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횟집 '바가지' 관광도시 스스로 먹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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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횟값에 초장 매운탕값 따로 받고, 야채 추가했더니 웃돈까지….'

부산에서 가족들과 함께 통영 여행에 나선 최 모 씨 가족 4명은 지난 주말 통영 서호시장에서 광어회를 시켜 먹고 나오다 즐거운 나들이 기분을 망쳤다. 식당 측이 비싼 횟값은 그렇다치고 초장값(1인당 4천 원)과 매운탕값(6천 원)을 별도로 받고 야채를 추가했더니 웃돈 3천 원까지 얹어 받은 것이다. 식당 메뉴판에는 가격 표시도 없었다. 부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국내서도 손꼽히는 관광도시인 통영이 이래도 되나 싶었다.

회 1접시 10만~12만 원 예사
멍게 최저 3만 원…초장·매운탕값 별도
메뉴판에 가격표시도 안 해
시,'업계 자율' 이유 사실상 단속 뒷짐

관광 도시 경남 통영의 이미지가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 상혼으로 얼룩지고 있다.

봄기운이 완연해 지면서 통영에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는데 음식점의 바가지요금을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통영지역의 바가지요금에 뿔이 난 관광객들이 통영시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류 모 씨는 최근 통영과 거제지역을 관광하며 통영여객선터미널 근처 회타운에서 봄 도다리를 시켰는데, 한 접시 가격이 12만 원으로 너무 비싸 10만 원짜리 모둠회를 주문해 먹었다.

이 정도 가격은 류 씨가 사는 경기도 수원이나 화성에 비하면 월등히 비싼데다 양과 질에 있어서도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라는 것이 류 씨의 주장이다.

멍게도 서울에서는 손님들에게 1만 5천 원부터 받고 있는데 통영에서는 최저 3만 원부터 팔고 있다고 류 씨는 하소연했다.

이 모 씨는 통영에 관광을 왔다가 강구안(통영항) 부근 식당에서 회를 시켰더니 서울이라면 2만 5천 원 짜리밖에 안 돼 보이는 회인데도 10만 원이나 요구해 결국 지불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거기다 이 식당의 경우 메뉴판에 음식값을 부착하지도 않은 채 바가지를 씌웠다고 이 씨는 밝혔다.

이들 관광객은 "주변 사람들에게 통영에 가지 마라. 가더라도 회는 시켜 먹지 마라는 말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통영시가 물가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 주말 통영을 다녀갔다는 김 모(53·창원시 중앙동) 씨도 "통영 중앙시장에서 도다리쑥국을 시켜 먹었는데, 1만 2천 원을 받아 충격을 받았다"면서 "인구 14만 명의 소도시치고 물가가 너무 비싸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처럼 통영지역 식당가의 바가지요금에 대한 불만이 시청 홈페이지에까지 줄을 잇자 통영시는 물가안정대책회의를 개최하는가 하면 의식개혁운동 등을 벌이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어 걷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는 지난 26일을 비롯해 이달 들어 세 번이나 업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통영시는 음식값의 경우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데다 식당 주인들이 식자재 가격의 인상을 호소하고 있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물가관리에는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통영시는 의식개혁 차원에서 음식점들을 상대로 제값받기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음식점은 162개소에 불과하다. 통영지역에는 총 2천200여 개소의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음식점의 제값받기운동을 확대 추진해 물가안정 분위기를 확산하고, 메뉴판에 가격을 부착하지 않는 업소에 대해서는 다음 달부터 단속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남경 기자 nkbac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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