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러시아 거부의 초라한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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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의 원조' 보리스 베레조프스키(67)가 빚에 쪼들리다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베레조프스키가 죽기 전 빚 때문에 아끼던 앤디 워홀의 그림까지 경매에 내놨지만 그림 값을 미처 받지도 못하고 숨졌다고 보도했다. 베레조프스키는 지난해 영국 프로축구 클럽첼시 구단주인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와의 55억 달러(약 6조1천억 원)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수천만 달러의 수임료 부담 등으로 사실상 파산 상태였다.

신흥재벌 원조 베레조프스키
소송 패소 후 파산 상태
경매 그림값도 못 받고 사망


베레조프스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교외의 부촌인 버크셔주 애스콧 마을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인에 대해서는 심장마비설, 자살설, 질식에 의한 타살설 등 다양한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최대 갑부이자 막후 권력자였던 그는 지난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올리가르히 척결 과정에서 쫓겨나 지난 2001년부터 영국에서 망명 생활을 해왔다. 런던 망명 후에도 푸틴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던 베레조프스키는 오랜 세월 크렘린궁의 표적이 돼 왔다. 실제 베레조프스키는 영국으로 망명했던 러시아 인사들이 잇따라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피살 공포증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소송 패소 후 파산한 그는 암살 위협으로 인해 항상 대동하고 다니던 경호팀을 해체했고 소장해오던 1927년산 롤스로이스 자동차도 팔았다. 또 런던 시내 사무실을 폐쇄하고 운전사까지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재산 목록에는 평소 유달리 아끼던 미국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 '붉은 레닌'도 포함돼 있었다. 워홀이 사망한 해인 1987년 완성한 마지막 작품으로,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을 그린 붉은색 초상화다.

베레조프스키가 소장했던 '붉은 레닌'은 지난 20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11만 파운드(약 1억8천만 원)에 낙찰됐다. 미술품이 이처럼 고가에 낙찰된 것은 워홀의 명성에 더해 베제조프스키의 소장품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하지만 베레조프스키는 경매 대금을 받지 못하고 나흘 뒤 숨졌다. 크리스티 경매소는 통상 낙찰 후 35일 내 경매 대금을 결제해 베레조프스키에게 미처 대금을 전달하지 않은 상태였다

강승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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