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보고 생각 키우고] "사투리는 표준어와 다를 뿐 틀린 말이 아니다"
'아 주라!(파울볼을 아이에게 주라는 사투리 표현)'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굳이 부산 사람이 아니어도 다 알아듣는다. 야구장과 방송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진 말이기 때문이다. 말뿐만이 아니라 부산 사람들의 정서도 함께 녹아 있는 하나의 '문화'로도 본다.
말은 동물과 인간을 구별 짓는 큰 특징 중 하나로, 말을 통해 문화가 형성되고 문화는 말을 통해 공유되고 전달된다. 또 이 말은 시대나 지역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새로운 말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있던 말이 사라지기도 한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말이 있는가 하면 세계 사람들이 같이 쓰자고 약속한 말도 있다.
지역 고유의 문화 배어 있어
문학적 가치 높인 사람도 많아
쓰는 데 당당해져야 보존 가능
우리나라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어로 정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표준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래서 공공기관에서는 물론 교과서에도 표준어가 기준이 되어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 표준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투리를 사용하는 '촌놈'으로 인기를 얻은 개그맨도 있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들이 맡은 배역을 보면 대체로 조폭이나 가난한 사람 등 비주류 또는 사회적 약자들이 많다. 조금씩 변하고는 있지만 사투리를 사용하는 대기업 회장님이나 대통령, 왕, 특히 여자 주인공을 본 적이 있는가? 어느새 우리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있다.
2010년 국립국어원에서 성인 남녀 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73.7%가 자녀가 표준어만 구사하거나 표준어와 방언 둘 다 구사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교육이나 취업을 위해 서울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투리 교정'을 위한 학원도 성업 중이다. 심지어 가정에서 유아를 돌볼 때도 표준어를 구사하는 도우미를 우대하거나 아이들에게 사투리 사용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과연 사투리는 이런 대접을 받아 마땅할까?
얼마 전 다큐멘터리 '사투리의 눈물'(경남MBC)에서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사투리의 심각성을 재조명해 보여 줬다. 이런 현상은 부산·경남만이 아니라 독특한 지역 말이 많은 제주에서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학자들 중에는 언어의 진화라는 의견도 있지만, 사라지는 사투리만큼 소멸되는 지역 고유의 문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뛰어난 작품을 쓴 문인들 중에는 구수한 고향 사투리로 그 문학적 가치를 드높인 사람들이 많다. 만약 사투리 표현을 표준어로 바꾼다면, 그 맛과 정을 제대로 살릴 수 있겠는가?
사투리는 표준어와 비교해서 '다른' 말이지 '틀린' 말은 아니다. 다문화 사회를 외치는 현실에서 사투리도 분명 다문화의 한 꼭지다. 그래서 '사투리' 대신 '지역어', '탯말(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들어온 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사투리 사용에 대해 당당해지는 것, 그것이 사투리 보존의 첫걸음이다.
이은희 신정중학교 교사 leh2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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