선통신사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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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동서대 교수·영어학

얼마 전 개최된 '2013 조선통신사 축제'를 관심 깊게 지켜보았다. 축제는 지난 3~5일 용두산 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축제가 개최되고 있지만 조선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성, 한·일 양국 간의 교류를 바탕으로 하는 국제성이라는 면에서 조선통신사 축제는 부산이 내세울 만한 대표적인 축제이다.

아베 내각 보호주의 주변국 불안감 증폭

통신사 행렬이 한양을 출발해 부산, 쓰시마 및 일본의 여러 지역을 거쳐 에도(동경)에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많은 문화적 교류가 일어났고, 이 행렬이 거쳐 간 양국 도시들을 중심으로 오늘날 통신사 관련 축제들이 다양하게 개최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축제 기간 중 조선통신사학회가 주관하는 국제 학술심포지엄에 참석도 하였고, 통신사 행렬 재연 행사를 지켜보기도 하였다.

한국과 일본.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이지만 임진왜란, 한·일 강제병합, 위안부 문제 등 뼈아픈 과거사 때문에 항상 불편한 사이이기도 하다. 또한 심심찮게 불거지는 독도 영유권 문제는 두 나라 사이의 골 깊은 단절을 매번 확인하게 만든다.

더구나 지난해 정권을 쥔 아베 내각의 강경한 자국 보호주의 경제정책은 인근 국가들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선사하고 있다. 경제 정책 못지않게 이젠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우경화로 선회하는 아베 내각의 추이는 주변국들의게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적 관계와는 별개로 한·일 양국이 조선통신사를 유네스코 유산으로 공동 등재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를 추진하는 중심기관인 부산문화재단과 일본 연지연락협의회는 통신사가 조선시대와 일본 에도막부 시기의 정치·외교·문화 교류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관련 자료들이 일본 쪽에 많이 남아 있다든지 조선 중기 이후에 파견된 통신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용두산 공원에서 출발하여 광복로까지 이어진 통신사 행렬 퍼레이드는 역사 재현의 의미 못지않게 풍성한 볼거리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조선통신사 축제의 백미였다.

취타대를 필두로 전통복장을 한 대규모의 수행원들이 따르고 이어 국왕의 국서, 통신사의 세 우두머리인 정사·부사·종사관의 가마가 지나가는 광경은 당대 통신사 행렬의 장대한 규모를 가늠하기에 충분하였다.

행렬 말미에 일본 사세보 시를 비롯, 7개 도시에서 온 300여 명의 공연단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전통 복장을 한 일본 측 공연단은 다양한 춤사위를 선보이기도 하고 초대형 깃발을 휘두르기도 하며 지나갔다. 그들은 공연을 하면서도 한결같이 밝은 웃음을 띠며 길가에 늘어선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부산 시민들 역시 열띤 박수와 추임새로 화답하였다.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다 문득 한국과 일본, 편치 않은 사이이지만 이렇게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가 끊이지 않는다면 경색된 양국 관계 역시 조금씩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전에 난 기사가 떠올라 마음이 어두워졌다. 지난해 발생한 관음사의 고려 불상 도난 사건 때문에 쓰시마 시가 8월 '아리랑 마쓰리'에서 조선통신사 행렬 재연 행사를 33년 만에 중단함은 물론 아리랑이라는 명칭까지 축제 이름에서 빼겠다고 한 것이다. 쓰시마 시의 결정이 조선통신사 축제를 개최해 온 일본 타 도시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한·일 양국 이어주는 민간교류 키워드 돼야

무엇보다도 쓰시마 시와의 관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도난당한 불상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있지만 통신사 축제와 관련된 기관들이 발 벗고 나서서 쓰시마 시의 아리랑 마쓰리가 원래대로 개최될 수 있도록 하였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이루어지던 민간 문화교류를 이 시점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국익을 우선시하는 정치·경제적 관계에서 벗어나 부디 '조선통신사'가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이어주는 민간교류의 키워드로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광복동 대로에서 서로 흥을 나누던 양국 시민들의 모습, 지속적인 교류에 대한 열망을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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