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 첫사랑·열정…청춘의 기억 새록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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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빛나는 순간 / 이금이

책을 보며 많은 사람을 설레게 했던 영화, '건축학 개론'이 생각났다. 건축학 개론이 어른에서 대학생으로, 대학생에서 어른으로 시간이동을 하며 기억 속 비워놨던 퍼즐 조각을 맞춰간 것이라면, 이 책은 건축학 개론의 주니어판 쯤이 될 것 같다.

'얼음이 빛나는 순간'은 스물세 살이 된 지오와 석주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자전거 여행으로 교차했던 두 사람의 삶이 그 이후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준다. 지오는 캐나다 조기 유학, 부모의 불화, 강압적인 아버지라는 환경을 거쳤지만, 이후 평범한 대학생이 돼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5년 전 자전거 여행 이후
서로 다른 삶 살다 재회
대학생 주인공 내세워
어른·청소년 공감 이끌어

반면 석주는 엄마의 전략대로 고분고분하게 살아오다 지오와의 자전거 여행 이후 소녀 은설을 만나 삶이 크게 흔들린다. 석주는 은설로 인해 아이 아빠가 되어 고된 삶을 살고 있다. 두 사람은 극과 극의 삶을 지나쳐 다시 5년 만에 추풍령에서 만나 교차한다.

흑백 사진처럼 아련한 20대 초반 혹은 대학 시절. 어른에게는 어설픈 첫사랑이나 열정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기억이 머물고 싶은 시간이다.

청소년에게도 역시 대학 시절은 다다르고 싶은 동경의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어른과 청소년, 모두에게 흡입력이 있다.

또한, 주인공의 삶 만큼이나 굴곡진 이들 아버지의 삶에도 감정을 이입해 볼 만 한다.

기러기 아빠로서의 희생을 감내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지오 아버지의 삶, 아들의 롤모델이 되고자 했던 석주 아버지, 딸의 임신에도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자 했던 은설의 아버지 등.

특히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남성들의 마음을 어쩜 이렇게 재치 있고 세밀하게 그려냈는지, 작가가 혹시 남자였던가를 다시 한번 뒤져보게 하기도 했다.

이 시대 대표 아동청소년문학 작가로 꼽히는 이금이의 책을 사람들이 왜 그토록 기다리는지 알게 해주는 책이다. 이금이 지음/푸른책들/320쪽/1만 2천 500원.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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