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일조권 보장하려 인근 아파트 피해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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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부곡동 대동다숲 아파트 109동 옥상에서 바라본 명륜 제2재개발지구 공사 현장. 조영미 기자

법적으로 새로 짓는 건물로 인한 학교의 일조권 침해는 안 되지만 인근 아파트는 괜찮은 걸까.

부산 금정구 부곡동 대동다숲 아파트 주민 50여 명은 23일 명륜 제2재개발지구에 들어설 예정인 명륜아이파크2차 아파트로 인해 일조권을 침해받게 됐다며 동래구청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재개발조합과 시공사가 원래 동해중학교 앞에 지으려던 아파트 단지를 없애는 대신 대동다숲 아파트 앞 단지 수를 늘리고 층수도 높여 일조권에 막대한 침해를 받게 됐다고 대동다숲 아파트 주민들은 주장했다.

명륜아이파크 2차
학교 앞 신축 계획 변경
대동다숲 앞 건축 늘려
"햇빛 가린다" 주민 반발


2010년 최초 설계도에 따르면 동해중학교 앞에 15층 높이의 2개 동, 대동다숲 아파트 앞에는 9층, 17층, 26층 등 3개 동이 지어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재개발조합과 시공사가 학교 앞 단지를 없애고 대동다숲 아파트 26~36m 앞으로 21~30층의 고층 건물이 들어서도록 설계를 변경했다는 것.

동해중학교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학교 일조권이 침해받게 돼 학교보건법에 따라 재개발조합과 시공사가 설계 변경을 한 것이다.

학교의 일조권을 보장하는 법은 있지만 인근 주민의 일조권을 보장하는 법규는 없는 셈이다. 명륜아이파크2차는 공동주택 24개 동 총 1천963가구가 입주 예정이며 현재는 지반 공사를 하고 있다.

가장 많이 일조권 침해를 받게 된 대동다숲 아파트 108동, 109동 주민들은 일조권 수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12월 동아대 친환경 건축·빌딩 시스템 연구실에 일조 시뮬레이션을 의뢰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108동과 109동 120세대의 52%인 62가구가 법적 일조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법 시행령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적 일조 시간은 주거전용지역에서 연중 낮 시간이 가장 짧은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 중 연속해서 2시간 이상,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 8시간 중 일조시간 총합이 4시간 이상이다. 대법원은 이 일조 시간이 충족되지 않으면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동아대 건축공학과 이정재 교수는 "일본의 경우 주변 아파트 일조권에 문제가 발생하는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돼야 건축 허가가 나지만 우리나라 법은 아직 그렇지 않아 민사적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대동다숲 아파트 주민 하영신(49·여) 씨는 "우리 아파트 1층에 사는 사람은 앞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연속 6시간 햇볕을 받았는데, 명륜아이파크2차 아파트 건설 관련 시뮬레이션 결과 54분으로 줄었다"면서 "햇볕이 안 들게 되면 앞으로 냉방비, 난방비가 많이 들 것이 뻔해 더욱 걱정이다"고 말했다.

부산지방변호사회 강동규 변호사는 "동간 층수 높이 제한을 맞추는 등 행정법규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에 일조권을 침해 받아도 민사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아직 건물이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공사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동래구청은 건축 허가에 법적 문제는 없지만 재개발조합과 시공사, 대동다숲 주민들이 만나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 회의를 주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재개발 아파트 신축 전(윗 사진)·후 대동다숲아파트 일조 시뮬레이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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