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한 몸 두 영혼이 서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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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누리픽쳐스 제공

지난 2008년 선보인 '트와일라잇'은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그리며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 가장 히트한 이 시리즈는 지난해 12월 '브레이킹 던 : Part 2'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4편까지 이어진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일등 공신은 바로 원작자 스테파니 메이어가 아닐까. 시리즈가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새로운 판타지 소설 '호스트'를 내놓았다. 두 개의 영혼이 공존하는 한 명의 여자와 각기 다른 두 남자가 펼치는 4각 로맨스를 다룬다.

'트와일라잇' 작가 작품 '호스트'
설정 흥미롭고 연출도 매끄러워


영화의 배경은 먼 미래. 인간의 뇌에 기생하는 외계 생명체 '소울'에 의해 거의 모든 인간이 정복당했다. 접시처럼 생긴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초토화시키는 수고를 버리고 인간들의 영혼과 정신을 강탈한 것. 이러한 외계인의 침략에 얼마 남지 않은 인간들은 연합군을 형성해 끝까지 저항한다. 하지만 저항군 중 한 명인 소녀 멜라니(시얼샤 로넌)도 '소울'의 침투를 피하지 못했다. 멜라니의 육체 속으로 침투한 '소울'은 '완다'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멜라니의 육체를 얻은 '완다'는 전혀 새로운 인물로 변하지만 그녀는 내면에서 멜라니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듣는데….

앤드류 니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호스트'는 한 몸에 두 영혼이 산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SF물이다. 사실 그동안 '외계의 침략'이라는 설정은 이 장르에서 수없이 다루어 왔던 소재이기에 식상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은 종전과 달리 외계인들이 인간의 영혼 속에 침투하는 방식으로 한결 쉽고 간결하게 지구를 지배했다는 점에서 차별화한다. 또 하나의 몸을 가진 두 영혼이 서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자칫 유치할 수 있는 내용을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 가면서 결말을 어떻게 끝낼까 궁금하게 만드는 잔재미가 있다. 물론 구성이 그리 치밀하지 않은데도 관객을 놓아 주지 않는 건 잔잔한 스토리와 그 밑에 깔린 '관계'다. 개별 생명체끼리의 관계, 사회와 사회의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하면 갈등을 풀 수 있는지 얘기한다. 먼 미래를 배경으로 빚어진 영화지만 요리조리 뜯어보면 현실과 꽤나 닮아 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판타지물임에도 인상적인 장면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예컨대 인간을 육체적 욕망이 강한 종족, 서로 죽이고 삶의 터전인 지구마저 죽이는 잔인한 종족이라고 말하는 소울의 무기에는 'PEACE'(평화)란 글자가 선명하다. 또 "어느 한 쪽이 혼자 살기 위해 다른 쪽을 죽이면 둘 다 죽을 뿐"이라는 극 중 메시지는 우리 현실에 묵직하게 다가오고,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라도 되는 듯 소울들이 하나 같이 흰옷을 입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4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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