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딩동, 마녀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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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동서대 교수·영어학과

지난 8일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가 타계한 이후 영국 사회에서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처의 죽음을 축하하는 파티와 반 대처 집회가 런던을 비롯해 여기저기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딩동! 마녀가 죽었다!"라는 경쾌한 노래 한 곡이 영국 음원 차트 상위에 랭크되기도 하였다. 유튜브에는 이 노래를 배경으로 대처의 죽음을 축하하는 영상물이 대거 올라와 있을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예의를 중시하고 질서를 존중한다는 영국인의 성향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현상들은 다소 의외로 비칠 수 있다.

대처 전 총리 죽음에 축하파티 여는 영국인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처 전 총리는 상당수 영국인들에게 사악한 '마녀'와 같은 존재였다.

1979년 보수당 집권 직후 대처 총리는 소위 '영국병'에 허덕이고 있던 영국 사회를 전면적으로 바꾸려 하였다. 이를 위해 그는 복지 예산과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였으며, 강경 노선을 걷던 노조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노조 활동을 결정적으로 약화시켰고 또한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대다수 공기업을 과감히 민영화하였다.

이른바 대처리즘은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정치적으로는 신보수주의적 권위주의를 지향하였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정책을 밀고 나가는 그의 모습에 '철의 여인(The Iron Lady)'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하였다.

1980년대 초반까지 대처의 정책들은 실효를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통화주의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영국은 대량 실업과 경기침체라는 크나큰 후유증을 겪어야만 했다. 급진적이고 강경한 경제 전략에도 불구하고 대처 정부는 집권 기간 중 연평균 1.75%라는 초라한 경제 성장률을 달성했을 따름이다.

그의 집권 기간 중 영국 경제는 전혀 나아진 바가 없었던 것이다. 가장 피해가 컸던 쪽은 단연 근로자들이다. 그들은 대처 정권의 노동탄압과 민영화 정책, 급격한 구조 조정, 복지의 대폭 축소 등으로 인해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이는 또한 이혼율 증가와 가족 해체, 부의 양극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영국병을 치료하고 경제를 회복시켰다는 초창기의 실적에만 초점이 맞춰져 대처를 종종 성공적인 리더십의 사례로서 거론해 왔다. 하지만 정작 영국에서는 80년대 중반 이후 줄곧 진보적인 지식인, 예술가, 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대처리즘에 대한 비판이 행해져 왔다.

대처 타계 직후 영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반(反)대처주의의 양상들은 결국 재임 중 일방적인 정책 실행을 통해 영국을 개조하려고 하였던 대처 정부의 실책에 대한 질타이자 그 중심에 섰던 대처에 대한 적의의 표출이다. 망자의 죽음을 추도하기는커녕 마녀의 죽음이라며 자축하는 이런 비상식적인 현상의 이면에는 그 시절 영국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과 절망, 분노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

마거릿 대처, 그는 소통을 거부한 정치인이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끝까지 밀어붙였지만, 자신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합의와 타협에는 소홀하였다. 영국병을 치유하고자 한 목표는 이상적이었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은 지극히 권위적이고 독단적이었다. 그에게 영국이라는 나라는 중요했지만 그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은 부수적인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소통 없는 '차가운 리더십'의 결과는 불행뿐

장기 파업을 벌이다 대량 실직한 탄광 근로자들은 그가 만들고 싶었던 영국 사회에는 불필요한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1982년 발발한 포클랜드전 역시 외교적인 해결 대신 굳이 전면전을 불사함으로써 수백 명의 젊은 피를 보수당 재집권의 제물로 삼지 않았던가.

이제 대처의 집권 동안 피해자였던 그 '사람'들이, 또한 대처의 정책에 반발하던 그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기뻐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들은 대처의 장례식 운구 행렬 시 일제히 등을 돌려 반대처주의를 표하자는 평화 시위까지 구상하고 있다. 마거릿 대처, 그는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였으나 영국 국민들의 마음을 이끌고 가지는 못했다.

소통과 공감이 부재하는 일방적이고 '차가운' 리더십의 불행한 결과를 오늘 우리는 영국에서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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