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고니 09-3-25 "여기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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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쳐서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물새를 위한 힐링 서식지가 오는 7월 을숙도에 들어선다. 사진은 힐링 서식지의 예상 모습. 야생동물치료센터 제공

다쳐서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물새들의 '힐링 서식지'가 부산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에 국내 최초로 마련된다.

부산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야생동물치료센터는 센터 앞 습지 4만 9천587㎡(약 1만 5천 평)에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물새와 고라니가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를 올해 4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7월 초께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센터에는 850마리의 다친 야생동물이 들어왔고 그 중 289마리가 자연으로 복귀에 성공했다. 완쾌 뒤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한 야생동물도 75마리나 됐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7월께 '힐링 서식지' 완공
야생 복귀 실패 동물 수용
20% 안락사 문제 해결
야생동물 보호 인식 제고


큰고니 09-3-25
2011년에도 마찬가지였다. 730마리가 들어와 150마리가 자연으로 복귀했고 92마리가 남았다. 매년 80여 마리가 완쾌됐지만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2011년 7월에 들어온 솔부엉이는 비행 중 건물에 충돌해 크게 다쳤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날개를 다쳐 날 수가 없다.

센터 주변을 신 나게 뛰어다니는 고라니 2마리는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수풀 속에서 사람에게 발견돼 지난해 5월에 야생동물 치료센터로 왔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인간의 손을 타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자연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다양한 이유로 동물들이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센터에 머물게 되지만 공간에는 한계가 있다. 센터에는 종이 중복되지 않을 경우 90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부족한 공간 탓에 안락사도 행해진다. 인력 부족, 공간 부족, 전염병, 회생불능 등의 이유로 20% 정도가 안락사를 당하고 있다. 야생동물치료센터 강신영 수의사는 "힐링 서식지는 안락사 할 수밖에 없는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동물 입장에서는 철창에서 사는 것보다 자연적인 환경에서 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힐링 서식지의 최고 인기 스타는 가장 오래전부터 센터에서 살아가고 있는 09-3-25(큰고니)가 될 예정이다. 09-3-25는 2009년 3월에 25번째로 들어왔다는 의미. 이 큰고니는 2009년 3월 왼쪽 날개 뼈가 부러져 센터로 들어왔고 치료 중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센터에서는 큰고니의 발견 당시부터 왜 부상을 당했고, 어떻게 치료했는지의 스토리를 전시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야생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계획이다. 힐링 서식지의 상징물로 왼쪽 날개가 없는 큰고니 조형물을 세우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서식지에는 큰고니를 비롯해 원앙, 왜가리, 쇠백로 등 물새가 서식하게 되며 초식동물인 고라니도 함께 살아가게 된다. 족제비, 너구리, 삵 등에게서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1㎞가량의 목재 펜스를 만든다. 또 매, 솔개 등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움막 2동을 만들고 그 안에 먹이를 나눠줄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3억 5천만 원.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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