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春 힐링 여행] 경남 의령 자굴산치유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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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약차… 풍욕… 어머니 뱃속 같은 공간서 지친 심신 눕히다

삼림욕은 심신의 피로를 해소하고 소화기능을 활성화한다. 한 여성 방문객이 맨발 워킹 코스에서 삼림욕을 즐기고 있다.

경남 의령군 가례면에 있는 자굴산치유수목원 주차장이란 푯말을 보고 차를 세웠다. 늦봄 날씨가 변덕을 부렸다. 차에서 내려 자굴산 산자락으로 방향을 정했다. 눈앞에 대숲이 시원하게 조망됐다.

수목원으로 가는 나무계단 양쪽으로 야생화가 활짝 피었다. 대숲에서 '쏴' 하고 부는 바람이 머릿속까지 비집고 들어왔다. 잠시 뒤 의령자굴산치유수목원 이일준(69) 이사장을 만났다. 부산 출신의 이 이사장은 지난 2006년 이곳에 와 수목원을 세웠다. 원래는 부산 기장군에 수목원을 열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았단다.

사재를 다 털었지만 수목원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인부를 구하는 것부터 그랬다. 겨우 구한 인부들과 밥 해 먹고 함께 잠자며 13만 6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밤나무뿐이었던 산자락은 이듬해 1천400여 종의 난·한대 식물과 노거수, 대나무 숲길로 바뀌었다."평생 나무와 살았습니다. 나무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수목원을 열 수 없었을 겁니다."

1천400여 종 난·한대식물 볼거리
소나무·삼나무·편백 등 침엽수 다양
지난해 산림청서 '치유수목원 1호' 인증
맨발로 걷는 황톳길 질감 뇌까지 전달


처음에는 알음알음 알게 된 사람들만 찾았다. 집중호우와 태풍에 피해도 많이 입었다. 그는 수종을 바꾸고 배수로를 고쳤다. 얼추 수목원이 꾸려졌다고 생각해 의령군에 기부 의사를 내비쳤는데, 막대한 운영비와 운영할 전문인이 없다며 군청은 기부를 고사했다. 그는 이때부터 '결국 나무와 함께 할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수목원에 오는 방문객들에게 휴식을 주고, 숲을 즐기면서, 자연을 통한 심신을 달래는 치유의 공간으로 이곳을 가꿨다. 이를 위해 치유에 좋다는 소나무, 삼나무, 편백,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를 보강했다. 침엽수가 활엽수보다 피톤치드가 10배 정도는 더 나온다는 데 착안했다. 아로마테라피, 걷기, 약차 음용, 풍욕 등을 섞어 숲 치유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족욕으로 발의 피로를 푸는 방문객들. 치유수목원 제공.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1월 산림청으로부터 국내 1호 치유수목원으로 인증받았다. 언론의 시선을 끌었지만 치유수목원이라는 이름처럼 자연스럽게 알려지고 싶다는 이유로 취재를 제한했다. 그럼에도 숲을 통한 힐링이 주요 관심사가 되면서 최근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

맨발 걷기를 체험해보는 관광객들. 치유수목원 제공
수목원은 워킹 코스와 체험 코스로 나뉘었다. 워킹코스는 노르딕 워킹 코스(1.2㎞), 맨발 워킹(500m), 마사이 워킹(500m) 코스, 풍욕 코스, 음이온 워킹 코스로 대별되고, 체험 코스는 족탕, 아로마에센스 입욕, 반신욕, 자기 별자리나무 교감 코스로 구분됐다.

치유프로그램을 체험하려면 예약하는 것이 좋다. 예약하면 심장에서 발산하는 생체신호를 분석해 신체의 건강상태를 진단해 준다. 이를 통해 자신의 신체건강 나이(몸의 피로도), 뇌의 활성도, 화병(스트레스평가), 기력(에너지 수준), 부정맥 여부 등을 알 수 있다. 인바디 검사를 통해 체지방과 신체 균형상태도 파악할 수 있다. 이후 미술치유사와 상담과 분석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치유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 이사장을 따라 휴양관 건물 2층에 있는 나무방으로 갔다. 향나무방 문을 열었더니 향나무 향이 전광석화처럼 온몸을 감쌌다. 고압 전기가 흐르듯 코가 뻥 뚫렸다. 향나무 향은 몸에서 나쁜 균을 없애고 안정시켜 준다고 했다. 향나무방 옆에 있는 삼나무방에선 또 다른 향기가 났다. 이런 방에서 1시간만 잠을 자도 몸이 개운해지고, 머리가 맑아질 것 같다.

휴양관에서 나와 효소체험장으로 갔다. 300가지의 야생 약초로 효소를 만드는 곳이었다. 길가에는 수도꼭지가 잊힐 만하면 또 나타났다. 수도꼭지 안내판에는 '지하 300m 지점에 옥이 있다. 그 옥물에 게르마늄, 셀레늄, 칼슘 성분이 들어 있다'란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컵에 물을 받아 마시니 알싸했다.

숲 한가운데 있는 피라미드 방에서 잠시 쉬는 모습.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는 맨발 워킹 코스를 걸었다. 황토 위에 톱밥을 깔아 길 자체가 쿠션이다. 맨발 걷기는 숙면과 소화기 계통을 강화하고, 변비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남자의 성 기능 강화, 갱년기 여성의 생리 활동을 활발히 해 주고 무좀과 발 냄새 걱정도 덜어준단다. 보드랍고, 까칠까칠한 톱밥의 질감이 발을 통해 뇌까지 전달됐다. 길옆 나무 그늘에 빛과 공기가 가진 자연치유력을 한곳에 모아주는 피라미드 형태의 투명한 나무 방도 있었다. 연인끼리 앉아서 명상의 시간을 가지면 더 좋을 곳이었다.

수목원 곳곳에 있는 자기 별자리나무도 시선을 끌었다. 탄생석이나 탄생화는 들어봤지만 별자리나무는 처음이었다. 나무도 사람처럼 생의 주기를 가지는데 사람이 자기 생일에 맞는 나무를 찾아 그 밑에 앉으면 나무가 가진 치유력이 몸으로 흡수된다고 이 이사장은 말했다. 잠시 별자리나무 밑에 앉아 심호흡했다. 치유력은 아니더라도 나무 그늘이 주는 기운은 유별났다.

치유수목원에는 나무도 많지만 수백 가지의 약초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삼지구엽초, 곰취, 엉겅퀴, 당귀, 천궁, 삼백초 등 우리 귀에 익숙한 약초가 길가에 깔렸다. 이 이사장이 몇몇 약초를 따서 먹어 보라며 건넸다. 어떤 건 쌉쌀하고, 어떤 건 달다. 먹기 전엔 일개 풀이었지만 입으로 들어온 순간 약초가 됐다.

약초원과 철쭉원, 묘목장을 돌아나와 일준부채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준'은 이 이사장의 호인데, 그는 젊었을 때 옛 그림을 한두 점씩 모으다가 부채에 그려진 그림에 매력을 느껴 본격적으로 이를 사 모았다고 했다. 그동안 부채 값으로 치른 돈이 무려 40억여 원. 그렇게 수집한 것이 600여 점. 그중 200여 점이 박물관에 전시됐다.

그가 소장 중인 부채 중에는 추사 김정희, 도산 안창호 선생이 사용한 것도 있다. 깃털로 만든 부채, 상아로 살을 만든 부채도 특별했다. 중국, 일본 부채 방은 아예 따로 있었다. 그중 중국 황실에서 쓴 향나무 부채가 인상적이었다. 중국인들은 부채를 바람을 내는 도구로 사용하기보다 권력과 신분 과시용으로 더 즐겼다고 전한다. 일본 부채는 화려함보다 글씨와 낙관을 넣어 품위를 유지했다.

부채박물관에서 다시 대숲을 지나 수목원을 나왔다. "숲은 어머니의 뱃속과 같은 공간입니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TIP

■교통


·자동차: 남해고속도로~군북IC~의령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합천 방향 우회전~1037번 지방도로 2.5㎞ 치유수목원.

·내비게이션: 자굴산치유수목원(경남 의령군 가례면 가례로 327의 22).

·대중교통: 부산서부버스터미널~의령시외버스터미널(치유수목원행 시내버스 오전 8시 50분·10시 40분, 오후 12시 30분·오후 4시, 택시 5분 소요)~치유수목원.


■연락처 및 이용시간

·치유수목원 안내소 055-574-4458~9.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수목원 매주 월요일 휴무/부채박물관 매주 월·화요일 휴무).

·수목원 입장료 5천 원. 치유프로그램(이하 1인 기준) 1박 2일 19만 원. 나무방 숙박 1일 3만 원(식사 1만 원 추가).


■음식

·종로식당(쇠고기국밥, 055-573-2785), 다시식당(메밀국수, 055-573-2514). 의령소바(메밀국수, 055-572-0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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