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서 뜬금없는 인사 얘기… 윤진숙 장관 첫날부터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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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끝에 임명장을 받은 해양수산부 윤진숙 장관이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양수산인들과 함께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 강행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찮다. 윤 장관의 취임사에 해수부 공무원들은 한 숨을 내쉬었고, 박근혜 대통령의 '초강수'에 정치권은 들끓고 있다. 이 와중에 5년 만에 부활한 해수부의 공식출범은 빛을 바래고 말았다.

서기관 외 인사 없었는데
느닷없이 "불만 많을 것"

"조직장악력 높이려는
무리수 발언 아니겠나"

야당, 임명 강행 반발
법안소위 불참 파행

부산 지역 민심도 싸늘
'윤 장관 후폭풍' 현실화


■ 첫날부터 헛발질

아니나 다를까. 윤 장관은 첫날부터 '헛발질'을 하고 말았다. 윤 장관은 17일 오후 취임식에서 미리 배포한 취임사를 제쳐두고 예고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냈다. 해양과 수산의 '화학적 결합'과 인사 문제에 취임사의 절반 이상을 할애했다.

윤 장관은 먼저 해수부가 "화학적으로 결합되지 않고 있다"며 "내부의 소통과 융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공무원은 "지금은 해양과 수산 쪽 공무원들이 5년간 더부살이를 하고 나서 서로에 대한 애착이 많아 유기적 결합이 잘되고 있는 편"이라며 "장관이 과거 해수부 시절을 생각하고 생뚱맞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윤 장관은 뒤이어 "인사에 불만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것은 임시로 진행된 것으로 6개월 뒤 다시 하겠다"며 느닷없이 '인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전체 직원들 앞에서 인사를 예고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한 공무원은 "서기관 인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인사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불만이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무슨 소리인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약점을 안고 출발한 장관이 조직 장악력을 극대화하기 무리하게 인사 이야기를 꺼낸 것 같은데 발언 장소와 시점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이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해수부 부산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이제는 이전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윤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이 잇따르자 세종정부청사 안팎에선 "조마조마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가에서 뿐만 아니라 관가에서도 '시한폭탄'으로 취급받는 양상이다.

해수부의 한 간부는 "윤 장관이 생각없이 말하고 발끈하는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터진 '몰라요'나 '어처구니없다'는 발언이 또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해양계 인사는 "윤 장관 때문에 5년 만에 부활한 해수부가 상처투성이로 출범하게 돼 허탈하다"며 "장관만 잘 하면 되는데 큰 일이다"고 말했다.


■ 야당 반발, 여당 불쾌

박 대통령의 윤 장관 임명으로 정국은 얼어붙고 있다. 두 차례나 청와대 만찬에 참석해 임명 철회를 거듭 요청한 민주통합당은 "결국 박 대통령의 '소통 이벤트'에 들러리만 선 꼴이 됐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윤 장관 임명에 따른 야당의 반발과 회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현재 분위기로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해수부의 국회 업무보고가 제대로 이뤄질 지도 불투명하다.

윤 장관 임명에 우려를 표명했던 새누리당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문회에서 '모른다'를 연발한 윤 장관이 구성원 1만4천 여명의 방대한 해수부 조직을 잘 통솔할지 국민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대변인으로서는 극히 보기드문 논평이었다.


■ 부산 민심 이반 조짐

해양수산의 본고장인 부산의 민심도 악화되고 있다.

부산참여연대는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막중한 권한과 책임이 따르는 자리에 부적격한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해양수산 관련 산업이 가장 발달해 있는 부산시민으로서도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박인호 해수부부활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해수부가 부활한 것 이외에 위상강화, 청사 부산 설치, 힘있는 장관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며 "해수부가 출범했지만 부산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영도 재선거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비오 후보는 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은 국민과 여야 공히 우려하는 윤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오기정치로 영도구민과 부산시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며 민심을 자극했다.

이주환·손영신·전창훈 기자

ze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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