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시마 조선통신사 행렬 중단 위기
축제진흥회 "日불상 미반환에 지역 여론 악화돼 취소키로"
일본 쓰시마에서 33년째 열리고 있는 조선통신사 관련 이벤트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쓰시마에서 국내 절도범이 훔쳐 들여 온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돌려주지 않는 데 대한 악화된 지역 여론이 원인이다.
25일 일본 쓰시마 시 부산사무소와 부산문화재단에 따르면 일본 쓰시마 시 조선통신사행렬진흥회가 최근 회의를 열어 오는 8월 3~4일 열릴 '쓰시마 아리랑축제'의 메인 이벤트인 조선통신사 행렬 재연을 올해에 한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또 진흥회 산하 쓰시마 시 상공회 청년부 이즈하라지부도 축제 이름에서 '아리랑'을 빼기로 뜻을 모았다. 행렬 재연 취소와 축제 명칭 변경 여부는 다음달 10일 축제 주최자인 쓰시마아리랑축제진흥회 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축제 이름에서 '아리랑'도 빼
아리랑축제는 쓰시마 시가 1964년 관광진흥을 목적으로 이즈하라 상공회를 주축으로 시작한 마을 축제였으며, 1980년 조선통신사행렬진흥회가 발족되면서 조선통신사행렬을 축제의 절정 순서로 배치했다. 1988년부터는 '쓰시마 아리랑축제'로 이름도 바꿔 한·일 우호 교류의 상징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축제 이름에서 아리랑을 빼고, 하이라이트 순서까지 중단하는 강경책이 나온 이유로 쓰시마 시 관계자는 "지난 1월 쓰시마 관음사에서 한국 절도범에 의해 도난당했다가 한국 정부가 회수한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지역민의 서운한 감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 금동관음보살좌상 반환운동에 대해 쓰시마 지역에선 '수백년 전 일은 알 수 없지만, 일단 훔쳐 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니 돌려주고 나서 주장을 펼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나가사키 현 유형문화재인 금동관음보살좌상은 1330년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봉안됐다는 발원문이 복장품으로 발견돼 국내에서 반환운동 대상이 된 불상이다. '일본으로 건너간 경위가 불분명하니 돌려줘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전지법도 지난 2월 부석사가 낸 불상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쓰시마 시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와 아무 관련 없이 불상 반환을 촉구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아직 중단됐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이호진 기자 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