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층 계단 20분 내 도착 "나는 소방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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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아시아 최고 높이의 주거시설인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에서 열린 초고층 건축물 화재 진압훈련에서 산소통 등 총 25㎏가량의 장비를 메고 80층 계단 3천520개를 20여 분 만에 오른 소방관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22일 오후 3시 40분께 아시아 최고 높이의 주거시설인 부산 해운대 우동 두산위브더제니스 80층 복도에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 복도 끝 계단 문이 열렸다. 산소통을 멘 해운대소방서 목한림 구조대원이 모습을 보였다.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거치게 들렸지만 대원의 표정은 아직도 여유가 있었다.

목 구조대원은 헬멧과 산소통 등 총 25㎏의 장비를 메고 1층부터 3천520개의 계단을 밟아 299m를 올라왔다. 고작 20분 10초가 걸렸다.

초고층아파트 화재 대비
두산제니스서 구조 훈련
기본 장비만 25㎏ 착용
3천520개 계단 뛰어올라
"사람이 아니다" 감탄


이날 초고층아파트 화재를 대비한 해운대소방서 훈련이 벌어졌다. 구조대원이 80층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하는 게 훈련의 목적이었다.

방화복에 산소통을 메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평균 21분 정도가 걸렸다. 50분 분량의 산소통은 호흡이 가빠져 15분 만에 동이 났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1분 정도 시간이 단축됐다.

40대 중반의 구조대원 2명은 헬멧과 특수복만 입고 출발해 80층을 17분·19분 만에 돌파했다. '노장'의 체력에 놀란 취재진 사이에서 "사람이 아니야!"라는 탄성마저 나왔다. 이날 훈련 결과는 앞으로 초고층 아파트 화재 진압 작전에 반영된다.

훈련에 참가한 정인섭 구조대원은 "70층쯤에서 고비가 있었지만 사람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믿으니 다시 초인적인 힘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극한 상황을 가정해 소방훈련을 하는 것은 실제 화재 시 구조대원의 체력이 화재 진압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해운대소방서에는 최신형 초고층용 사다리차가 배치돼 있지만 사다리 높이는 최대 30층이며, 살수 범위는 40층 정도다. 헬기를 이용하면 프로펠러 회전 탓에 공기가 건물로 유입돼 불이 더 커진다. 결국, 구조대원이 직접 불을 끄는 것만이 가능하다.

비단 초고층건물뿐만 아니라 공장화재나 산불 등 일반적인 화재 현장에서도 구조대원의 체력은 매우 중요하다.

기본 장비만 착용해도 25㎏ 이상이고 도끼, 호스 등 개인장비까지 착용하면 30㎏ 이상을 메고 구조대원들은 작전을 펼쳐야 한다. 마스크를 끼면 숨이 더욱 가빠지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심하다. 이 상태로 구조대원들은 도끼로 문을 부수고, 쓰러진 사람을 메고, 지름 12㎝의 요동치는 호스를 부여잡고 물을 뿌려야 한다. 극한의 체력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구조대원은 UDT 등 특수부대 3년 이상의 경력자 중 특채로 뽑는다. 특별한 사람에게만 자격을 주고, 그 체력을 유지하는 이만이 남는 게 구조대원이다.

김종규 해운대소방서장은 "구조대원은 체력이 자신과 시민의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다고 믿고 버티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에는 8명의 소방대 구조대원이 진화 중 목숨을 잃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영상제작=박재상·백서현 대학생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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