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로 들으니 별로 안 어렵네~"
사투리로 시를 지어 낭송하는 사투리 시낭송 대회가 23일 저녁 부산 서면 영광도서에서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줄 끼 아~무것도 없는기라/그래가꼬 속가지 다~ 내놨다 아이가/사랑한다는 이바구꺼정/눈티 따가바가꼬…니캉 내캉 몬가꼬 있는 어리버리 하낱/진짜 속에 너~가꼬 사는갑제."
23일 저녁 부산 서면 영광도서에서 열린 '제5회 사투리 시낭송 대회'에서 낭송된 금수련 시인의 '저녁 연기'란 시다. 낭송은 마치 연극의 독백과도 같았다.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로 시작하는 표준어 버전보다 훨씬 더 감정이입이 잘 됐다. 시인이 자기의 속마음을 '까디벼' 보여 주는 듯, 시인의 애잔한 속마음이 직구로 와서 닿았다. 시인이 사고하고 표현하는 생활언어가 사투리이기에, 사투리 시어는 시인의 마음을 더 정확히 표현해 주고 있었다.
이날 '시를 짓고 듣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등 50여 명은 저마다 표준어-사투리 동시버전 시를 한 편씩 지어 이를 낭송하거나 시집을 통해 발표했다.
5회째 '사투리 시낭송 대회'
일상 생활어로 표현한 시어
청중들 환호와 박수로 호응
"내 쪼깬 했을 적/따시한 매뚱 저태 대~기 부꺼러븐 듯/모간지 떨간 할매꽃"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정겨운 '할매꽃' 낭송에서는 곰살맞고 간드러지는 성복순 시인의 말투 때문에 여기저기서 '히~' 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시인은 "고맙습니더"라며 내려가는 순간까지 정겨움을 놓지 않아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아흔넷의 이종원 시인이 무대에 올라와 "오냐 그래그래/흙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다 홀딱 벗어 떤져 뿌리고/욕심보 다~ 터러 없애 뿌리고/그러모 맴 편캤째 행복 하겠째"라고 낭송하자 가슴을 파고드는 진심 어린 조언에 청중들은 환호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사투리 시 대회라고 경상도 버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죽음이란 놈은 아구 같아/자비도 연민도 없는 잡 것이여" 김창수 시인이 이번에는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담아내자 "어허이" 하는 추임새가 절로 나왔다.
강천형 계간지 '씨앗수필' 대표는 "오늘 고향에 온듯, 시골에 온듯 포근한 느낌이 든다"면서 "니캉 내캉, 됐나 됐다에서 보듯 사투리는 백 마디의 말이 필요 없는, 정을 느끼게 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며 사투리 보존을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를 짓고 듣는 사람들의 모임'(회장 안태봉)이 주최하는 사투리 시낭송 대회는 지난 2009년 4월 첫 대회를 연 뒤 올해 5년째 개최되고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