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비즈니스 캐주얼 어떻게] 기본 비즈니스 캐주얼 아이템으로 10년은 젊게!
네이비색 재킷과 옅은 푸른색 리넨 셔츠, 채도를 낮춘 오렌지색 슬림 카고 팬츠에 스웨이드 소재 옥스퍼드화를 신었다. 바지와 같은 색의 신발끈이 눈에 띈다.
"입사 면접 복장 기준이 비즈니스 캐주얼이라는데, 도대체 어떻게 입어야 할까요? 넥타이만 안 하면 되는 건가요?"
취업 커뮤니티에 종종 등장하는 이 절박한 고민을, 실은, 많은 남자 직장인들도 한다. 기업의 출근복 드레스코드가 정장일 때에는 한 벌 양복으로 끝났을 고민이, 비즈니스 캐주얼로 바뀌는 순간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딱딱해도 안 되고, 너무 편안해도 안 되는 남성 비즈니스 캐주얼의 공식을 남성복 브랜드 '매료'(051-246-0701)의 도움말로 소개한다.
■비즈니스 캐주얼이 뭔가요?
비즈니스 캐주얼의 정의는 다소 모호하다. 가장 손쉬운 것이 '노타이'고, 각기 다른 재킷과 팬츠를 입는다는 뜻으로 세퍼레이트(separate) 룩, 콤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갖춰 입은 것처럼 보이면 된다'는 아주 주관적인 정의를 대는 사람도 있다. 네이버 패션자료전문사전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캐주얼한 옷을 차분한 분위기로 맵시 있게 입는 것'이라고 써 놓았다.
넥타이만 안 하면 될까?
너무 딱딱해도,편안해도 안 돼
월 정돈되게,금 살짝 자유롭게
네이비색 재킷이 가장 무난
바지에서 중요한 건 '핏'
좀 더 구체적으로는 '재킷을 기본으로 하되, 정장보다는 편안하고 캐주얼보다는 격식을 갖춘 옷차림'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비즈니스'와 '캐주얼' 사이에 무게추를 두어야 한다면 당연히 비즈니스 쪽. 업무에 부적합하다거나 매너가 없다는 인상을 주는 차림은 금물이다. '무리하게 튀지 않아야 한다'는 또 하나 요건이 여기에서 나온다.
■재킷 한 벌로 연출하는 일주일 옷차림
같은 재킷이라도 버튼이 달린 티셔츠와 자수 장식이 있는 흰색 치노 반바지를 함께 입으면 산뜻한 주말 복장이 된다. 신발은 비즈니스 캐주얼에 무난한 로퍼로 선택했다. 김병집 기자그래도 어렵다면 실제 예를 보자. 매료는 비즈니스 캐주얼의 기본이 되는 재킷 한 벌로 네 가지 다른 스타일링을 보여 주었다. 재킷은 봄여름용 울을 소재로 한 네이비색 투버튼 재킷을 골랐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한 벌 슈트로 출발한다. 네이비 투버튼 정장 안에 흰색과 네이비색 줄무늬 셔츠를 받쳐 입었다. 셔츠 깃은 몸통과 달리 전체가 흰색으로 일명 '클레릭 칼라' 또는 '칼라 세퍼레이티드'라고 한다. 성실하고 정돈된 느낌이다. 바짓단은 구두를 덮는 정도의 기본 길이를 지켰다. 프레젠테이션처럼 격식이 필요한 자리에 적합하다.
붉은색과 회색 니트 소재 타이는 실크 넥타이보다 캐주얼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구두는 역시 정장의 기본이 되는 짙은 갈색 레이스업(끈이 있는) 옥스퍼드화를 신었다. 액세서리는 행커치프와 셔츠 소매 아래로 보일 듯 말 듯한 팔찌(브레이슬릿)를 했다. 행커치프와 팔찌는 자리에 따라 빼거나 더하면 된다.
사내 미팅이 많은 수요일. 세퍼레이트 룩의 실제로 들어간다. 재킷 아래 색조를 낮춘 초록색 치노(면)팬츠를 조합했다. 네이비색 격자무늬 셔츠는 턱시도에 주로 쓰이는 와이드 스프레드 칼라(깃 트임 각도가 넓은 디자인)가 캐주얼한 무늬를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치노팬츠는 발목이 살짝 드러나 보일 정도로 자연스럽게 말아올리고, 짙은 갈색 로퍼(끈이 없는 구두)를 신었다.
치노팬츠는 울 소재를 주로 쓰는 정장 바지보다 활동이 편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비즈니스 캐주얼에 어울린다. 치노팬츠 대신 밑단이 복숭아뼈가 살짝 보이도록 접어서 박음질한 턴업 스타일 회색 울 팬츠를 선택해도 실패가 없다. 양말 대신 덧신을 신어 맨발처럼 연출하는 것도 괜찮고, 발목이 드러나는 게 부담스럽다면 색과 무늬 등에 포인트를 준 양말로 개성을 드러내는 것도 좋다.
친구들과 저녁 모임이 있는 금요일. 다른 평일보다 좀 더 자유로운 복장이 허용된다면 카고 팬츠(양 옆에 덮개가 있는 호주머니가 달린 바지)에 도전해 보자. 껄렁한 대학생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슬림한 실루엣이 필수. 최근에는 주머니가 도드라지지 않는 디자인이 많아 카키색이나 베이지색, 어두운 회색 카고 팬츠라면 재킷 아래 입어도 무난하다.
매료는 색조를 낮춘 오렌지색 슬림 카고 팬츠와 옅은 푸른색 리넨 소재 셔츠를 함께 연출했다. 셔츠는 작업복에서 차용한 디자인으로 큼직한 주머니가 양쪽 가슴에 달려 있고, 통기성이 좋아 여름철 쿨 비즈 패션으로도 좋다. 신발은 디자인은 정장식 끈이 달린 옥스퍼드화인데 소재(스웨이드)와 색상(회색)을 캐주얼하게 선택했다. 신발과 벨트 색, 바지와 신발끈 색을 맞춘 것도 눈에 띈다.
똑같은 재킷 하나로 연출한 세 가지 비즈니스 캐주얼 옷차림. ①월요일 한 벌 슈트로 프레젠테이션 ②수요일 치노팬츠로 사내 회의 ③금요일 카고팬츠로 저녁 모임 준비를 하면 좋겠다. 매료 제공드디어 토요일. 티셔츠에 반바지라도 네이비색 재킷을 걸치면 좀 더 신경 써서 입은 느낌을 줄 수 있다. 티셔츠는 불규칙한 색실 짜임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옅은 푸른색 원단에 차이나 칼라 식 단추를 달아 캐주얼한 느낌을 중화했다. 작은 범선 모양 자수로 장식한 흰색 반바지는 네이비색 재킷과 더해지면 마린 룩으로도 연출할 수 있다. 짙은 갈색 로퍼를 신었다.
■비즈니스 캐주얼, 이렇게 시작해 보자
다음은 실전. 일단 기본적인 아이템들을 장만하자. 먼저 재킷. 통기성이 좋고 시원한 리넨이나 봄여름용 울 소재를 택하면 지금부터 가을까지 입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더워지는 날씨에 대비해 안감도 통기성이 좋은 소재인지 확인하고, 어깨 패드나 심지, 안감 사용을 최소화해 편안하면서도 격식을 잃지 않는 디자인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같은 재킷도 재킷의 깃을 세워서 깃 뒷면에 덧댄 포인트 색상이 보이도록 한다든지, 소매를 걷어올려 활동적인 이미지를 내면 한 벌로 여러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센스 있게 옷을 잘 입는다'는 칭찬도 들을 수 있다.
재킷 색깔은 무채색부터 원색까지 두루 어울림이 좋은 네이비색 재킷이 가장 무난하다.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색이기도 하다. 리넨 재킷이라면 네이비색이나 와인색으로 잔 체크가 들어가 멀리서 보면 단색으로 보이는 것도 좋다.
기장도 중요한데, 똑바로 섰을 때 엉덩이선 정도까지 덮여야 한다. 더 짧으면 경박해 보이고, 길면 아빠 양복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
매료의 김동현 대표은 "비즈니스 캐주얼의 기본 아이템은 재킷이지만, 제일 처음 사야 할 아이템으로는 바지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몸에 잘 맞는 바지를 제대로 선택하면, 거기에 맞는 상의와 재킷을 선택하는 게 수월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바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핏'. 통이 큰 것은 금물이지만 너무 민망하게 붙는 것도 비즈니스 캐주얼로는 맞지 않는다.
바지는 여러 개를 살 수 없다면 회색 울 바지와 베이지색 또는 카키색처럼 중성적인 색의 치노팬츠, 여기에 한 가지 더한다면 물빠짐이 심하지 않은 어두운 색의 청바지 정도면 충분하다. 바지는 밑단을 접어 올리는지, 길게 늘어뜨리는지, 어떤 양말과 구두를 함께 신는지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다.
색상 조화의 원칙 중 가장 쉬운 것은 재킷이 어두운 색이라면 바지는 밝은 색으로, 재킷이 밝은 색이라면 바지는 어두운 색으로 하는 것. 체형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상체와 하체 중 상대적으로 더 뚱뚱한 쪽에 어두운 색을 입어주면 날씬해보인다.
구두는 끈이 있는 짙은 갈색 옥스퍼드화와 끈이 없는 로퍼, 두 켤레면 대부분의 스타일링에 활용할 수 있다. 스웨이드처럼 소재가 캐주얼한 구두라면 신발끈 색을 다르게 해 보는 것도 괜찮다. 재킷 가슴 주머니에 꽂는 행커치프와 양복 깃 구멍에 꽂는 부토니에, 얇은 색실과 서로 다른 소재의 구슬들을 꿰어 레이어드한 팔찌도 액세서리 하나로 전체 옷차림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아이템들이다.
김 대표는 "여자들이 리틀 블랙 드레스(검은색 미니 원피스) 한 벌로 겉옷과 액세서리를 더하고 빼서 다양하게 활용하듯이, 남자들도 기본적인 비즈니스 캐주얼 아이템들만 갖춰 둔다면 중요한 미팅부터 저녁 파티까지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다"며 "중장년층도 과감하게 비즈니스 캐주얼을 시도해 본다면 생각보다 편안한 데다 "젊어 보인다"는 동료들의 반응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