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NC 다이노스로 간 '경성대 전지현' 김연정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치어리더, 직업인으로 봐주세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만큼이나 인기가 있는 사람이 있다. '경성대 전지현'으로 불리는 치어리더 김연정(23)씨다. 배우 전지현을 닮아 그렇게 불린다. 김 씨는 그 별명이 좋기는 하지만 과분한 별명이라고 했다.

실제 보니 전지현을 살짝 닮아 보였다. 171㎝의 휜칠한 키도 전지현을 닮았다.

"신생팀 응원문화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 옮겼죠
진한 화장·짧은 치마 탓
오해의 눈길 속상하죠
연봉 1억? 저도 그랬으면…
관중이 경기 즐길 때 보람"


김 씨는 올해 롯데에서 신생팀 NC다이노스로 옮겼다. 팬들은 궁금했다. 인기구단인 롯데에서 왜 옮겼을까. 롯데가 돈을 적게 줬나(급여는 소속 이벤트 업체에서 받는다), 메인 치어리더가 아니여서 일까.

김 씨의 답변은 달랐다. 그는 "인기구단인 롯데는 응원문화가 잘 돼 있고, 많은 팬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NC는 신생팀이다. 치어리더 경력이 있는 나 같은 사람이 필요로하는 구단이라고 생각해 옮겼다"고 말했다. 롯데 팬들에겐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김 씨는 "NC로 옮겼지만 연정이를 변함없이 사랑해 달라"고 했다.

김 씨가 치어리더의 길로 들어선 것은 고교 2학년때다. 부산 서면을 친구들과 함께 가다 이벤트회사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길거리 캐스팅을 당한 것이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치어리더는 생각지도 못했던 생소한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커피숍이나 영화관 아르바이트보다는 보수가 좋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했다. 대학 학비와 용돈벌이는 될 듯 싶었다.

김 씨는 2008년 농구장에서 기본기를 익혔다. 2009년부터는 한화 이글스에서 3년간 활동했다. 지난해 롯데로 자리를 옮기면서 인기를 얻어 '사직 여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치어리더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하루 5시간의 고된 연습에다 불규칙한 생활이 계속됐다. 특히 응원을 하다 성난 관중에게 물벼락을 맞는 등 봉변을 당하는 일도 많았다. 김 씨는 "요즘 응원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응원한 팀이 지면 물병을 던지는 관중이 있다"면서 "열심히 응원하다 물세례를 맞거나 술에 취한 관중이 행패를 부리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편견도 김 씨를 힘들게 한다. 직업 특성상 화장을 진하게 하고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다보니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노출을 좋아한다', '이성관계가 문란하다', '선수들과 교제할 것'이라는 오해와 편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하지만 보람도 있다. 관중과 소통할때다. 자신의 응원을 잘 따라주고 응원을 통해 관중들이 경기를 즐길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 씨는 "힘든줄 알고 음료수를 건네주거나 내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관중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 씨의 하루는 어떨까. 그는 오전 11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늦잠을 잔다고 생각할 지 몰라도 실제 잠자는 시간은 7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일어나서 간단하게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출근 준비를 마치면 오후 2시쯤 된다. 보통 경기시작 3시간전에 야구장에 도착한다. 집이 부산이여서 마산구장까지 가려면 롯데에 있을때보다 일찍 움직여야 한다.

야구장에 나오면 곧바로 안무 연습에 들어간다. 요즘같이 개막이 얼마남지 않을때는 새로운 안무를 짜고 연습을 하느라 눈 코 뜰새 없다.

시즌중에는 오후 6시부터 무대에 오른다. 수 많은 관중 앞에서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다. 김 씨는 "경기가 진행되는 3시간 반 동안은 팬들과 소통하고 호흡을 한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피곤한 줄 모른다. 하지만 가끔 연장전에 들어갈 때는 체력이 부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일과는 오후 11시30분께나 끝난다. 관중이 모두 떠난 뒤 각종 소품과 의상 등을 정리하고, 동료들과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가면 새벽 2시다.

항상 잠이 모자란다. 김 씨는 경기가 없는 날엔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충한다. 김 씨는 "야구시즌이 시작되면 한 달에 4~5일 가량을 쉬는데 영화도 보고 싶고 친구도 만나고 싶지만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 씨는 욕심이 많다. 프로야구 NC를 포함해 프로축구 경남FC, 프로농구 창원 LG, 여자배구 기업은행 등 모두 4곳에서 치어리더로 활동한다. 연봉을 많이 받겠다는 말에 "그렇지 않다"고 했다. 김 씨는 "인터넷에 내가 연봉 1억 원을 받는다는 글이 올라온 적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1억 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와 NC가 붙으면 어떨까"라고 짓궂은 질문을 했다. 그는 "잘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씨의 꿈은 치어리더의 편견을 바꾸는 것이다. 김 씨는 "치어리더는 선호하는 직업이 아니다. 치어리더를 하고싶어 들어와도 1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적은 급여에 힘든 일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노출하고 춤을 춘다는 잘못된 시선에 힘들어한다"면서 "올바른 응원문화를 만들어가는 직업인으로 팬들이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사진=정종회 기자 jjh@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