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 캔버스에 구현된 공간… 같이 거닐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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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억 속을 거닐다' 전

이지연의 'Exploration of Space'(공간 탐험·78×260㎝). 갤러리폼 제공

"어릴 적에 수영구에 있던 외가에서 자랐어요. 외할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은 정말 소중한 추억이지요. 뭐랄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아련한 기억들이, 그 공간이 말할 수 없이 그리웠어요. 그러니까 부산은 저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는 도시입니다."

긴 머리를 하고 수줍은 듯 갤러리에 선 작가 이지연. 서른다섯이란 나이에도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자분자분 잘도 풀어낸다. 전시 제목 'Stroll Among The Memories(기억 속을 거닐다)'처럼, 추억 여행을 하면서 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그래서였을까. 벽에 걸린 작품들은 결코 보는 이를 자극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듯, 우유 빛깔을 바탕으로 깔끔하고 은은한 색채를 하고 있다.

이지연은 그림으로 공간을 창조한다. 부산에서의 유아기 이후 이화여대 미술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03년부터 라인테이프를 이용해 '기억 속의 공간'을 보여 주고 있다. 0.5㎜에서 1.5㎜ 두께의 라인테이프로 스케치를 하고, 아크릴 물감 등으로 면을 채워 나가는 독특한 방식이다. 건축가들이 공간을 보는 방법을 습득하기 위해 공부도 했다.

그림을 보면, 캔버스 속 공간들 속에 누군가 숨은 것 같다.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회색조로 공간을 채워 나간다. 때로는 조각난 작은 캔버스들이 모여 어긋나지만 엮여 있는 큰 공간을 연출하는 일탈을 꾀했다. 그의 공간은 건축학도처럼 딱 떨어지는 입체가 아니라, 순전히 작가의 기억에 의존해 창조한, 때로는 비현실적인 것이다.

이지연은 지금 공간의 확장을 꿈꾼다. 평면을 벗어나 반입체 작업을 시도할 생각이란다. 그는 "공간을 그리워하고, 공간을 헤매고, 공간을 그리면서 나는 행복하다. 보시는 분들도 소리 없는 색, 면들 속에서 함께 상상하며 유쾌한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연 'Stroll Among The Memories(기억 속을 거닐다)' 전=5월 15일까지 갤러리폼. 051-747-5301. 박세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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