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간헐적 단식, 건강에 좋을까] 밥 굶고 살 빼겠다고? 꿈 깨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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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기 열풍이 한창이다. 다이어트, 즉 건강을 위해 살을 빼기 위해서다. 살 빼기 위해 마냥 굶는 건 옛날 식이다. 요즘엔 좀 더 체계적으로 발전했다. 최근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이 그렇다. 1주일에 한두 차례 이상, 16~24시간의 단식을 통해 공복을 유지하는 식이방법이다. 그런데 부분적으로 굶는 이런 다이어트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부산에서 비만을 다루는 의사 7명에게 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권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왜 그럴까?

■오히려 살이 더 찌면 어쩌나…

의사들은 공통으로 지적했다. 어떤 형태든 단식이 살을 더, 그리고 빨리 찌울 수도 있다고. 비만은 소비되는 열량보다 몸 안에 들어오는 열량이 많을 때 생긴다. 사람은 숨 쉬는 것 외에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아도 하루 1천~1천300K㎈를 소비한다. 이를 기초대사량이라고 한다.

단식하면 기초대사량 줄어
적은 열량도 지방으로 축적
더 빨리, 많이 살 찌워

건강에 좋다는 증거 불확실
되레 영양학적 불균형 우려
소식 기초한 식이요법이 현명

그런데 고신대복음병원 가정의학과 공은희 교수에 따르면 '간헐적 단식'은 부분적으로 하루 섭취 열량을 600K㎈ 이내로 제한한다. 기초대사량도 안되는 정도의 열량을 섭취하니 당연히 체중이 줄게 된다. 하지만 이게 지속되면 몸 스스로 기초대사량을 기준보다 축소시킨다. 그러면 굶어도 점점 살 빼기가 힘들어진다.

동아대병원 가정의학과 한성호 교수는 이 부분에서 '기아체제'라는 말을 썼다. 굶어서 기초대사량이 줄어들게 되면 몸은 에너지 부족의 위기 상황을 느끼고,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적은 열량도 쉽게 지방으로 저장하려 한다. 이 상태가 '기아체제'다. 이때는 단식 전보다 적은 음식을 섭취해도 더 쉽게 지방으로 저장된다. 살이 찌는 것이다.

더구나 굶은 뒤에는 과식이나 폭식을 불러올 가능성이 커진다. 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규 교수는 '간헐적 단식'이 식욕을 조절하는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복감을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과 식사 후 포만감을 일으키는 '렙틴' 호르몬의 조절 기능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고픈데도 고픈 것 같고, 배가 부른 데도 부르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지면 당연히 과식·폭식을 부르게 된다. 실제로 단식 혹은 야간에만 음식을 섭취하는 라마단 기간 동안 이슬람 국가에서 음식 소비량이 평소보다 크게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다. 단식으로 인해 이전보다 오히려 더 살이 찌게 되는 셈이다.

■생명 연장 효과? 확실한 건 아직…

'간헐적 단식'의 인기에는 건강에 좋다는 인식도 큰 몫을 차지한다. 한 예가 시르투인(sirtuin)이라는 장수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저칼로리 또는 공복 상태에서 노화나 세포 사멸을 억제한다. 그밖에 알츠하이머병,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암 등을 예방하고 생명연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해운대백병원 가정의학과 유선미 교수는 "간헐적 단식의 장점으로 알려진 각종 효과들은 대부분 동물 실험에서 얻은 것이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단식이) 포도당, 단백질, 지방 등의 대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메리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미경 과장도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나마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소수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단기간 시행한 단식 전후의 비교·관찰 결과만을 제시할 뿐"이라는 것이다. 김 과장은 또 "동물실험에서 분명하게 제기된 문제 중의 하나가 생식력의 저하"라고 지적했다.

단식에 따른 생식력 저하는 동아대병원 한성호 교수도 지적했다. "대부분의 단식 방법은 충분한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공급되지 않아 영양학적인 불균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생식능력과 기억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의의료원 가정의학과 박선기 과장은 "초저열량 식사요법은 전해질, 무기질 등의 결핍과 여러 영양소의 불균형과 대사 이상을 초래할 수 있고, 빈혈, 구토, 통풍, 담석 등의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높아 일반적으로 권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만치료에 지름길은 없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클리닉 이상엽 교수는 "현재 국내외적으로 장기간 적용할 수 있는 비만치료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라고 단언한다. 표준식이요법이다. 표준식이요법은 단백질은 최소 필요량을 반드시 보충해주고, 당질과 지방섭취를 다소 제한하는 것이다. 이때 비타민과 무기질이 부족하지 않도록 식단을 구성하되, 너무 심하게 식사를 줄였을 때는 영양제를 따로 보충하도록 권하고 있다. 물론 효과는 더디다. 하지만 이 교수는 "토끼처럼 급하게 줄이다 역효과를 맞는 것과, 거북이처럼 서서히 줄여서 오래 효과를 보는 것 중 어느 게 현명한 선택인가"라고 묻는다.

표준식이요법은 달리 말하면 소식(小食)이다. 소식은 초저열량식이 아니라 배부르지 않게 먹는 것을 말한다. 끼니를 거르지 않지만 영양 과잉을 막는 것이다. 소식과 함께 필수적인 게 운동이다. 운동은 심폐기능과 같은 신체 대사를 개선시키기 위해 필요하다. 운동으로 기초대사량이 늘게 되면 평소와 똑같이 열량을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감소하게 된다.

비만 관련 전문의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모토가 있다. '골고루, 조금씩!'이다. 균형잡힌 식단을 적당히 먹어라는 것이다. 비만 치료에 왕도나 지름길은 없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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