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로 돌아온 무대('김무성 대장'을 줄인 말) "靑에도 할 말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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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재·보궐선거 개표가 진행된 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김 후보가 당선이 유력해지자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무대(김무성 의원의 별명으로, '김무성 대장'을 줄인 말)'는 직선적인 사람이다. 애둘러 말하는 법이 없다. 그의 직선적인 성격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자신감은 정치권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데서 비롯된다.

직선적인 성격은 거침이 없었다. 민주화 투쟁을 할 때는 명분이 있었고, YS(김영삼) 정권이 출범하면서는 할 말은 다하는 실세로 부상했다. YS-DJ(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는 동안 부산 남구에서 4선 관록을 쌓으면서 여에 있든 야에 있든 '김무성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다.

'원조 좌장' 김무성 국회 재입성
야성 강한 영도서 압도적 지지
"삐걱대는 당-청, 사전대화 필요
당대표? 기다리면 기회 올 것
필요하다면 PK정치 구심점 역할"

대권 도전, 정국 관심사 급부상


과거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그는 거침이 없었다. 둘 사이의 틈이 벌어졌을 즈음 사석에선 수위가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의 아슬아슬한 발언도 많았다.

부산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총선 때의 일이다. 그는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과 시내 한 커피숍에서 수차례 독대했다. 공천과 관련해서다. 사상으로 출마해 달라는 서 총장의 말에 그는 "당신이 가라"고 했고, 이후 공천이 어렵겠다고 하자 "공천을 (당신이) 하나?"고 치받아 버렸다.

당에 있을 때도 그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원내대표로 한·미 FTA 여야협상을 할 때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며 대화를 주도했다.

그런 '무대'가 돌아왔다. 야성 강하다고 소문난 부산 영도에서 65.72%의 역대 국회의원 선거 최고 득표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는 당선이 확정된 24일 저녁 모든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영도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속내가 궁금했다. 25일 아침, 당선의 흥분을 가라앉힌 그로부터 향후 역할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사실 50% 넘기면 성공이다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높게 나왔다. 부담이 확 된다"고 선거 결과를 먼저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있으니 국회에 들어와서 역할을 좀 하라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고 묻자 '정리된' 생각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에서 만든 것 아니냐. 그러니까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별도로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 몸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그런 인식을 같이 하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내 갈 길 가는데 당에서는 지원하라는 것보다는 당이 나를 (대통령)만들어 주었으니 같이 한 배를 탄 박근혜 정권이라는 생각을 대통령이 가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내가 정치하면서 일관되게 주장해 온 민주성 회복이다"고 했다.

삐걱대는 당·청관계에 대해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직언하면 대통령과 또 부딪치지 않겠느냐"고 하자 "그게 청와대와 사전대화가 안 돼서 그런 것이다. 사전대화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정치 아니냐"고 답했다.

당권에 대한 생각도 내비쳤다. 그는 "그동안 내가 하겠다고 나선 것보다 문제를 해결 좀 해 달라고 구원등판을 요청해 오면 나서는 식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식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재의 당·청 관계, 당내 역학구도를 볼 때 기다리면 자연스레 기회가 올 것으로 그는 전망하고 있었다.

부산·경남 정치권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속내도 읽힌다. "김영삼, 노무현 대통령 두 분 이후 큰 인물이 없다는 데 PK 지역의 상실감이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제대로 리더십을 좀 발휘하라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구심점이 필요하다면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의 '무대'에게는 직선적인 언행을 찾기 힘들다. 지난해 공천 탈락 후 백의종군,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 복귀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드러나는 확연한 특징이다. 하지만 직선전인 언행을 자제한다고 해서 40년 정치를 하면서 마음속에 품어 온 큰 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직선적이지 않은 것은 당권 너머 대권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유세과정에서 이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김무성이가 영도에서 당선되면 다른 데로 튈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영도에 뼈를 묻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 자신의 정치적 큰 꿈을 영도에서 펼쳐 나갈 것입니다."

그는 "대권을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요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애둘러 답했다.

하지만 대권까지 생각한다면 그는 벗어야 할 이미지가 적지 않다.

'YS키드'로 구시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부담이다. 돈 많은 집안에서 어려움 모르고 자란 귀공자 스타일과 여기서 비롯되는 거만한 이미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색깔론 공세도 김무성을 짓누르는 요소다.

그는 이런 지적을 잘 안다. 그가 당선의 변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따뜻한 경제' '야당과 호흡하며 양보하는 정치'를 들고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정치적 고비 때마다 절묘한 승부수로 위기를 타개해 온 김무성 의원.

영남권 맹주와 당권을 거쳐 대권도전의 기틀 마련, 이 세 마리 토끼를 어떻게 몰고 나갈지 전국적인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노정현 기자 jhno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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