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금값 추락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우리 국민은 '금(金)모으기 운동'에 나섰다. 금을 팔아 달러를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해 외환 부채를 갚자는 '제2의 국채보상운동'이었다. 나라를 살리겠다는 마음에 앞다퉈 참여해 아이 돌반지, 결혼반지까지 내놓았다. 1998년 1월부터 4개월 동안 350여만 명이 참여해 약 227t의 금을 모았다. 모인 금은 수출됐고, 금액은 22억 달러였다. 그때 한국 외환 부채 304억 달러에는 비록 못 미쳤지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국제 금값은 1트로이온스(31.1g)당 300 달러 안팎이었다. 그 무렵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늘어 금값이 오름세를 탔다. 2008년에 터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결정타였다. 당시 온스당 700달러 선이던 금값은 달러·유로·엔 등의 대체 투자자산으로 각광 받아 폭등하기 시작했고, 2011년 8월 온스당 1천888.70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금값은 점차 떨어졌고, 올 들어 내림세가 심해지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값은 온스당 1천501달러를 기록, 전날보다 4.1%나 급락했다.

해외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은 금값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이미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엊그제 금값 올해 전망치를 온스당 1천610달러에서 1천545달러로 낮추고, 내년 전망치도 당초 1천490달러에서 1천350달러로 내려 잡았다.

반면 국내는 금 투자 바람이 여전하다. 지난달 4일부터 골드바(금괴) 판매에 나선 국민은행은 지난 10일까지 218억 원어치를 팔았다. 국제 금값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금통장도 계속 인기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판매 잔액은 지난해 말 4천829억 원에서 지난달 말 5천107억 원으로 늘었다. 귀하고 값진 금이지만 재테크 차원에서는 맹목적인 사랑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절이 아닌가 싶다. 장지태 논설위원 jj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